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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피 북 - 커피 한 잔에 담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니나 루팅거.그레고리 디컴 지음, 이재경 옮김 / 사랑플러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예나 지금이나 '커피'라는 단어는 낭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리고 요즘 2,30대 사이에서는 까페문화, 특히 대형체인화된 커피전문점의 천편일률적인 맛과 획일화된 분위기를 벗어던진 작고 아담한 개인까페를 찾아다니며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 역시 그 무리 중 하나일 것이다. 분위기나 맛은 제각각이지만 그 중심에는 분명 '커피'가 자리한다. 커피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까페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음료나 먹거리가 아닌 생활전반 깊숙히 자리한 문화를 주도하는 아이콘이다. 언제 어느때고 커피에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고 갖은 권모술수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커피는 아랍의 칼디라는 염소목동이 발견한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관심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커피북이라기에 커피의 종류나 전문적인 커피지식이 담겨있는 책일거라 생각하며 호기심어리게 보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그보다 더 중요한 커피의 역사와 커피가 우리손으로 들어오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생생하게 다뤘다. 어떤 커피책에서도 볼 수 없던 매우 유익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소비지의 겉모습이 아닌, 생산지의 열악한 환경에서 12시간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커피 한모금도 쉽게 마실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커피의 가치사슬이라 부르는 험난한 과정에서 커피를 사먹는 가장 윗단계의 소비자인 나같은 사람은 좀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보니 커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커피색만큼이나 진하고 암울했다. 낭만과는 좀체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었다.


커피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커피생산국과 소비지는 식민지와 피식민지라는 관계를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식민지들의 해방이 이루어진 지금에도 종속관계는 면면히 유지되오고 있다니 슬픈 현실이다. 다행히 독립국가로서 커피 주요생산지로 떠오른 브라질의 부상은 반가운 일이라 말한다. 그러나 나라간 과도한 경쟁과 상업성의 탐욕스러운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커피값때문에 빚을 떠안은 채 농사를 짓고 그조차 감당할 수 없어 도시로 떠나 빈민이 되어 비참하게 살아가는 커피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커피 한 잔 속에 쓴 맛으로 여운을 남기는 듯 했다. 하루 12시간이상 허리숙여 커피를 따는 고된 노동에도 겨우 1,2달러를 벌어 끼니해결조차 쉽지 않은 그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인데,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그들의 현실때문인지 커피 한 잔이 참 값싸게 느껴졌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1파운드들이 커피 한 통을 살 때 당신이 지불하는 가격은 단지 커피 원두 값만은 아니다. 당신이 커피와 만나기까지 발생한 모든 일, 즉 포장과 운송, 로스팅, 분류와 등급화, 정제, 그리고 수확에 들어간 비용 모두를 지불하는 것이다.    -P.209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장에서 언급된 '지속가능한 커피'와 '공정무역'에 관한 부분은 더욱 의미심장하고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생산지의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 커피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정무역'과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해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EBS에서 본 [히말라야 커피로드]라는 다큐멘터리는 '공정무역커피'에 관한 실제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정성스레 커피열매를 키우고 그 커피를 판 돈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며 커피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문득 너무 싼 커피만 쫓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긴 여행길에 오른 커피생두가 우리나라의 '공정무역커피'를 취급하는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으로 판매되기까지의 과정이 나오는데 소비자인 나의 구매심리를 직접적으로 자극하고 움직이게 했으며 '공정무역'에 대한 의식을 일깨웠다. 


공정무역은 수백 년 동안 커피 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커피 재배의 다른 측면, 즉 착취당하는 커피노동자의 처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외적인 환경문제와 달리 노동문제는 커피 산업 내부에 깊숙이 녹아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공정무역의 목적은 커피 가치사슬에서 커피 재배 농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도록 무역구조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P.353


오랫동안 고착되어 온 커피노동자들의 생활이 파괴될수록 최종소비자인 우리에게 돌아오는건 형편없는 커피맛이라는 걸 일깨우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덕분에 공정무역커피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비단 커피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은 그것을 생산하는 생산자와 노동자의 손길이 있다. 우리는 눈 앞에 놓인 이익과 손해만을 저울질하느라 그 사람들에게 돌아가야할 공평한 분배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커피'하면 낭만보다 착취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이 책은 커피 한 잔에 담긴 향이나 맛보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깨어있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의식변화로 커피농부들의 '지속가능한' 삶과 '지속가능한'커피가 별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 올바른 커피소비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커피 시장은 날이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암울하기만 했던 국제 무역 환경에 작지만 밝은 등불 하나가 켜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불빛은 다른 곳이 아닌 지금 우리 손에 들린 검은색 커피 속에서 스며 나온다. 이런 매력이라면 얼마든지 중독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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