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은 익어가기 좋고,겨울밤은 깊어지기 좋다.봄밤은 취하기 좋고가을밤은 오롯해지기 좋다.당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무엇이‘ 익어가고 깊어지는지,취하고 오롯해지는지 묻는다면?‘무엇이든‘이라 대답하겠다. - 12 p.------------------첫문장부터 딱 좋다. 문장에서 묘한 끌림이 느껴진다. 이래서 산문은, 에세이는 아무나 내는게 아닌거다. 미묘하게 뭔가 다르다. 곰곰 씹고 싶은 문장들이 통발에 물고기 걸리듯 올라오는 것들이 있다. 아... 오늘은 취하기 좋은 봄밤인데, 현실은 집콕이다. 집은 취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고 함께 취하고픈 동무도 없다. (남편이랑의 술은 ‘반주‘로 족하다.)과연 올해, 취할 봄밤을 하루라도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정녕 취하고 싶은 금요일 봄밤이다.
작년에 출판된 신예작가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두 책은 <일의 기쁨과 슬픔>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가장’이라는 최상급을 쓰면서 두 권을 꼽은게 좀 어색하긴 하다.) 둘 다 여성 작가의 단편집인데 <일..>은 철저히 직장이라는 현실에 기반해서 쓴 단편집이고, <우리..>는 SF소설상을 탄 작품이 두 개나 수록되어 있는 SF소설 단편집이었다. <우리..>에서 특히 맘에 들었던 작품은 '관내분실'과 '감정의 물성'이었다. 고르고보니 내가 고른 이 작품들은 그 중 그닥 SF스럽지 않은 작품들인 것 같다. 이 두 권을 함께 엮어보는 것은 두 권이 모두 색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독특해서이다. 과거를 이야기하든, 현실을 다루든, 미래를 상상해서 쓰든,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준다면, 나는 굳이 장르를 나누는 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읽는 동안 즐겁고 읽고 나서 여운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글 아닐까?이런면에서 구병모와 윤이형 같은 작가는 참 재능있는 작가들이다. 재능있는 이런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꾸준히 낼 수 있는 토대가 어서 갖추어지길 바란다.#일의기쁨과슬픔 #장류진#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 #김초엽 #구병모 #윤이형 힘내요! #무슨책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