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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셰리 터클 엮음, 정나리아.이은경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물질 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를 통틀어 이르는 말.
사물의 구체적인 의미를 찾아보았다. 여러 의미 가운데 이 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지만 우리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기 전까지 개인에게 사물이란 그저 물질세계의 구성요소일 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의미있는 사물을 회고했다. 책제목을 들었을 때 나 역시 인생에 의미있는 사물은 어떤 것이 있었던가 생각해보게 됐다. 책의 각 파트에서 설명하고 있듯 추억이 깃든 물건부터 한 사람의 인생을 대입해볼 수 있는 사물까지 다양한 것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게는 수십년 전에 버려진 채 추억속에서 기억으로만 남겨진 사물들이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런 나의 소홀함과 달리 책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사물들은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살아숨쉬고 있는 듯 했다. 아직도 화자의 마음 한구석, 실제 그 사람의 인생에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형의 사물들은 더이상 기계나 물질이 아니었다. 사물을 통해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들여다보며 특별한 사물이 갖는 보통 이상의 특별함은 깊은 회상과 인생의 유한함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심장이 뛰는 따뜻한 가슴과 이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도 우리는 사물에 깊은 애정과 신뢰를 보내고 시간이 흐릴수록 의미를 더해가는 수많은 물질과 마주하게 된다. 물질만능주의와 그 세태를 비판하는 현대의 우리는 새로운 것을 쫓고 낡은 것을 버림으로서 욕망의 그늘진 면모만을 보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이 책에는 사물이 한 사람의 인생에 갖는 매우 사소한 개인의 경험이나 추억을 통찰력있는 시선으로 꿰뚫고 있다. 
 

의미 있는 사물이 지닌 놀라운 힘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과자를 통해 잊었던 맛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경험을 통해 그는 '추억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잊고 있었던 맛과 향의 세계로 돌아갔고, 동시에 새로운 추억까지 얻었으며 어린 시절의 상징적 정수를 되찾았다.    -p. 117


6개의 구성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공감했던 부분은 역시 애도와 추억의 사물들이다. 폴로라이드 SX-70, 다락방의 그림, 여행가방들은 사물에 관해 추억하는 따스함과 절대적 지지, 호의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개인의 경험과 추억을 통해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자신이 가졌던 생각이나 감정의 흐름을 읽으며 향수에 잠긴다. 특히 다락방의 그림을 통해 17세 소녀가 바라본 비현실적인 가족의 모습, 발달장애인 여동생과 부모님의 부재는 그림을 그릴 당시, 불안정한 사춘기소녀의 심리를 내밀하게 따라가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한다. 할머니의 밀대에 나오는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는 사물로 인해 연상되는 추억과 사람과 사람을 잇게 하는 사물의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부분에서는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사물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화자만이 가장 자세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화자가 말하는 의미있는 사물과 읽는 나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물들과의 간극은 아무래도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물에 얽힌 재미난 일화는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지만, 분석적으로 뎜벼들어 파고들 때는 좀 질린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물의 객관적 사실과 증명을 떠나 좀 더 포용력있고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와 쉬운 해석을 곁들였다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사물을 통해 본 인생철학이라는 거창한 책의 설명대로 이런 쉽고 가벼운 소재조차 난해하게 만드는 이야기구조때문에 뒤로 갈수록 지루하게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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