비밀결사 수첩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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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등의 비밀결사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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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 수첩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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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밀결사단이라는 단어를 쉽게 여러 매체에서 들으며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의 템플기사단과 시온 수도회, 일루미나티, 애거사 크리스티의 '비밀결사'에 등장하는 프리메이슨 등 소설이나 영화에서 매력적인 소재로 쓰이며 우리 문화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저자 시부사와는 비밀결사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에 독자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주기 위하여 집필한 '비밀결사수첩'은 하야카와쇼보의 추리소설 전문지 <E.Q.M.M>에 연재한 글에 100장 정도 가필해 '하야카와라이브러리' 중 한 권으로 간행(1966년 3월)한 것이다. 그의 [수첩] 시리즈 '흑마술 수첩', '독약 수첩'과 함께 1960년대에 나온 3부작을 형성하고 있다.

이단과 탐미와 반속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관심사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을 떠오르게 한다. 환상성 가득한 단편들, 괴기와 엽기, 잔학성을 강조한 작품들을 써 내려간 란포 분위기와 닮아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오컬트, 라스푸틴, 흑미사, 그노시스,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등 어디선가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들어봤을 흥미로운 테마들로 가득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의식의 비밀을 공유함으로써 속세의 인간들과

자신을 구별하고자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


정치적, 종교적 목표를 가지고 아니면 특정 목표를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집단을 만든다.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같은 비밀결사단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활동을 했을까. 이 책은 사람들의 입담이나 확실치 않은 소문들로 들어야 했던 비밀 결사들의 역사를 고대로부터 기원을 찾아 다양한 비밀 결사들의 명단과 그 활동 내용까지 상세하게 풀어냈다.

역사의 이면에서 끊임없이 활동하며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비밀결사단. 그들에 관해 조금이나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비밀결사수첩'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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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계절 암실문고
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엄지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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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의 미완성 유작인 '2666'을 떠오르게 하는 이 소설은 2020년 맨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태풍의 계절'은 그해 후보작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작품이다. '2666'이 보여주었던 멕시코 폭력의 연장선에 있는 '태풍의 계절'은 멕시코 최빈곤층의 정말적인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이 작품은 입에 담기도 힘든 폭력적인 묘사와 성행위가 필터 없이 묘사되어 몇몇 독자들은 '차 빈곤층이 보여주는 단순한 포르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문학적으로 순화하지 않았다



문학적으로 미화되어야만 좋은 작품인 것인가? 나 역시 외설적이고 필터링 되지 않은 폭력적인 묘사는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문제작은 언뜻 보기에는 희망을 버린 채 악몽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밑바닥 인생을 담은 블루필름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페르난다 멜초르가 보여주고 싶었던 자신의 고향 멕시코 베라크루즈 깊숙이 깔린 어둠을 숨김없이 묘사하기에는 분명,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써 내려가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마녀(여장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으로 그녀의 죽음과 연관된 사람들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외지에서부터 마녀가 오고 그의 남편 마놀로콘데는 심근경색, 두 아들은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이 죽음은 정말 우연이었을까. 언젠가부터 마녀의 집 어딘가에는 마놀로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던 돈과 다수의 금괴, 가짜로 보일 정도로 큰 다이아몬드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녀의 시선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마녀의 자식인 어린 마녀, 예세니아, 문라, 노르마, 브란도로 이어지며 욕망으로 얼룩진 마녀의 살인 사건의 조각들은 하나씩 모아진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라 마토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란 마약과 알코올에 찌들어져 삐뚤어진 쾌락만을 좇으며 살아간다. 작가는 부패와 황금만능주의의 제국이기도 한 이 공간에서 마약 밀매업자, 매춘부, 범죄들과 좀처럼 구별되지 않는 경찰들. 그들과 일상화되고 평범해지는 악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악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

