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눈사람
최승호 지음, 이지희 그림 / 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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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었던 책의 내용 중에 좋은 시는 '잘 만든 노래'이거나 '새로운 말' 둘 중에 하나가 아니겠냐는 견해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이나 들은 지금이나, 그 불확실한 정의에 시를 보는 고정관념이 생겼다는 생각은 지울 길이 없다. 더 자세한 논의가 따라야 할 이야기이겠지만, 대체로 현대 현대 시의 전반적 추세는 '잘 만든 노래'보다는 '새로운 말'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편이 아닐까 한다.


최승호 시인 역시 남들이 다루지 않는 미지의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매진하고, 기성의 주제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애면글면하며, 새로운 시문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형식 실험도 마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구도 표현한 적이 없는 참신한 언어를 찾기 위해 고투한다.


그의 신작[마지막 눈사람]은 1997년 출간된 시집[여백]의 제1부 '눈사람' 중 마지막 작품인 [그로테스크]를 27개의 장면으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27개 장면에 G1부터 G27까지의 번호를 붙였고, 여기서 알파벳 G는 시의 제목인 'grotesque'의 머리글자이다. 지구에 홀로 남은 눈사람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시집은 독백에 대한 주석 형식의 단상들과 눈사람과 연관성이 있는 시들이 배치되어 있는 흥미로운 구조이다. 그리고 폐허가 된 도시를 점령한 눈사람의 비극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삽화 역시 [마지막 눈사람]의 매력이다.


"어느 날 나는 지상에 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G2


"나는 얼음의 성이었다. 하얀 빙벽을 두른 고독으로 얼음의 자아를 고집했다. 아무도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사랑의 불길조차 나에 닿으면 꺼져버렸다. 빙벽의 시간 속에서, 가족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거만하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거만하다고 생각지 않았을까. 얼음 동굴의 얼음도끼들, 내 수염이었던 고드름들, 결빙의 세월을 길게도 나는 살아왔다. 빙하기로 기록해둘 만한 자아의 역사!

 

 

"어쩌면 존재의 이유라는 게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감옥을 위해서 나는 존재한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감옥이 존재한다. 이상한 논리지만, 적어도 이 논리는 어처구니없이 고독하고 암담한 나의 현존보다는 덜 이상하고 덜 비논리적이다. 이론에 의지해 살아야 한다면 이상한 이론들을 많이 만들어서 불안한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안심시켜야 한다. - G17


"아무 쓸모없이, 그러나 존재한다. 노을은 그렇다. 오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굴 위해 있는 것도 아니다. 노을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노을은 질문을 위해 답을 위해 있는 것도 아니다. 노을은 벌겋다. 노을이 벌겋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사실 벌건 것은 하늘이지 노을이 아니다. 하늘은 붉을 수도 있고 푸를 수도 있다. 그러나 노을은 다르다. 푸른 노을은 없다. 검은 노을도 없고 하얀 노을도 없다. 대체 누가 노을이란 말을 만든 것일까? 노을은 실체가 없다. 그러나 벌겋게 눈앞에 펼쳐진다. 노을은 그렇다. 없다고 하자니 벌겋게 있고, 있다고 하자니 실체가 없다.


"들을 사람 하나 없는데 왜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일까.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봄이 와야 나는 죽을 수 있고 말을 멈출 수가 있다. - G26


"사람의 몸을 받고 몸에 갇혀서 나는 옹색해졌다. 이 몸뚱이만을 나로 여기면서 나에게는 타자들이 생겨버렸다. 고집도 생겼다. 몸에 대한 집착도, 자기에도, 나에 대한 측은지심도 생겨버렸다. 사람의 몸을 받고 나에게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름에 갇히고 욕망에 갇힌 채 그러나 과연 그것들이 나인지를 깊이 의심하지 않으면서 나는 살아왔다. 나는 어떻게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지금껏 살아온 것일까. 사람의 몸을 받고 몸에 갇히면서 나는 옹색함의 무거움을 갖게 되었다. 답답한 나! 나는 오래전에 내가 떠났던 세계를 나의 옛 몸처럼 바라본다. 몸 받은 뒤에 점점 멀어진 세계, 한때 나는 세계였으나 지금은 세계와 분리된 옹색한 자일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하나의 세계를 무수한 내가 파괴한다.

