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님께서 2003-09-24일에 작성하신 "추운 가을이 왔습니다."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추운 가을입니다.
전라도의 지붕, 진안고원이 겨우 실감납니다.

하늘은 티가 없습니다.
장마와 태풍이 물러간 뒤, 마을 개천마저 식수인 척 맑습니다.

안팎으로, 크고 작은, 환절기 이벤트가 이어집니다.

10월 첫날은 면민 체육대회가, 19일엔 가을겉이 잔치, 11월 첫날은 능길마을생태학교 개소식이 매달려 있습니다.

사이사이, 마을에서 잠시 쉬고 묵고 가려는 도시민들의 전화주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미 몇일전에도, 도시의 몇가족과 더불어 어줍잖게 허수아비축제를 시늉냈습니다.

이처럼, 마을에서,

주로, 두서없이, 느닷없이, 뜬금없이 벌어지곤 하는 일련의 이벤트 또는 일 거리들을,

마을에 오기 전처럼, 도시에서 처럼, 사업체에서 처럼,

그래도, 최소한이라도, 체계화,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그리 하는 게, 과연 개선일지, 발전일지, 누구에게 유용하고 이로울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됐다고 할때까지는,
나무를, 떌감을 구하는 게 풀씨네의 지상과업입니다.

일단, 학교안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재목들을 추스리고 다듬은 후,
주변의 산야를 훑겠다는 일정입니다.

천연염색을 매일, 빠짐없이, 주로 배우고 있는 겨자씨와 짚씨는 열외입니다.

올리브씨, 피씨 등은 홍화씨로부터, 짬짬이 기타를 배우고있습니다.

이제, 매주 일요일 저녁에는 양조장 주인 박선생2로부터 풍물장단도 배우려고 합니다.

마을에 오니, 배울 게 많습니다.
아니, 배우고 싶은 게 많아졌습니다.

공연히 읽지 않던 이야기 책도, 새롭게 대하고 읽게 됩니다.
태백산맥을 몇장 읽으니, 벌교에 가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이제서야, 겨우, 비로소,
학생이 되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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