그러니까 글쓰기 자체를 악이 되게 하는 것



여느 소설처럼 악과 싸우거나 몰아내려고 하지 않고, 이런 악의 유형을 배제하지도 않으며, 멕시코에서 악이 나타나는 여러 양상을 넓게 살펴본다. 바로 이런 이유로 병적일 정도의 잔혹함, 위반, 집단적 야만성 등이 나타난다. 인간의 어두운 지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이런 문학적 제안은 불가피하게 악의 모든 얼굴과 만나게 되는 동기인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한 인간의 비극적인 죽음을 담은 이 작품은 몰락하는 서양 문명에 대한 비판일 뿐만 아니라, 폭력의 부조리와 제도화에 관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악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멜초르의 선택을 반대하는 것도, 지지하는 것도 이 소설을 읽은, 앞으로 읽을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 우리가 아는 상식이나 정의의 바깥에, 우리가 아는 단어의 뜻 바깥에 있는 마음들을 담은 암실 문고의 의의를 생각하며 새카만 어둠을 담은 '태풍의 계절'에 한 발짝 다가가 보는 것도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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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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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꿀벌의 집단 실종으로 피해를 본 양봉업자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이것은 꿀벌 약 80억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셈이라는 앵커의 무거운 말이 이어졌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후 길을 가다가 떨어져 죽어 있던 꿀벌을 보며 심각하게 다가오는 환경 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당연하게도 기후 위기를 첫 번째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지만 사실 기후 위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농경지와 도시의 확대, 보다 편한 경작을 위한 살충제 사용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할 것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의 남긴 이 의미심장한 말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비단 꿀벌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게 수분 매개자인 꿀벌을 인용했을 뿐 곤충 전체의 문제로 다가온 이 위협은 최근 인섹타겟돈 insect+armageddon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더욱 곤충 전멸로 인해 인류 앞에 닥친 재앙을 많은 환경운동가와 과학자들이 한목소리를 내어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올리버 밀먼의 인섹타겟돈 역시 곤충 세계의 닥친 위기와 그 원인을 살펴볼 것이며, 유례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곤충의 멸종 현상을 추적하고, 곤충의 위기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지, 막을 방법은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여섯 번째 대 멸종'이 될지 모른다

곤충은 수백만 년 동안 육지 환경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며 생태계 사이클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징그럽고 혐오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곤충은 인류 문명을 위한 기반을 형성해왔는데 우리의 식량을 늘려주고 각종 동, 식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며 죽은 사체를 처리하는 분해자가 되기도 하며 해충을 제거하고 토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일을 수행하기도 한다. 영국의 이스트 앵글리아대학교 환경생물학 교수 레이철 위런은 곤충에 대한 우리의 높은 의존도를 인터넷에 비유하기도 했다.



생태계에서는 모든 것이 이런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종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네트워크 링크 몇 개를 끊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링크를 많이 끊을수록 인터넷이 적게 남을 것이고,

결국 인터넷이 더는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인간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곤충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파리와 모기, 말벌, 개미 같은 곤충일 것이다. 그중 파리만 하더라도 인류에게 중요한 입지를 가지 곤충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단순 해충으로 치부해버렸고 파리가 가진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파리를 없앴다고요?

그러면 초콜릿도 사라집니다.


영국 국립자연사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파리의 열렬한 옹호자인 에리카 맥앨리스터는 당근, 후추, 양파, 망고, 여러 과일나무가 자랄 때 파리는 중요한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 초콜릿 또한 파리가 없었으면 맛보기 힘든 농작물에 속한다며 언급하고 있다. 파리는 수분 매개자로서 벌보다 더 오랫동안 일하고 추위도 어 꿋꿋하게 이겨낸다. 쌍시류(흔히 파리라고 불리는 목)은 약 16만 종이 있는데, 집파리, 각다귀, 모기, 초파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파리의 중요성을 인지한다며 우리 주위에서 없어져야 할 해충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갖춘 환경 공학자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곤충의 인류의 건강에도 크게 기여했다. 꿀은 심장 진환을 치료할 때 산화 방지제이자 항균 물질로 쓰였고, 말벌의 독은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항생 물질에 대한 내성이 점점 커지자 연구원들은 한때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신약의 중요한 원료로 곤충을 꼽았고, 코로나 119 사태로 고통받았던 인류에게도 열대 거세미나방의 변형 세포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노바벡스에서 개발한 백신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곤충이 전멸하면 인류와 곤충을 연결한 생명의 끈이 끊겨버려 인류마저 큰 타격을 입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토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딱정벌레의 예는 어떠한가? 딱정벌레는 숲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무가 쓰러지면 딱정벌레는 나무를 씹어서 쉽게 분해를 하도록 도와준다. 그 덕에 분해를 돕는 곰팡이가 나무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고 그러면 나무의 질소와 인이 퍼져나가면서 숲을 나무로 다시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톡토기라고 불리는 톡토기목 곤충을 잡아먹는데, 톡토기는 숲의 바닥에 쌓이는 낙엽이 빨리 분해되도록 돕는 곤충으로 딱정벌레가 없으면 톡토기가 급증해서 낙엽을 너무 빨리 분해하는 바람에 숲 바닥의 탄소 저장량이 부족해진다. 이런 톡토기는 탄소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또 쇠똥구리들은 동물의 배설물에서 거름을 흙으로 내려보내 토양에 영양분을 다시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생물 간의 복잡하게 얽힌 사이클은 한 개체만 사라져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곤충의 멸종에 대항하는 다양한 움직임들