 


"그리하여 이렇게 밤의 옥상 위에서 고독만이 나의 뼈라고 생각하면서, 강물이 흐르고 새들이 지저귀는 먼 봄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G27


"믿고 싶지 않겠지만 어느 날 당신이 태양계의 장님이 되고 은하계의 귀머거리가 되어서 광물질계의 한 벙어리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나 아닌 것들이 모여서 나를 잠시 이루었다. 해체되듯이, 당신도 당신 아닌 세계로 흘러드는 날이 있을 것이다. 이슬, 바람, 흙, 별, 그것들이 본래 당신의 얼굴 아니었나. '눈다랑어'

 

 

 

산문시의 형태로 지어진 이 작품은 풍자 우화를 통한 사회 비판을 담은 기념비적 소설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한다. 조지 오웰이 전하고자 하는 사회의 부조리함, 불평등을 드러내는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썼던 대표적인 소설이다. 이것은 오랜 시간을 거쳐 인간의 허위의식과 문명의 진보를 위한 인간의 탐욕을 비판해 온 최승호 시인의 사회문제의 전반적인 우려를 담은 지금까지의 시들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마지막 눈사람]에서 보여준 고독과 절망이 가득한 종말이란 어쩌면 시구 속에 담긴 깊은 뜻처럼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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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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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국내에서 SF 소설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과거의 국내 출판 시장에서는 유독 SF라는 장르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해서 일까 SF 전문 소설가 역시 흔하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게 10년쯤 지났을까 SF 소설가라고 자청하며 한국문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들이 등장했고 지금에 와서는 일반 문학 독자들도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SF의 전성기를 이끌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는 전성기 이전부터 꾸준히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작가가 있다. 바로 배명훈 작가이다. 2005년 데뷔 이후부터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그의 소설들은 '배명훈'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절대적인 신뢰를 얻으며 사랑받아 왔다.

그의 신작 소설집[미래과거시제]는 [예술과 중력가속도]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소설집으로 아홉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김희선 작가의 [빛과 영원의 시계방], 켄 리우 작가의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와 함께 가장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소설로 읽는 내내 감탄하며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표제인 <미래과거시제>는 언어학과 시간 여행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한 연인의 신비로우면서 애처로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은경은 미로 같은 학교 건물에서 길을 잃고 누구도 이용하지 않는 오래된 계단에서 은신을 만나게 된다. 이 세계의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잘생긴 외모가 먼저 눈에 들어온 은경은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을 위해 그를 찾아다니다, 반년이 지나 그를 만나게 되고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잘 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던 은신은 모두가 가깝게 지내고 싶은 존재이지만 정작 본인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보다는 혼자이고 싶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인사 한마디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은신, 젊은 날의 사랑이 그렇듯 세상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사라진 것은 은경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무언가를 잃는 것이 버거운 나이인 만큼 아파하고 힘들어했다. 시간은 흘러 튀르키예어와 한국어를 연구하던 중 과거 은신과의 대화와 문자에서 시제 선어말 사용의 이상함을 느끼고 그가 시간여행자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강은신은 바로 '그 일'을 기억해 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진술했다. 그러면서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은경을 의아하게 여겼다. 자신은 그럴 수 있어도 은경은 그럴 수가 없어서였다.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시간을 살아가는 은경은 절대로 그 일을 기억해서는 안 됐으니까."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접히는 신들>은 주인공 소희는 화성을 목적지로 둔 우주선에서 20년 만에 친구 은경을 만나게 된다. 학창 시절 종이접기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던 그녀는 공부를 못했기 보다는 공부하는 법 자체를 모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종이접기 하나만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그녀는 납작한 종이를 거의 살아 있는 듯 보이게 할 정도로 정교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 종이접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접었다 펼쳐놓은 주름을 보고 자신이 만들 무언가를 머릿속에 재현해 내는 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15년 뒤 소희는 민간기구연합에서 행정직에 근무했고 우주 종사자의 소식을 전해주던 소식지에서 은경이 책임급 연구원으로 취직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취직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우주 종사자의 눈에는 엄청난 예산을 집행하는 국방정보산업의 핵심 그룹에 주요 결정자로 영입되었다는 소리 나 다름없었다. 그녀와의 만남으로 은경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국가 기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종이접기라는 거 우주에서는 꽤 유용한 기술이거든. 종이를 접는 게 아니라 다른 걸 접는 거지만. 제일 간단한 건, 우주선에 달린 날개 같은 거 있지? 태양전지판. 날개를 펼친 채로 우주선을 발사할 수는 없으니까 접어서 날려 보냈다가 궤도에 오르면 원래 용도대로 펼치는 식으로 디자인을 하는 거야. 공간을 최대한 덜 차지하게 잘 접어놨다가 사고 없이 깔끔하게 촥 펼쳐지게 하는 게 관건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거든."

