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만나는 정이현 소설집. 그동안 그녀는 두 딸의 엄마가 되었고, 소설을 팍팍 쓰지못해 안달이 났을 것이다.표지의 촉감이 무척 좋은 이쁜 소설집을 낸 것을 축하한다. 냉소적인 듯 하지만 은근 따스한 그녀의 글은 역시 찰지다. 살아있다, 정이현.
요즘 알라딘 굿즈가 그래이사 굿즈보다왠지 딸리는 느낌적인 느낌...그래도 알라딘을 못떠나는 `나(me)`이지만 ^^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하자. SF 말고.
은결(세탁소 보조 로봇)의 존재를 신기해하던 동네 주민들은 방송이 나갔을 때 한두 주쯤 반짝 관심을 보이곤 어느덧 익숙해진다. 일상의 일부가 된다. 일반인이 잔일에 부려먹기에는 다소 기능이 과하다 싶은 고가의 로봇보다 중요하거나 피곤한 일들이, 영원히 마르지 않는 빨래처럼 일상 곳곳에 널려 있다. 세상은 한 통의 거대한 세탁기이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젖은 면직물 더미처럼 엉켰다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닳아간다. 단지 그뿐인 일이다. - 29 p.
삶은....데어버리도록 뜨겁고 질척거리며 비릿한 데다, 별다른 힘을 가하지 않고도 어느 결에 손쉽게 부서져버리는 그 무엇. - 115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