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여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4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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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인 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몸과 여자들'은 유년 시절부터 지켜본 내 주변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옆집 누나의 모습이었고, 가깝게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당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여성들의 억압을 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이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것은 남성인 나의 입장에서 이해는 할 수 있어도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단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


여성으로서 받아 들여야 하는 불합리한 일들과 여성의 몸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이서수 작가의 이번 소설은 고백 형식을 취하고 있다. 83년생의 주인공은 또래보다 마른 몸으로 유년 시절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마른 몸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성장한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결혼을 해서도 남편과의 원치 않은 관계를 괴로워하며 결국 이혼하기에 이른다. 또 다른 이야기인 주인공의 어머니인 59년 생 미복은 여성으로 성숙한 몸을 가지게 됨으로써 일어나는 불쾌한 일들과 여성이기에 교육의 기회조차 포기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남자를 높이고 여자는 낮추는 남녀 불평등한 현상을 보여 왔다. 근대 이전 유교 문화권 사회에서 통용된 남녀 불평등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습속과 관행의 형태로 잔존해왔는데, 대부분의 딸들은 아들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받으며 교육의 기회나 상속의 대상에서 배제되어왔다. 여성이야말로 권력의 장에서 가장 먼저 배제된 존재이고 여성적인 것에 이르게 된 것은 어쩌면 불행의 행로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혼한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니.


자신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길 바라면서도 미복이 딸의 이혼을 반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여성을 그릇되게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어떠한가. 남자와 여자는 이혼을 해도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매년 이혼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혼 후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인해 결혼생활 실패를 경험한 여성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되고 있다.


나는 전해야 할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다는 믿음을 품고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내 안에 고여 있었고, 자라면서 더욱 증폭되었으며

언젠가 밖으로 뚫고 나오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자세한 언급은 없지만 어쩌면 작가 개인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80년대를 살아온 여성들 대부분이 그러했듯 여성으로 억압받으며 살아온 고통의 세월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어두운 터널 같은 느낌이었을까.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와 사랑, 남편에 대한 맹종, 여성에 대한 무관심과 냉담으로 일관해온 사회적 관습은 과연 '여성'의 입장에서는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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