마지막 단편인 <알람이 울리면>은 판타지 오디세이 기획 전시에서 '징후'라는 제목으로 전시되었던 소설이다. 작은 눈송이가 내리던 밤, 스케이트를 타는 아내의 배경에서 문득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완벽하게 돌아가던 공원 풍경에서 왼쪽 커브가 아닌 오른쪽으로 커브를 돌며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오른쪽으로 커브를 도는 스케이트장은 없어."

오른발잡이가 대부분인 사회에서는 모든 트랙은 반시계 방향으로 돌게 되어 있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돌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함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 후 의심해 본 적 없는 일상에서 하나 둘 스케이트 장에서 느꼈던 이상한 위화감을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배명훈 작가의 신작뿐만 아니라 모든 장르문학의 발전은 장려해야 하는 일이고 응원받아 마땅하다.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도달한 지금, 낯설기만 했던 장르문학이 환영받는 시대가 되었고 유독 한국에서는 '순수문학'과 구분되어 오락성에 가까운 대중문학으로 인식되어 일반 독자들에게 외면당해 오던 장르문학이 역사와 권의를 지닌 순수 문학지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은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며 앞으로의 한국문학에 있어서 커다란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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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걸 크러시 - '남성' 말고 '여성'으로 보는 조선 시대의 문학과 역사
임치균 외 지음 / 민음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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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우리 민족은 결혼, 상장례 일상생활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유교적 예을 정착시키고자 노력하였다. 이는 종법의 실천을 통해 행해졌고 종법은 주자가 주장하는 효 실천의 방법으로 종법의 실천은 남녀 차별과 적서 차별이라는 가부장적 지배문화를 조성하였다. 그 결과,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다소 파격적인 제목이 눈에 띄는 [조선의 걸 크러시]는 남성의 그늘에서 벗어나 역사의 주체가 되어 살아간 여성들이 등장하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의 여성들을 조명하고 있다. 전체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부모의 복수나 며느리를 위해 원한을 갚는 여성 등 복수를 실천한 여성들을 모았고 2부에서는 왜장을 죽인 기생의 이야기, 의병장이 된 여성의 이야기, 조선의 경찰인 다모의 이야기 등 고전 소설의 영웅을 담았다. 3부에서는 남성을 능가하는 여성 시인, 소설가, 학자 등 그녀들만의 방법으로 자아를 실현한 여성들을 모았고 4부에서는 추한 외모를 극복한 여성, 전쟁 중에 사랑과 가족을 지킨 여성 등 자신의 의지로 사랑을 지켜나간 여성들을, 마지막 5부에서는 제주에서 정조의 부름에 한양과 금강산을 유람했던 여성 기업가, 조선 최고의 여가수 등을 담은 뛰어난 기개와 재주를 지닌 여성들을 담고 있다.


조선의 여성 검객


안석경이 지은 [십교만록]에 수록되어 있는 이야기로 한 여성이 소응천을 찾아와 첩이 되겠다며 허락해 달라고 하지만 그는 여성의 정체를 의심하며 거절한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왔다는 그 여성을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 그 여성은 술과 안주를 차려 놓고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기 시작하게 된다.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여성은 어느 양반집 아가씨의 몸종이었다. 아가씨가 9살이 되는 해에 권세가에 의해 가문이 멸망당하게 되고 어렵게 목숨을 건진 아가씨와 몸종은 복수를 꿈꾸게 된다. 그녀들은 남장을 해 검객을 찾아 길을 나섰고, 그렇게 2년을 헤매다가 검객을 만나 검술을 배워 하늘을 날 수 있을 정도의 고수가 된다.