급격한 곤충의 감소를 막기 위한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주민으로부터 시작된 이 움직임은 환경보호단체로 퍼져 곤충을 살릴 수 있도록 유럽 중심부에 있는 농경지에 변화를 호소하며, 농지의 30%를 곤충에게 호의적인 유기농 농지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고, 또 습지와 산울타리를 원상 복구하고,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광공해를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윤만을 중시하던 거대 기업들과의 마찰로 크게 난항을 겪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기업들도 점차 곤충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간의 활동이 줄어든 것은 곤충에게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가에 있던 풀을 다듬거나 제초하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자 곤충의 중요한 서식지이기도 한 그곳은 들꽃이 풍성하게 피었고 다시 곤충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한 계기로 영국에서는 야심 찬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는데 국토의 4분의 1을 자연에 돌려주자는 아이디어로 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 곤충과 다른 생물이 돌아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곤충들과 동, 식물들을 위한 서식지를 잇는 연결하는 다리의 중요성도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지나다 "야생동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라고 쓰인 다리 모양의 건축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생태계의 연결성을 고려한 특수한 다리로 야생동물들의 중요한 연결로로 이용되고 있다. 야생동물 통로를 논할 때는 곤충을 포함하게 되어 있다. 곤충 또한 유전적인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곤충이 적합한 서식지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안전한 통로가 필요한 것이다.

이 밖에도 도심 한가운데서도 곤충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스탠더드 오일'의 윤활유 공장이었던 건물의 옥상에 들꽃을 풍성하게 심어 목초지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파릇파릇한 식물들이 곤충에게 예상하지 못한 오아시스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곤충의 세계는 갑자기 망가진 것이 아니다.


벌이나 나비가 아닌 곤충은 전부 해충으로 여기며 죽이던 인식도 큰 문제가 된다. 꿀벌은 수분 매개자로서 중요한 곤충이지만 다른 곤충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곤충 전멸을 막는데 중요한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이유 없이 곤충을 죽이던 습관을 버리고 농업 전반적인 시스템을 정비하고, 생활 수준의 개선과 환경 파괴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환경운동가와 여러 생물학자들의 경고와 복잡한 사이클을 뒤로하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보다 간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며 더 이상 인간의 편의를 위한 산업화를 그만두는 일. 즉 인간의 편의를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그만두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상일뿐 실현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구에게 있어 인간이란 존재란 지구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 이상의 유해한 존재일 것이다. 땅을 유독하게 만들면 대기의 화화 성분이 달라지게 하며, 인간의 편의를 들먹이며 생물학적인 사막을 형성한다. 인간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지구의 주인이었던 곤충과 인간의 공존은 곤충의 멸종을 막기 위함이 아닌 인간의 멸종을 막기 위함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인류는 곤충에게 인류가 필요한 것이 아닌 인류에게 곤충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한 인식을 무시한다면 생물의 다양성은 천천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위협은 하나씩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곤충을 하찮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하며 인간의 건강이나 기후변화에 따른 대처 같은 동기가 곤충을 보호하는 계획과 맞물릴 때 가장 이상적인 실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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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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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의 증명'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최진영 작가와 1920년대 근대 여성 작가인 백신애 작가의 근대와 현대를 잇는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자는 취지는 근래에 없던 신선한 기획으로 나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한국 문학을 중점적으로 포스팅하고 있는 블로거로서 백신애 작가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최진영 작가의 신작 단편을 읽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된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충분히 회자되지 못한 백신애 작가의 작품을 재조명하여 100년이 지난 오늘날 가장 사랑받고 있는 최진영 작가의 눈을 통해서 작품들의 의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현대적인 시각을 더한 작품들을 통해 시대적, 문학사적 의미를 생각하며 더 나아가 대중성까지 더한 작품으로의 재탄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힘든 시집살이와 남편의 사상운동, 그리고 외도까지 하게 되어 미쳐버린 여자를 그린 [광인수기], 시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이혼으로 가족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주인공이 집을 나와 우연히 만나게 된 S를 통해 자신을 일깨워 줄 신념과 사랑을 되찾는다는 [혼명에서], 10대 소년과 삼십 대 여성과의 사랑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노을], 그리고 이 소설들을 뼈대로 최진영 작가의 현대적 시각으로 그려낸 표제작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가 실려있다.

