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 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와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의 협연
양성원.김민형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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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매우 꼼꼼하게 읽었다. 처음엔 그럴 마음 조금도 없이 대담집이니 슬렁슬렁 보려고 점심짬에 넘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속속 나오면서 빠져들어 형광펜을 잡기 시작했다. (나는 왠만하면 책에 거의 펜을 대지 않는 편이다)

첼리스트 양성원 님과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대담집이다. 읽으면서 나에게 있어서 클래식 음악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클래식은 바흐부터 18, 19세기를 거쳐 20세기 초까지- 아마도 말러나 쇼스타코비치 정도- 서양악기로 연주하는 곡을 말한다.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 부분은 논외로 하자) 작곡가들이 복잡한 음표 가득한 여러 형태의 곡을 쓴다. 과거에 갇혀있으니 곡 수로 세어보면 뭐 그리 많지도 않을 것이다. 똑같은 곡(악보)을 가지고 연주자들을 통해 음악이 실행(!) 되고, 대중은 그 과정을 통해 음악을 듣게 된다.

클래식이 신기한 것은, 같은 곡인데 연주자 마다 연주할 때마다 음악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데-음악은 시간예술이다- 이 장르의 묘미가 있다. 그래서 클래식에는 작곡가 분류와 연주자 분류가 쫘악 펼쳐져 마구마구 연결되어 있다. 암튼 우리는 연주자의 연주를 연주회장에 가서 들을 수도 있고, 레코딩으로 앱으로 유튜브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연주회에 가면 악기 실제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연주자가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음량의 크기를 이리 저리 조절하며 음률과 음색을 만들어 준다. 신기한 경험이다. 조금만 들어봐도 ˝아! 실제 소리는 이렇구나˝하고 알게된다. 그간 들어본 건 다 뭐지?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다 싶다. 근데 좋은 스피커로 소리 크게해서 들어보면 이건 또 신세계다. ˝실제보다 더 좋은데?˝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그래서 이 두 쪽이 다 나름 의미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튜브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연주들을 검색해서 들어볼 수 있겠나 생각해보면, 유튜브와 앱에 감사해서 절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내가 피아노를 치고 싶어하는 감정과 이 즐거움은 뭔가 생각해봤다. 연주자 발끝도 못따라 가지만 내 스스로가 악보를 더듬으며 손가락을 움직여서 피아노를 통해 소리가 나고 음악이 되어갈 때... 이건 또 다른 희열이다. 미스터치도 많고 내가 원하는 그 소리가 안나와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바로 내가(!) 이 곡을 치고 있다는 것, 이 곡에 다가가서 작곡자의 의도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 듣는 건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지만, 연주를 해보는 건 사랑하는 대상을 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와~ 내가 썼지만 엄청 에로틱한 표현이네)

이 나이에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 첫사랑의 설레임 같은 걸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 배신당할 일도 없고 속끓일 필요도 없는 아주 괜찮은 존재를 만난 것. 음악이 내게 주는 새로운 행복이다.

#클래식음악에대한나의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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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책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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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년에 음악회를 몇 번이나 갈까
성용원 지음 / 현대문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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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 성용원 선생님의 음악칼럼 모음집이다. 내가 클래식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사실 최근이다. 어릴적 피아노 치고, 학교 때 배우고, 행사나 초청으로 간혹 갔던 공연장은 일종의 당연했던 경험이다. 그러다 팬더믹때 클래식 공연장의 맛을 깊이 느끼게 되고, 남편도 같이 가주고, 이사하면서 피아노 모셔놓게 된 #소소재 에서 35년만에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클래식에 더 관심있는 사람이 되었다. 입문자 정도 된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에 대답을 하자면, 나는 ˝일 년에 음악회를 스무번쯤 간다˝. 첫 해엔 열번쯤이었는데 작년엔 스물 네번 갔더라. 풀타임 직장인이 음악회를 이만큼 가려면 내입장에서는 엄청난 시간과 체력을 투자하는 거다. 물론 돈도 쫌 든다. 점점 욕심이 더 나지만, 그냥 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열심히 다닌다.

연주를 들으러 다니면서 생긴 깨달음 중 하나는, 듣는 사람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왠만하면 1시간 공연장에 일찍가서 알람 맞춰놓고 30분쯤 눈을 붙인다. 잠이 오면 자고 아니면 아닌대로. 그러고 몸을 좀 쉬고 편안한 상태에서 들어가야 음악이 잘 흡수된다. 연주자는 평생을 노력해서 무대에 서는 건데, 듣는 사람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물론 가기전에 들을 곡을 예습하고 가면 더 듣기 편하다. 근데 예습까지 하고 가는 건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냥 가는 날이 더 많다. 하지만 연주를 듣고 나오면 그 날 좋았던 레파토리 하나를 유튜브 찾아서 돌아오는 차에서 듣는다. 그 드라이브 시간이 참 좋다. 연주회가 연장되는 느낌이고, 실황과 녹음의 차이점도 느낄 수 있다.