마침내 원수의 집을 찾아간 그녀들은 인정사정없이 잔인한 복수를 하게 된다. 그렇게 복수를 끝낸 그들은 날 듯 가볍게 돌아왔고 아가씨는 목욕을 마치고 부모님의 무덤으로 찾아간다. 무덤 앞에서 복수했음을 고한 그녀는 원수를 처단한 검으로 자결을 택하게 된다.

"달빛을 타고 춤을 추듯이 칼을 휘둘렀습니다. 칼날이 닿는 곳마다 머리가 떨어져 금방 수십이 되었습니다. 원수의 집 안팎식구들이 모두 붉은 피를 쏟으며 쓰러졌습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우리는 춤추듯 날아서 돌아왔습니다."



이매창, 시골 기녀의 시가 문인들의 마음을 흔드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오랜 친구였던 고결한 성품의 여성이 있었다. 나 역시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처음 들어봤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인 이매창이라는 여성이다. 중인 신분인 아버지와 관아에 소속된 관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 역시 부모의 신분으로 인해 지방 관아에 소속된 관기의 삶을 살았다.

그녀는 그리 예쁘지 않았지만 춤과 노래를 잘했으며 거문고를 특출나게 잘 다루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보통의 기녀들도 가진 재주이기에 특별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다른 기녀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기녀들이 갖추어야 할 기예 외에도 시와 문자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녀의 글솜씨는 전국으로 퍼졌고 학자인 허균의 귀에까지 들어가 친한 친구가 되었다.


"이화우 흩날리재 울며잡고 이별한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루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당시 유명한 시인이었던 유희경과 이매창의 사랑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평소 기생을 가까이하지 않았던 유희경은 자신과 같은 천민 출신일 뿐만 아니라 글에도 재주가 있었던 그녀이기에 사랑할 수 없게 되었다. 임진왜란으로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했고 유희경의 그리움을 담은 매창의 시가 가슴에 와닿았다.


석개, 조선 최고의 여가수, 나는 노래하리라


유몽인이 지은 [어우야담]에 실려 있는 내용으로 조선 시대 최고의 가수였던 석개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녀는 중종의 셋째 서녀인 정순옹주와 혼인한 여성군 송인의 여종으로 예쁜 외모와는 거리가 있었다.

"얼굴은 늙은 원숭이처럼 생겼고, 눈은 좀 대추나무로 만든 화살같이 찢어졌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 석개는 여종으로의 신분도 잊은 채로 노래만 불렀고 매를 맞아도 그녀는 노래 부르기는 바뀌지 않았고 그녀의 노력을 가상하게 생각한 여성군 송인은 석개에게 노래를 배우게 한다. 곧 그녀는 장안에서 제일가는 명창이 되었고 높은 권세가들의 연회에 불려 다니며 당대의 인정을 받게 된다.

1500년대의 석개가 있던 조선은 바로크 이전의 르네상스 중후기이다. 고음악이라고 불리는 바로크 이전의 조스캥, 탈리스, 라소는 낯설지 않으면서 우리 음악사에 무지했던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남성 중심의 조선에서 여성의 기록이란 매우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경이롭고 흥미로운 소재이다. 이 책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조선의 여성들을 살펴보며 가부장적 문화에 종속되어 살아가던 여성들이 당시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을 해내며 살아간 기록을 살펴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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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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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전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을 때 한국의 독립은 불가능하게 보였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도 승리하고, 러일전쟁으로 러시아를 몰아냈으며, 영일동맹으로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가쓰라 태프트 협정으로 미국이 필리핀을 차지하는 대신 일본이 한국을 차지한 다는 밀약을 맺었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독립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그런 불가능한 일을 가능으로 바꾼 기적을 만들어 내며 독립을 이루게 되었다.

 

 

"테세라오 트세난

화국 이름이 아니라 라잔 이름이었다."

