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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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를 이용한 정책, 행정이 점차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시한 책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실체도 없는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면서 마치 이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이책은 정보혁명 (4차 산업혁명)이 불러 일으킬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정보혁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보혁명을 이용하는 주체가 자본주의적 사고, 신자유주의적 사고이기 떄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비교를 하자면 예전에는 새로 직원을 채용할 때 수많은  이력서에서 인종, 학벌 등으로 상당수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차별을 했다면, 현재는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지역 또는 각 개인이 스스로도 알지못하는 각 개인의 취향으로 걸러지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빅데이터를 이용할 때 부정적인 목적 (대상자 중 일부를 걸러내는 것 등)이 아니라 긍정적인 목적(원하는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을 찾는 것 또는 그릇된 시각으로 인재를 놓치는 것을 가능한 한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 등)로 바꾸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대부분의 문제를 피할 수 있으리라 느꼈다. 결국 빅 데이터나 정보혁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사고가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빅데이터를 이용하려는 것 자체가 효율과 이익을 위해서이니 자본주의적 사고를 완전히 떠날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평등, 인권 문제 등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대한민국도 차별이나 편견에서 오는 불평등이 엄청난 나라이니 만큼 정보혁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위험성을 항상 주지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이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결론부분에 잘 정리되어 있는데, 시간이 없다면 이 부분만 읽는 것도 추천한다. 교수와 월스트리트 금융직을 거쳐 이 책에서 나온 문제해결을 위한 저자 캐시 오닐의 경력도 무척 흥미로우며 앞으로의 활동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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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제자 교육법 - 자투리 종이와 천에 적어 건넨 스승 다산의 맞춤형 가르침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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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이 자신의 제자들을 위해 남긴 충고를 담은 책이다. 책에서는 좀 더 세분화하여 글들을 주제에 따라 분류하였지만, 이 책에 실린 다산의 글의 주제는 내가 보기에 크게 2가지로 나눈다. 학문에의 권유와 출세와 성공에 대한 허무주의적 사고이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글은 공부 식량이다. (맞춤형 가르침이라는 책소개에 대해서는 다산의 제자들을 잘 알지 못해 확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서 다소 안타까왔다.)


- 가래 끓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서, 눈빛이 천장만 쳐다보게 될 때 돌이켜 평생 한 가지 말할 만한 사업조차 없고, 죽은 뒤에는 온갖 처량하고 괴로운 일들뿐임을 생각하다가, 몸이 차게 식기도 전에 이름이 이미 스러져버리는 자는 대체 어떠한 사람이란 말인가?

조선후기이지만 유교사상에 따라 구축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국가에서 관리로 등용되어 살아간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염세주의 사고방식이다. 책 후반부에 학문에 대한 권유와 관직에 나아가 백성들을 위해 일하기를 권면하는 내용의 글이 많을 것을 보면, 이런 사고방식은 아마도 당쟁으로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향살이를 하게되면서 가지게 된 사고방식으로 보인다. 또한 몇몇 글에서는 기독교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글도 제법 있었는데 그가 천주교 신자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특히 가난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 나 땅문서를 믿으랴 같은 글은 성경의 산상수훈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다산의 글을 먼저 읽는다면 예수의 말 속에 나오는 '가난'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이기적인 욕심이 만연한 현재는 신앙생활을 하고 성경을 읽는다하더라도 그 의미를 너무 이기적으로 해석하는 듯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다산의 글이 그런 점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의 구원같은 현재 기독교에서 볼 수 있는 내용보다는, 자신의 삶이 유한한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 것을 노리는 탐욕을 버리고, 자신이 정신적으로 만족하고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을 이루기를 바라는 상당한 정신 수양의 결과물 같은 글이 많았다. 유학자 또는 실학자라는 선입관과는 거리가 있는 인생을 좀 아는 인물로 새롭게 다산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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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비결 - 사기, 성공하는 관계를 말하다
박영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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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기나 열국지를 읽을 때면 항상 오자서나 오기가 나오는 부분을 좋아했다. 이야기 자체가 가장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원하고 목적하는 바를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운 사람들의 삶이 (자기계발서를 읽은 마음 비슷하게)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의 비결>은 사기에 관한 책이지만 이러한 한 사람의 모험담, 성공담 보다는 인력의 용인술에 주목한 책이다. 그런 이유에서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에 가장 많은 지면을 사용하고 있다.예전에 초한지를 접했을 때는 단순하게  항우가 지고 유방이 이기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몇년 전 주위사람이 초한지의 주제는 한사람이 모든 일을 할 수 없고 각 분야에 전문가에게 일을 맡여야 성공할 수있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더 뛰어났지만 주위사람들을 운용하는 데 실패했던 항우의 이야기는 현재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초한지의 주제를 듣고나서 삼국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 내 나름대로로의 삼국지의 주제는 군주가 신하를, 윗 사람이 아래사람을 믿고 신뢰하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야기 자체는 유비의 촉나라 중심이고 제갈공명의 활약이 가장 재미있지만 성공적인 나라는 조조의 위나라였다. 두 나라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대비되는 것은 조조가 부하의 잘못을 덮어주기 위해 주우사람들의 얼굴에 붓칠을 하여 자신의 후궁을 희롱한 자를 못 찾게한 일과 읍참마속의 고사처럼 자신이 아끼는 부하지만 군율을 위해 죽이는 일이다. 그 이외에도 조조는 자신의 신하를 아끼고 잘 대우했지만 제갈 량은 꾸준히 관우, 장비를 견제하고 위연을 결국 반란을 하게 만드는 등 조직내에서 신뢰가 부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자신의 욕심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지 못한 항우 이외에도 2인자의 자리에 만족하지 못해 결국 반란을 일으키다 죽는 한신과 같은 인물들과 자시노다 아래에 있었고 흠도 많았지만 친구 관중을 천거한 포숙아나 자신을 죽이려고 까지한 관중을 용서하고 등용한 제환공 등의 모습을 보면 이 책이 말하는 성공하는 관계란 결국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상대방을 용서하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도 오랜 세월 자신들의 사사로운 욕심으로 나라살림을 거덜낸 인물들을 단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인물들이 지난 세월 서로 믿고 챙겨주었을 지는 몰라도 결국은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삶은 그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국민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사기 속에서 성공한 관계를 말한 <관계의 비결>가 말하는 바는 결국 소탐대실이고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감정과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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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탐닉 - 미술관에서 나는 새로워질 것이다
박정원 지음 / 소라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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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은 미술작품 감상책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몇권 안되는 책들 중 하나다. 인상파다 입체파다 하는 미술사조를 떠나 작품을 보며서 드는 생각들을 모았는데, 정말 공감이 많이 된다. 주로 인물화에 대한 감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른 종류의 그림 역시 사람과 관련되는 그림이다. 불안한 정서를 담은 그림이 많았던 것 같다. 


