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골목 - 진해 걸어본다 1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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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넘은 엄마와 쉰인 아들이 고향인 진해를 함께 걸으며 나눈 수다(!)기록이다. 엄마는 마흔 넷에 혼자되셨고, 아들 둘을 훌륭히 길러내셨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하렴˝하시며...

물론 글은 작가인 아들이 촘촘히 잘 쓰지만, 결론은 엄마말이 진리이다. 이래서 어른들 말 들으라는 거구나 느낄만큼, ‘이거다 이거‘라고 밑줄치게 만드는 구절들이 구구절절이다. 스치듯 한마디 하시는 엄마의 말씀은 모두 명언!

어쩌다 이 긴 세월 홀로 지내셨냐는 질문에 ˝그러게말야...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한다 느껴졌˝다고 하시며, 이제는 그저 남편이 안개같은 존재라고 하신다. 어느날 문득 앨범을 싹 태워버리신 걸 보면 과거를 지니고 산다는게 한 순간 부질없게 느껴지셨나 보다. 그러나 아들과 걷기를 하며 사진 한 장 안남기신걸 곧 후회하신다. 그만큼 그 분이 일찍 가신게 원망스러우셨구나 생각도 든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김민희가 ˝다들 사랑할 자격 없어˝라고 술취해 소리치는 소리가, 나에게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사랑사랑 아무리 멋진 언사를 갖다 댄다 하더라도, 사랑의 대상 옆에 살아있는 존재로 살아주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인 것이다.

삶이라는 건 누구나 다 신산스럽고 지지고 볶는 것... 그런 삶을 같이 지탱해주고 일상속에 존재해주고 늙어감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매력적인 면만을 쫒는다면 짝짓기 시간에 아름답고 건강한 수컷을 고르는 동물의 생애와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닐까...

앗! <엄마의 골목>에서 이야기가 너무 빠져버렸다^^ 엄마가 있으신 분들은 잠시라도 엄마랑 걸어보시라. 그리고 글로 적어 보시라... 생각지도 않은 명언을 적게 되실 것이다. 다정다감하진 않았던 울 엄마지만, 지금 보고 싶다.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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