 

최근 [파친코]의 이민진, [사라진 소녀들의 숲]의 허주은, [작은 땅의 야수들]의 김주혜 같이 타국에서 한국문학을 널리 알리려 노력하는 작가들이 인기다. 하지만 이윤하 작가의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는 그녀들의 소설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SF라는 장르 위에 한국 독립이라는 시대상을 심은 특별한 소설이라는 점이다. 한국 독립운동을 다룬 수많은 소설들이 있지만 SF라는 장르 위에 그려진 소설은 드물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두 작품이 전부인데, 하나는 복거일 작가의 [비명을 찾아서](장동건 주연 영화 '로스트 메모리즈'), 그리고 이윤하 작가의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이다.

일제강점기를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화국(조선)과 라잔(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라잔의 지배를 받고 있는 화국민 제비는 화가로 일하기 위해 라잔의 화가 채용 시험에 응시한다. 하지만 응시에 떨어지게 되고 응시를 위해 라잔국 언어로 개명한 것을 언니 봉숭아에게 들키게 되고 그녀와 다툰 제비는 집을 나오게 된다. 집을 나온 제비는 그의 친구 학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게 되고 호기심에 들어간 방위성에서 장관 대리 하판덴에게 같이 일해 줬으면 하고 권유하게 되는데 하판덴은 언니 봉숭아가 반란군과 연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같이 일하게 된다면 그 사실도 모른척해준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방위성에서 일하게 된 제비는 자동 기계 용 '아라지'를 다루는 문양을 연구하는 일을 하게 되고 문양을 통해 전쟁 도구로 사용될 아라지와 문양으로 소통해 구속되어 있는 아라지를 구출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책을 접했을 때 살짝 당황했던 것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제비의 언니 봉숭아의 아내라고 표현된 초반 부분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는데 화국과 라잔의 세계관은 성별 구분의 의미 없는 동성과의 사랑 주를 이룬다. 주인공인 제비도 그의 감시자이지만 연인이 되어 버린 베이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윤하 작가가 살고 있는 미국의 정서 때문인지 아니면 이윤하 작가의 이상향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세계관이었다.

주인공 제비를 떠올리면 채만식 작가를 떠오른다. 일제 말기 채만식 작가는 어쩔 수 없이 친일 문인의 대열에 끼어야 했다. 불온 독서회를 배후 조종했다는 협의로 경찰서에 붙들려 갔다가 풀려난 일이 있었다. 그때 그를 구해준 것은 친일 문인 단체인 '조선문인협회'라는 데서 날아온 엽서 한 장이이었는데 이것이 빌미가 되어 친일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민족의 죄인]과 같은 작품을 통해 이 시기의 자신을 비판하고 반성했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는 일제강점기에서 상처받았던 또 다른 측면의 사실성이 깃들여 있는 특별한 소설이며, 이것은 국적은 달라도 한국인은 조국의 상처와 아픔을 마음 한곳에 담아두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이윤하 작가의 소설에는 가슴에 와닿는 한국인의 정서가 있고, 조금 서툴지만 피부에 와닿는 한국인의 언어가 있다. 그녀의 언어는 언어라고 하기보다는 목소리라고 하는 것이 옳으며 그 목소리는 단순한 세태의 재현이 아닌 더 창조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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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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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언어로 이루어지는 모든 감각들은 그 자체로서는 하나의 의미의 훌륭한 작품이다. 그것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 닫혀진 감각의 문을 열고 거기에 들어가는 자신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닫혀 있던 감각 속에 감히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그 세계로의 표현이 감미롭고 유쾌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험난하고 힘든 것인가를 쉽게 이해할 것이다.

"세상은 얼마나 황홀하고 감각적인가. 여름철, 우리는 침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잠에서 깨어난다. 망사 커튼에 비쳐든 햇빛이 물결무늬를 만들어내고, 빛을 받은 커튼은 바르르 떠는 듯 보인다. 겨울철, 침실 창유리에 새빨간 빛이 뿌려지면 사람들은 동트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래서 잠결에도 그 소리를 알아듣고 절망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서 종이에 올빼미나 다른 육식동물을 그려 창문에 붙인 다음, 주방으로 가서 향기로우면서도 조금 씁쓸한 커피를 끓이는 것이다."

 

<감각의 박물학>에서 말하는 우리의 신체는 하나의 생태계와도 같아서 거기에 흐르고 있는 피는 조류와 비슷하며 우리의 몸과 감각은 태고의 모습에서 거의 변한 게 없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감촉, 맛, 냄새, 소리, 빛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단어는 인류의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하고 그것을 민속과 과학이라는 장르를 덧붙여 풀어나가고 있다.