책의 맨 처음 등장하는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은 전에 한번도 본 적 없는 작품이다. 클림프의 키스가 키스하기 바로 전의 순간을 다뤄 가장 가슴 뛰면서 행복한 순간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키스하는 순간을 그렸기는 하지만 서로 얼굴을 볼 수 없고 입술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라 행복하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본 레이디 호크와 비슷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또는 이 남녀가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가면을 쓰고 키스하는 장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어야할 키스하는 순간을 그렸지만 행복한 마음보다는 애처롭거나 불안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는 정말 역겨운 그림이다. 먹는 대상이 아들이 아니고 다른 일반적인 음식이라도 사투르누스의 탐욕스러우면서도 겁에 질린 표정때문에 불쾌한 그림인데 그 먹는 대상이 아들이라니! 내 생각으로는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본 K라는 사람이 내가 접한 사람들 중 가장 악한 사람이라고 보는데 (이 사람도 그 나름의 장점은 있기는 하다), 그 사람이 한 행동 중 기억나는 것 하나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쓰는 돈을 무척 아까와하는 것이었다. 진화론과 이기적 유전자 책 내용을 완전히 추종하지는 않아도 나의 존재의 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을 키우고 교육하는 것이라 평소에 생각해왔으므로, 이런 사람들의 이기심을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최악의 이기심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도 그 동안 이런 사람들이 주류였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욕심을 극대화하면서 청년시대의 갈 길을 막고 급여를 줄이는 등 우리사회의 장년층의 모습은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와 다를 바가 없거나 더욱 추악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긍정적인 그림도 소개하고자 한다. 앤드류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자신의 자애를 이겨내고 자신의 집 주위를 기어다니며 생활한 크리스티나 올슨이라는 여성이 (아마도 자신의) 집을 응시하는 뒷모습을 그렸다. 그녀의 육체는 연약하고 왜소햅지만 고개를 쳐들어 언덕 위의 집을 보는 모습은 어떤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용기와 힘이 되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에 대한 작가의 말을 옮기면서 다른 분들과 감동을 나누고 싶다.



나에게 있어서 이 그림은 많은 이들이 절망적이라 여기는 삶을 극복했던 그녀의 특별함을 인정하고자 하는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 앤드류 와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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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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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글을 읽었을 때는 진화론과 창조론을 주장하는 과학계에서 한 과학자가 살해되고 이를 수사하는 과학계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물 또는 범죄물이라고 생각하고 그 당시의 과학적 분위기와 유명한 과학자들이 소설 속에서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물론 이 예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다루는 과학적 논쟁의 대상은 진화론, 창조론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거짓말을 먹는 나무였다. 과학적 소재를 기대하며 책을 읽다가 비현실적인 내용이 책의 주요한 소재가 되니 뭔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책 후반에 나온 것처럼 이 나무의 의미가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일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읽고나면 이 책의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10대 소녀 페이스이다. 지적인 나이 어린 여성이 나오는 추리모험물이라서 최근에 읽은 피터 회의 수잔 이펙트를 연상시키기도 하였는데,지적이면서도 어떤 어려움도 두려워하지않고 공격적으로 문제를 대처핵는 주인공 페이스의 매력이 이 이야기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반면에 페이스의 부모나 삼촌 등의 등장인물들은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쉽게 말해서 짜증이 나는) 인물들이다. 이 인물들은 입체적이지 못하고 자신들이 가진 단점이 아주 극대화되고 희화된 매력이 없었다 (이렇게 인물을 만든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가진 엄청난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고 싸우다가 모두 자신의 생명을 잃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는 자연을 정복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연의 큰 힘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어리석은 인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책 중간 잠깐 언급된 선악과의 의미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자연의 힘과 비밀을 알고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자연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을 때보다 참혹한 결말을 맞게 되는 인류의 존재...

이 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매우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곳으로 이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그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가족에 대한 안 좋은 평판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 이야기처럼 거의 모든 주위사람들이 불친절하고 악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선악과와 연결되는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는 소재를 사용하였기에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인간 본성에 대해 작가가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 깊은 성찰의 결과를 내놓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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