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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탐닉 - 미술관에서 나는 새로워질 것이다
박정원 지음 / 소라주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그동안 읽은 미술작품 감상책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몇권 안되는 책들 중 하나다. 인상파다 입체파다 하는 미술사조를 떠나 작품을 보며서 드는 생각들을 모았는데, 정말 공감이 많이 된다. 주로 인물화에 대한 감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른 종류의 그림 역시 사람과 관련되는 그림이다. 불안한 정서를 담은 그림이 많았던 것 같다.
책의 맨 처음 등장하는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은 전에 한번도 본 적 없는 작품이다. 클림프의 키스가 키스하기 바로 전의 순간을 다뤄 가장 가슴 뛰면서 행복한 순간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키스하는 순간을 그렸기는 하지만 서로 얼굴을 볼 수 없고 입술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라 행복하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본 레이디 호크와 비슷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또는 이 남녀가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가면을 쓰고 키스하는 장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어야할 키스하는 순간을 그렸지만 행복한 마음보다는 애처롭거나 불안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는 정말 역겨운 그림이다. 먹는 대상이 아들이 아니고 다른 일반적인 음식이라도 사투르누스의 탐욕스러우면서도 겁에 질린 표정때문에 불쾌한 그림인데 그 먹는 대상이 아들이라니! 내 생각으로는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본 K라는 사람이 내가 접한 사람들 중 가장 악한 사람이라고 보는데 (이 사람도 그 나름의 장점은 있기는 하다), 그 사람이 한 행동 중 기억나는 것 하나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쓰는 돈을 무척 아까와하는 것이었다. 진화론과 이기적 유전자 책 내용을 완전히 추종하지는 않아도 나의 존재의 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을 키우고 교육하는 것이라 평소에 생각해왔으므로, 이런 사람들의 이기심을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최악의 이기심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도 그 동안 이런 사람들이 주류였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욕심을 극대화하면서 청년시대의 갈 길을 막고 급여를 줄이는 등 우리사회의 장년층의 모습은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와 다를 바가 없거나 더욱 추악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긍정적인 그림도 소개하고자 한다. 앤드류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자신의 자애를 이겨내고 자신의 집 주위를 기어다니며 생활한 크리스티나 올슨이라는 여성이 (아마도 자신의) 집을 응시하는 뒷모습을 그렸다. 그녀의 육체는 연약하고 왜소햅지만 고개를 쳐들어 언덕 위의 집을 보는 모습은 어떤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용기와 힘이 되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에 대한 작가의 말을 옮기면서 다른 분들과 감동을 나누고 싶다.
나에게 있어서 이 그림은 많은 이들이 절망적이라 여기는 삶을 극복했던 그녀의 특별함을 인정하고자 하는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 앤드류 와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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