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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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소개 글을 읽었을 때는 진화론과 창조론을 주장하는 과학계에서 한 과학자가 살해되고 이를 수사하는 과학계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물 또는 범죄물이라고 생각하고 그 당시의 과학적 분위기와 유명한 과학자들이 소설 속에서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물론 이 예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다루는 과학적 논쟁의 대상은 진화론, 창조론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거짓말을 먹는 나무였다. 과학적 소재를 기대하며 책을 읽다가 비현실적인 내용이 책의 주요한 소재가 되니 뭔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책 후반에 나온 것처럼 이 나무의 의미가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일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읽고나면 이 책의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10대 소녀 페이스이다. 지적인 나이 어린 여성이 나오는 추리모험물이라서 최근에 읽은 피터 회의 수잔 이펙트를 연상시키기도 하였는데,지적이면서도 어떤 어려움도 두려워하지않고 공격적으로 문제를 대처핵는 주인공 페이스의 매력이 이 이야기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반면에 페이스의 부모나 삼촌 등의 등장인물들은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쉽게 말해서 짜증이 나는) 인물들이다. 이 인물들은 입체적이지 못하고 자신들이 가진 단점이 아주 극대화되고 희화된 매력이 없었다 (이렇게 인물을 만든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가진 엄청난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고 싸우다가 모두 자신의 생명을 잃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는 자연을 정복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연의 큰 힘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어리석은 인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책 중간 잠깐 언급된 선악과의 의미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자연의 힘과 비밀을 알고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자연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을 때보다 참혹한 결말을 맞게 되는 인류의 존재...

이 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매우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곳으로 이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그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가족에 대한 안 좋은 평판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 이야기처럼 거의 모든 주위사람들이 불친절하고 악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선악과와 연결되는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는 소재를 사용하였기에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인간 본성에 대해 작가가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 깊은 성찰의 결과를 내놓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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