백신애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던 1930년대의 소설 문단은 박화성, 최정희, 강경애 등의 여성작가의 등장으로 여성주의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여성의 지위는 최하위로 문단에서 재능이 있더라도 무시당하기 일 수였는데 거기에 분노한 박화성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제발 여류문인은 여자다운 작품만 써라,

여자로만 쓸 수 있는 작품을 써라,

이따위 소리를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글은 쓰는데 그다지 엄격하게 성별을 해서

말할 게 무엇입니까?



당시 여성 작가들은 소외되고 억압받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소설에 녹여 표현하기 시작했다. 강경애 작가의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여주인공 '선비'는 어떠한가. 머슴의 딸로 태어나 최하층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생을 다 겪게 된다.

백신애 작가는 식민지 시대 여성들의 삶의 과정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고, 여성들의 삶을 억압하고 있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삶의 방식에 얽매여 스스로 자기 역할을 조절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러므로 정치적, 경제적 기능이 남성에 비해 제한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백신애 작가는 여성의 사회적 존재와 그 기능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남성적인 것과의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여성적인 것의 가능성과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작품을 통해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백신애 작가의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문학은 하나의 사회적 도전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소설, 잇다' 참여를 결정한 건 어쩌면 최진영 작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친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일기를 다룬 '이제야 언니에게'의 출간 인터뷰에서 읽었던 '이렇게 고통으로 가득한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결국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최진영 작가는 여성의 인권 상승을 위해 힘써온 백신애 작가와 가장 어울리는 작가이지 않는가.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들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다.

최진영 작가의 표제작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우체국 근무하며 딸 석희와 살아가고 있는 이혼녀 순희,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휴학을 하고 낮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저녁엔 편의점과 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정규. 둘은 여성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일상화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동시대를 살고 있다. 순희와 정규는 세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지쳐있는 서로를 보듬어주고 기댈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백신애 작가의 [아름다운 노을]의 주인공 순희와 정규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바뀐 것이 있다면 정규의 성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회피가 아닌 사랑의 온기를 담은 따뜻한 희망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나는 현대의 순희에게 사랑의 혼란과 피로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직장과 가정에서 느끼는 피로감만으로도 벅찰 것 같았다.

순희에게 사랑은 편히 쉴 수 있는 의자, 상쾌한 바람, 따뜻한 입김 같은 것이길 바랐다.


최진영 작가의 에세이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성과의 사랑으로 인한 괴로움, 남성우월주의를 야기할 '남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랑의 힘을 믿는 여자와 여자의 사랑에 다시 기대고 싶었다는 작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지쳐있는 서로에게 안식처가 될 그런 따뜻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백신애 선생이 활동하던 1930년대부터 최진영 작가의 이 번 소설까지는 약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사회적, 시대적 변화를 겪으며 여성의 지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인내해야 하는 것에서 오는 분노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남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 소설을, 여성이라는 입장을 완벽히 이해했다는 것은 아마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성 작가들이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바뀔 사회적 인식과 기회의 균등을 외치며 노력해 주었기에 이 시대에 있어서의 근본 문제를 포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요소와 힘을 구비한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나아갈 길을 희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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