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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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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대중 전대통령, 그 분의 정치적 배경에 대해선 잘 모른다. 네 번의 낙선 이후 늦은 나이에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그 후 한국인으로서는 첫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정도밖에는. 그러나 그러한 사실만으로도 그 분의 인생이 끝없는 시련과 굴곡으로 평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집권기간에는 남북통일을 위한 햇볕정책으로 야당의원과 국민들에게 비난받아왔다는 것도, 시간을 거슬러보니 그 분의 정치적 행보도 하나씩 떠오른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 이후 민주주의와 진보, 그리고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김대중 전대통령이 자주 거론되면서 그 분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작년 8월 18일 서거하셨다는 소식에 망연자실 하늘을 바라봤던 기억이 났다.  
 

그 분을 처음 뵜던 건 초등학교 가는 길목, 어느 담장아래 있는 대통령 후보자들의 포스터에서였다. 그 후 성인이 되어서도 그 분은 여전히 포스터속의 인물이었다.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을 떠나 재선, 삼선, 사선까지 도전하는 그 분의 정치적 야망과 명예욕에 그저 혀를 내두르며 포스트를 질리는 표정으로 흘려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뒤늦게서야 그런 나의 생각이 어리석음과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에 진심으로 부끄러워했다. 도대체 나는 그 분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일부를 전체인 양 비난하고 매도하면서 낮게 평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런 정치인으로서의 김대중 전대통령을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부 신문기자였던 저자의 신분에서 당시 시대에 감히 보여줄 수 없었던 한 사람으로서의 김대중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신문의 정치면에서 비춰지는 정치인의 모습은 어색하고 경직되어 있으며 근엄하다. 혹은 가식적인 웃음과 음험한 표정으로 상대편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그들의 사진이라도 보게 되는 날이면, 한참어린 나조차도 그들이 자기밥그릇싸움하는 아이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책 속에서 만난 김대중 전대통령의 모습에 무척이나 놀랐다. 정치인에게도 저런 인간적인 면모가 있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웃는 얼굴, 하품을 참는 모습, 책을 읽는 모습, 정원에 물을 주는 모습은 신문이나 티비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분의 얼굴이었다. 웃는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 전혀 다른 사람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굳은 의지를 믿고 당당하게 평생을 살아온 그 분의 얼굴에서는 강한 자신감이라는 아우라가 뿜어나오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당당한 아우라에도 친근하고 탈권위적인 인상은 왜 국민이 결국 그 분을 선택했는지 짐작케했다.
 

"늦더라도 국민은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믿습니다"
"국민이 제게 준 선물은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내가 사진을 통해 느낀 인상대로 저자는 그 분에게 끝까지 친서민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저자는 끝내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국민들 틈으로 다시 돌아와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민중사이에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이 어디 저자 한 사람의 마음일까. 1998년 2월 취임식이 있던 날, 일산에서 살던 집을 떠나던 그 분을 보내는 동네 주민들 틈에서 아슬하게 잡힐 듯 말듯 손을 내밀던 꼬마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대통령과 손을 잡겠다는 꼬마의 소원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5년 뒤에 다시 돌아오실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도 어긋났다. 그렇게 김대중 전대통령은 아쉬움을 남겨 놓은 채 멀어졌다. 
 

"사랑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것은 자기가 원치 않는 사람,
심지어 증오한 자를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분은 자신과의 약속은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승자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분이다. 또한 아내의 남편이면서 한 가족의 가장이었다. 옥중일기와 가족과의 편지교환은 어느 것하나 소홀히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과거의 정치인으로 남기에 아까운 한 사람을 누구보다 친근한 이웃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그 분은 그만큼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기자였지만 차별없이 대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저자는 그런 그분의 진심을 담은 사진들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을 것이고, 제대로 실어주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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