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습니다.
2003년은 참 이상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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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게 일어났습니다.
정말로 전쟁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이들이 있었고,
그 전쟁 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쪽 편에서는 그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누구는 전쟁이 벌어지는 그 땅으로 떠났고,
꼭 그 땅이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 그 전쟁을 치루어내었습니다.
너무 아픈 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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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전쟁을 겪은 그 나라는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전쟁을 벌인 그 나라는 잿더미가 된 나라에 가서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던 우리들은
그 땅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자
저금통을 모았고, 모금함을 돌렸습니다.
옷을 만들어 팔아 그 값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웃 나라 그곳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일어설 수 있을 거예요,
누구의 도움이나 누구의 계획이 아니라
당신들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의 손으로
꼭 일어서야만 해요!!"







가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
우리는 이름을 이어 썼습니다.
힘 없고, 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세상에 대고 이야기하자고,
나라의 윗자리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분들에게 이야기하자고
이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힘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침략군을 보낸 나라의 백성이고 싶지 않다고,
우리 군인 아저씨들을 침략전쟁터로 보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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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내 대통령과 정부는 우리 같은 사람들,
힘없고 약한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은
외면했습니다.
파병을 하겠다고 했지요.

막아야 한다, 그 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누군가 음식을 끊고 길로 나섰고,
그 곁에 소망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 천막을 찾았고,
꿈을 적은 잎사귀를 나무에 한 가득 걸었습니다.

보름 동안의 단식, 그리고 잇달아 이어진 백인이어굶기.











이제 혜화역 4번 들머리에 쳤던 소망의 나무 천막은 걷었습니다. 하지만 파병을 막는 시민단식 모임 - 소망의 나무 모임 일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소망의 나무 천막을 거둘 때 내다보이던 것은 바로 그 다음 주 국회에서 표결이 있을 거라 했기 때문이었지요. 그 때 우리는 국회 앞으로 모이자고, 파병 안에 찬성표를 던지러 국회로 들어가는 의원들 앞에서 마지막까지 간절하게 이야기해보자는 것을 계획한 것이었습니다.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리며 파병은 안 된다고 이야기하자고, 그것으로 안 된다면 그 앞을 가로 막아 우리를 짓밟고 들어가라고 끝까지 막아보기라도 하자며 말이지요. 그리고 똑똑히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파병, 그것은 끝내 우리 국민 모두를 살인자로 만드는 일인데 그 엄청난 결정을 내리는 그 순간, 그 사람들을 똑똑히 보자고 말입니다.


그런데 당시 예측하던 것과 국회 일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파병 안에 대한 국회 표결이 미루어진 것이지요. 해를 넘길 판입니다. 파병에 대해서야 4당 모두 보내는 것으로 합의를 한 상태, 언제 표결을 해도 통과를 시킬테니 그네들 가운데에는 서두르는 이가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들 밥그릇에 직결된 정치개혁관련법안을 가지고나 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에서 소망의 나무에서 준비한 것이 바로 "아주 특별한 음식점"입니다. 이것을 왜 하느냐고요? 그럴싸한 명분을 들어 에두르지 않고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첫번 째는 소망의 나무가 천막단식농성을 하면서 든 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가운데에서도 신문 광고를 내느라 쓴 돈이 모자라서 그 값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끼리 전쟁에 대해, 파병에 대해, 평화에 대해 마음을 모으고 나누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여론으로 결정권자들을 압박해가는 흐름이 필요하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잇달아 신문 광고를 커다랗게 내곤 했습니다. 우리의 간절함을 더 하기 위해 이어쓴 이름들을 가득 채워 광고를 내었습니다. 바끼통 이름이어쓰기 때부터 하면 모두 일곱 차례.  


물론 돈을 마련하기 위한 음식점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단순 돈벌이 하는 행사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름으로 한 해 동안 길게 이어져온 전쟁반대, 평화활동을 정리하는 자리가 될 수 있게끔 준비하려고 해요. 또한 앞으로 있을 "국회 앞 모이기" 때까지 파병반대의 뜻을 놓지 않고 힘을 모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했습니다.






특별한 음식점, 표를 팔려고 지난 이틀 참 많은 분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솔직히 호응이나 관심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 실은 '왜 자꾸 무슨 일을 벌이냐'고 눈쌀 찌푸리는 분 더 많지 않을까 싶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던 걸요. 첫날은 들고 나간 표가 모자라 못 팔 정도였어요. 그래서 급하게 마스터 인쇄를 해서 표를 새로 찍어 팔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우리 백창우 아저씨, 아저씨를 찾아갔어요. 표 몇 장이라도 팔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거예요. 우와, 그런데 아저씨가 그 날 공연을 해 주실 수 있다고 그래요. 아저씨 뿐 아니라 시노래 모임 나팔꽃의 김원중 님, 홍순관 님, 이지상 님, 이수진 님까지.

너무 좋아 큰일 났어요. 이 아저씨들이 공연한다 하면 일부러 예매를 해서 보러 오는 사람들만 해도 꽤 많을 텐데, 우리 음식점 완전 불이 날 것 같거든요. 이거 어떻게 하지? 먼저 빌려 놓은 음식점 터는 암만 보아도 너무 좁은 거예요. 그래서 어제 새로 더 크고, 멋진 곳을 빌렸습니다. 잘 보세요, 장소 바뀌었어요. 여기요, 이 아래 그림, 여기!








해가 바뀌었습니다.
2004년이 되었습니다.
새해에도 여전히 이상한 일들만 가득 이어질지 모릅니다.

첫 주말, 특별한 음식점에서 만나요. 새해 이야기 그 곳에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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