클래식을 이제서야 발견하게 되어 아쉽다 생각하진 않는다. 이제서야 발견해서 좋은 면도 있다. 새로이 뭔가를 탐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는게, 그 장르가 무궁무진하다는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 지금부터 ˝일년에 12번쯤 음악회에 가면˝ 들어본 곡이 계속 쌓일 거다. 그러다 보면 클래식 근육이 붙을 거고, 점점 더 음악에 푹 빠질 수 있을테지.

아! 책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내 이야기만 하는 습성이 또 나왔다 ㅎㅎ 이 책은 클래식을 가볍게 재밌게 접근하는데 도움되는 책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이야기도 나오고 정치인 ‘김은혜‘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가격대비 책의 퀄리티가 너무 좋다. 요즘 1만2천원 올컬러는 처음 본다. 저자가 출판사랑 무슨 관계신가 의심된다^^

#나는일년에음악회를몇번이나갈까
#성용원
#무슨책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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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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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생의 서사는 있다. 저자인 조승리 씨는 15세경 시력이 약해져서 전맹이 된 분이다. 현재는 안마치료사로 일하고 있으시고. 그 하나는 확실히 남들과 다른 서사가 있으신 분.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서사가 아니다. 어릴적 환경은 힘들었다. 부모님이 승리씨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심지어 아기때 버려질 뻔도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상상할 수 있는 서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글로 적은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매우 생기발랄하다. 탱고를 배우고 대만에 친구 세 명과 해외여행을 조직해서 나간다. 대부분 조용히 일을 하지만 때론 손님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진심의 교류를 한다. 맞이하는 모든 일에 긍정의 포인트를 찾아낸다.

나는 가족 중에 시이모님이 거의 선천적 맹인이셔서 맹인의 삶을 좀 안다. 결혼 초기에 근처에 살아서 시어머니보다 자주 뵈었었다. 안마치료사셨는데 외모가꾸기에 진심이셨다. 손님들 보기에 나쁘지 않아야 한다며,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시고, 옷도 예쁘게 입으시고, 화장도 항상 빨간 립스틱으로 포인트를 주시는데, 눈뜬 나보다 훨씬 깔끔하게 입술선을 그리셨다. 물론 수입도 좋으셔서 식구들한테 잘해 줄 정도는 되셨다. 솜씨도 어찌나 좋으신지 한 번은 총각김치를 담았다고 나눠주시는데, 그게 너무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선천적 전맹은 오히려 후천적인 경우보다 살기가 더 낫다고 하셨다. 하지만 색깔 같은건 정말 궁금하다고... 그래도 누군가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그걸 미안해하셨다. 하지만 항상 유쾌하시고 성격 좋으셨던 이모님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도와드리는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맹인의 글을 읽으며 눈 밝은 사람으로서 상대적 안도감을 얻는 차원같은게 아니라, 승리씨의 글은 글로써 매력이 있다. 올림픽 메달 딴 선수들이 들려주는 고생에서 우러나오는 인생담 같은 거랄까. 좋은 에세이 한 편 읽는 것은, 밥먹어 얻는 것과는 다른 묘한 포만감을 준다. 그런 느낌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
#조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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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8-11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물선 님은 늘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먼저 읽으시는데
저는 언제 읽을지 기약이 없네요. 이책도 님의 글을 읽으니 엄청 읽고 싶다요!! 😭

보물선 2024-08-11 16:08   좋아요 0 | URL
이 북도 있으니 수월하실거예요. 저도 이 책은 이 북으로 봤어요. 글을 공부하지 않은, 날것의 글이 참 좋아요!
 
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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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에 대한 인용이라는 이슈는 둘째치고, 난 이런 소설을 왜 쓰는지 이해가 안갔다. 이런게 ‘오토 픽션‘이라고? 너무 성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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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송골매 - 교유서가 소설
이경란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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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적으로 완독한 책들이 우연치 않게 나랑 세대적 특성이 완전히 겹치는 소설과 에세이였다. 내 나이 즈음의 여성들이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도 크고 어느정도 기술도 완숙되었기 때문에 작품이 많이 나오는게 아닐까 싶다.

<디어 마이 송골매>는 학창시절 송골매를 좋아했던 현재의 아줌마(!)들이 송골매의 재결합 콘서트로 다시 뭉치게 되는 이야기이다. 신기한 것은 소설이 쓰여지고 있던 시기에 진짜 송골매가 콘서트를 했다는 것이다. 2022 ‘열망‘콘서트! 2023 KBS설기획 ‘비행‘ 콘서트!! 송골매가 이 소설을 완성해 주기 위해 콘서트를 기획한게 아닐까 의심스럽다ㅎㅎ

당시 송골매의 위상을 아는 세대라면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나는 송골매 십년쯤 후의 발라드 세대이긴 하지만, 송골매의 노래도 거의 외울만큼 좋아한다. 그래서 소설 보면서 송골매 노래, 나오는 팝 음악 찾아들으며 키득키득 재미있게 읽었다. 음악의 이지 리스닝처럼 편안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찾으신다면 읽어보셔도 좋겠다.

#디어마이송골매
#이경란
#교유서가
#무슨책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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