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가다

바그다드 551km展

2004_0130 ▶ 2004_0330 / 월요일 휴관



최민화_바그다드 551k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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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_윤석남_이종구_정복수_정원철_최민화

책임기획_이승미





제비울미술관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산 38-1
Tel. 02_3679_0011






2003년 8월 9일부터 16일까지의 이라크 탐방과 그에 관한 전시회 ● 바그다드 551km라고 적힌 표지판은 요르단과 이라크 국경을 넘어서서 이라크 땅에 입국하면 이내 만나게 된다. 이 표지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바그다드까지 달려갈 기름을 채울 주유소와 간단한 요기를 하거나 사막의 운전자와 여행자들이 쉬어 가는 주점 등이 있는 현대적이나 약간은 남루한 오아시스도 있다. 이 팻말을 기점으로 우리는 비로소 이라크에 들어온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군인들, 피난민들, 검은 황금을 찾는 세계각국의 비즈니스맨들과 NGO, 평화 운동가들 개별적인 의료 자선 봉사 단체들이 이 표지판을 지나서 바그다드에 들어가거나 나왔을 것이고 그들 또한 이 표지판을 보면서 밀려오는 불안감과 함께 비장한 각오 또한 가졌을 것이다. 이 표지판은 요르단과 이라크의 거리상의 경계이면서 한편으로 평화와 전쟁의 경계이기도 했다. 이 경계를 지나고 부터 한산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의 고속 도로를 이따금씩 지나가는 미군의 장갑차, 탱크 등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곤 했다. 우리 일행도 역시 바그다드 551km라고 쓰여진 표지판 앞에서 잠시 서성이며 다가올 앞으로에 대해 불안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함께 점검하고 있었다.





박영숙_바그다드 551km_2004



우리 일행이 바그다드를 향해 가던 2003년 8월은 미국의 일방적인 종전 선언이 있은 지도 3개월 이상이 흘러간 시점이었으나, 국내에서는 이라크에 추가 파병을 하느냐 마느냐로 설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더구나 후세인의 두 아들이 사망한 직후부터는 미군들의 사상은 하루도 끊임없이 계속되어 오히려 전쟁 때 보다 긴장이 더욱 더 고조되어 여행을 하기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시기였다. 또한 답사를 떠나기 위한 출입국 비자를 어디에서 누구에게 받아야하는지 조차 막연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가족과 지인 들의 만류와 염려를 무릅쓰고 바그다드 551km라 적힌 이 상징적인 표지판을 지나 바그다드에 갔다가 무사히 돌아왔다. ● 이라크 탐방에 참여한 일행은 작가 윤석남 이종구 박영숙 정복수 정원철 최민화, 글을 쓰기로 한 경성대 철학과 김재기교수 그리고 내일 신문의 신민경기자. 기획자 이승미와 그 외 1인이 참여하였다.





정원철_바그다드 551km_2004



이라크에 다녀온 후 전시를 하게되기까지 이 전시는,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어려운 숙제였다. 우선은 사전에 이라크에 관한 정보나 전시의 방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떠나게된 점. 머나먼 거리와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너무나 짧은 답사기간, 현지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답사기간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그다드 시내에서 더구나 에어컨 켜진 랜트카 안에 모두가 모여 있어야했던 점. 현지인 들과의 대화 불가능, 그리고 채 5분도 걸을 수 없는 지독한 열풍과 더위 등으로 답사의 무모함과 극심한 허탈감을 현지에서부터 느끼게 되었다. 더구나 바그다드의 마지막날은 모두가 각자의 작업방향을 찾아 흩어지기로 했으나, 현지 여성을 만나고자 노력했던 윤석남 박영숙 신민경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그 날도 여전히 서로 떨어지지 못하고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었다. 바그다드에서 다시 요르단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은, 거의 1000km 가까운, 53, 4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열사의 사막을 달리는 것과 함께 이라크와 요르단 국경을 통과하는 데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고, 요르단공항에 이르러서는 더욱 큰 시련을 겪게되어 일행 모두가 인내심과 이성을 잃고 있었다.





윤석남_바그다드 551km_2004



한국에 돌아 온 뒤 꾀 시간이 흘러서도 이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했었다.답사 참가 작가들의 대부분이 가을에 개인전이 계획되어 있었고, 또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라크에 다녀온 이후 오히려 더 많은 혼란과 중압감에 시달렸으며 전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여행이든 여행을 다녀온 뒤 그 경험이 비로소 온전히 내 것이 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을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있을 것이다. 시각적 촉각적인 경험이 안에서 삭혀서 내 이야기로 저장되어지기까지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시간과 되새김질이 필요한 것이다. 당초 2003년 12월로 계획되었던 전시는 약 1개월의 지연 끝에 마침내 이루어졌으며, 우리 일행 중 이번 답사와 작품에 관한 글을 쓰는 역할을 맡았던 김재기교수를 제외하고는 각자의 맡은 역할은 다하고 있었다.





정복수_바그다드 551km_2004



이종구_바그다드 551km_2004



2003년 8월의 이라크탐방의 결실인 『바그다드 551km展』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은 이번 답사에 참가한 작가들이 내놓는 마지막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일 뿐이다. 비록 짧은 동안이나마 각자의 내부에 전쟁을 체험하고, 긴 고뇌 속의 되새김 과정을 거쳐 이제 작품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부터 작가들이 제작해내는 더 많은 작품 속에서 우리는 전쟁과 평화에 관한 깊이 있는 해석과 인간의 폭력과 자비, 오해와 편견에 관한 더욱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내용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을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며 또한 그것이야말로 어려웠던 이 기획의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목적이며 가능성이라 생각한다. ● 끝으로 이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해주신 조영남 선생님과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 이라크 탐방에 참가하고 『바그다드 551km』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작품을 제작해 주신 모든 작가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 이승미

Vol.040202b | 바그다드 551km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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