 

"한 영혼이 세상에서 하는 가장 위대한 일은 보는 것이다.

선명하게 본 것은 모두 시이고 예언이며 종교다."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 중 아름답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연이 가진 색깔은 한결같이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색이다. 바람 부는 날은 바다가 흔들리고 바닷가 언덕 풀도 흔들리고 하늘도 흔들려 강렬하게 색으로 다가온다. 그 흔들림이 또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그런 바닷바람 속을 거닐다 보면 바람이 맑아 뒤에 두고 온 세상 풍경이 절로 잊힐 때도 있다. 푸른색을 펼쳐 놓은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와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에 드러내는 바다는 또 다른 바다의 모습이다. 비 오는 바다의 하늘을 흑백으로 바뀌고 검푸른 바다 빛만 존재한다. 모든 색을 흡수하고 모노톤으로 우리에게 보여 준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는 바다를 느끼는 모든 감각을 사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바다에서 불어는 바람을 뒤로 초가을이면 잘잘하게 피기 시작하는 보랏빛 해국들과 해당화들이 나의 모든 감각들을 유혹한다. 나는 이런 바다 풍경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들을 줄곧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내 곁에 함께 가는 이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면 얼마나 서운하고 두려워지는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의 언어인 이 책은 인간의 신체와 과학 간에 감각이라고 할 만한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앞에도 말했듯이 감각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일이란 결코 간단하거나 쉽지 않은 일이다.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을 향한 이러한 간절한 시선의 밑바닥에는 일종의 '실존'이라고 할 만한 어떤 정서가 깃들어 있다. 감각이라는 아름다움은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가능한 생물학적 에고이즘이 아닐까.

 

후각[Smell]

냄새에 대한 감각은 지극히 정확할 수 있지만, 어떤 냄새를 맡아본 적 없는 사람에게 그것을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반들거리는 새 책의 종이 냄새나, 등사기에서 갓 빠져나와 석유 내가 가시지 않은 인쇄물 냄새, 혹은 사체, 혹은 향수 박하니 층층나무, 라일락 같은 꽃이 뿜어내는 냄새의 미묘한 차이. 냄새는 침묵의 감각이고, 냄새에는 언어가 없다. 어휘가 부족한 우리는 말문이 막힌 채, 불명료한 쾌감과 자극의 바다에서 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빛이 있을 때만 보고, 입속에 뭔가를 밀어 넣어야 맛을 느끼고,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와 접촉해야 감촉을 느끼고, 일정 정도 이상이 되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숨 쉴 때마다 냄새 맡는다.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고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지만, 코를 막고 더 이상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 어원학적으로 말하면, 호흡은 중성적이거나 온화한 것이 아니다. 호흡은 '익은 공기'다 인간의 몸에서는 끊임없이 불을 때고 있다. 인간의 세포에는 아궁이가 있어서, 숨을 쉴 때 몸을 통해 들어온 세계를 살짝 익힌 다음, 약간 변화된 그것을 다시 내보낸다. p19

촉각[Touch]

모든 동물은 만지고, 쓰다듬고, 찌르는 것에 반응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든, 생명 그 자체는 신체 접촉, 즉 서로를 접촉하고 관계를 맺게 해주는 화학물질 없이는 진화할 수 없다. 신체 접촉을 주고받지 못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다 병이 들거나 접촉 결핍증에 걸릴 것이다. 태아에게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은 촉각으로, 신생아는 눈을 뜨거나 세상에 대해 알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촉각을 통해 느낀다. 우리는 태어나면 보거나 말할 수는 없어도 본능적으로 신체 접촉을 시작한다. 입술의 촉각 수용체 덕분에 젖을 빨 수 있으며, 따뜻한 것을 향해 손을 내밀어 움켜쥘 수 있다. 신체 접촉은 나와 타자의 차이, 나의 외부에 누군가, 엄마가 있을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엄마와 아기는 신체 접촉을 굉장히 많이 한다. 엄마를 만지고 엄마의 손길을 받는, 최초로 경험하는 따스함은 헌신적인 사랑의 기억을 평생토록 남는다. p141

미각[Taste]

다른 감각들은 혼자서도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길 수 있지만, 미각은 대단히 사회적이다. 혼자 식사하는 것을 꺼리는 인간에게 음식은 대단히 사회적이 구성 요소다. 반투족은 음식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 사이에 계약이 맺어지고 이들은 그때부터 '오트밀죽의 씨족'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개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므로 '빵을 함께 나누는 것'은 외부인을 가족과 연결시켜주는 상징적 행위가 된다. 세계 어디를 가나 중요한 사업은 식사를 하는 동안 이루어진다. 결혼식은 피로연으로 끝나고, 친구들은 기념 만찬 자리에서 재회한다. 아이들의 생일을 알려주는 것은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다. 종교 집회에서는 경외와 봉헌의 음식을 바친다. 길손들은 한 끼 식사를 대접받는다. 브리야 사바랭이 말한 그대로다. "사랑, 우정, 사업, 투기, 권력, 끈질긴 요구, 후원, 야심, 음모 등 모든 사회적 교류가 식탁 주위에서 이루어진다. " p221

청각[Hearing]

자궁 속에서의 휴식만큼 편안한 것은 없다. 정신 병동처럼 사방에 쿠션을 댄 방이었다. 우리는 욕망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신생아는 엄마 젖을 빨거나 그저 가만히 안겨 있는 동안 자궁의 끊이지 않는 박동 소리를 듣는다. 그 순간, 인생은 지속되고 살 만한 것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는 자신이 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우리는 자신의 심장이 멈출까 봐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이의 심장이 침묵할까 봐 두려워한다. 아침에 연인과 함께 침대에 누워 찰싹 달라붙은 두 개의 숟가락처럼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졸고 있을 때, 우리는 서로의 심장 뛰는 소리와 체온을 온몸으로 느끼며 평화로움을 만끽한다. P311

시각[Vision]

본다는 것은 아주 단순하게 시작되었다. 고대의 바다에서, 생명체의 피부에는 빛에 민감한 부분이 있었다. 이 부위는 빛과 어둠을 구별할 수 있었고, 빛의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기능은 아주 유용했고 눈이 발달하면서 물체의 움직임과 형태, 마침내는 세세한 모습과 색채까지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눈은 대양에서 생겨난 탓에 항상 소금물에 젖어 있어야 한다. 이제는 오직 그 풍부한 화석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캄브리아기 삼엽충의 눈이 역사상 가장 오래된 눈이다. 지금 나는 작은 삼엽충 화석을 넣은 목걸이를 걸고 있다. 5억 년 전, 늪지에서 번성했던 삼엽충은 한 쌍의 겹눈으로 주로 측면을 보았고 불행히도 위쪽은 보지 못했다. 한편 가장 새로운 눈은 인간의 발명품으로, 전자 눈, 반사망원경, 미세 수술이나 안과 검진, 심각한 시각장애에 사용하는 다중 렌즈 등이다. 식물에는 눈이 없지만, 로렌 아이슬리는 진균류 필로볼러스에 눈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에는 포자낭을 제어하는, 빛에 민감함 부위가 있어서, 가능한 가장 밝은 곳을 향한다는 것이다. p401

공감각[Synesthesia]

시간이 흐르면서, 신생아는 모든 감각적 인상을 분류하고 길들이는 법을 배우는데 그중에는 이름이 있는 것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이름 없이 남는 것들도 많다. 언어화되지 않는 것들은 명확하게 규정하기 힘들고 기억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아기방의 아늑함과 어렴풋함은 상식의 정밀한 범위 안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감각의 혼합은 그치지 않는다. '프랜시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구운 콩의 맛을 느끼거나, 거친 표면을 만질 때 노란색을 보거나, 시간의 흐름을 냄새 맡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 감각을 자극하면 다른 감각이 자극을 받는다. 'synesthe-sia(공감각)'는 그리스어의 'syn(함께)'과 'aisthanesthai(지각하다)'를 더한 말이다. 지각의 두꺼운 천은 여러 겹의 실을 섞어서 짠 것이다. 비슷한 말로 'synthesis'(종합)'가 있는데, 이것은 여러 가지 개념을 합쳐서 짠 생각의 천이고, 원래는 고대 로마인들이 입던 가벼운 무명천을 가리켰다. p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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