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씨님께서 2003-09-19일에 작성하신 "2003. 9. 14. 일요일 - 매미가 세상을 뒤집다. 진안으로 진안으로..."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매미의 영향으로 세상이 어수선 하다. 남녘을 할퀴고 간 매미는 많은 이 땅의 사람들을 앗아갔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은 또 어찌 할 터인가? 오열하는 모습이 뉴스시간마다 가슴을 후빈다. 해수의 온도가 상승해서 전례 없이 강한 태풍이 불어 와 예상치 않은 피해를 입었노라고 하지만 이건 이미 예고된 재앙이다. 오염으로 지구 환경이 변해가고 있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아무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오늘날 이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온도의 차이는 작다고 하지만 이를 수용하는 식물의 변화는 큰 것이다. 나라 전체의 작부체계를 바꾸어야 농업이 가능 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큰일이다. 농촌은 더 피폐해지고, 피폐해진 농촌에 남아 있는 것은 노인들뿐이니 길게 잡아도 10년 후의 우리 실정이 어찌 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여러 가지로 한숨이 나오는 아침이다.

2주간의 이별을 아이들에게 어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별 수 없는 노릇이다. 수연이 지호를 마주하고 “아빠 출장 갔다가 올께~ 잘 놀구 있어.” 그게 전부다. 아침 9시.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 도로가 밀릴 것이 염려스럽다. 정식 씨와 12시에 죽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도로 사정이 어떨지를 몰라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평소대로라면 1시간 정도 더 있다가 출발을 해도 될 터이지만 오늘은 왠지 일찍 출발해야 할 듯하다. 아이들과 간단한 작별인사를 했다. 수연이는 가을 운동회에 아빠가 참석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눈치 챈 듯 하다.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의 손을 놓고 돌아서기가 어려웠다. 지호는 몸살을 앓느라 아무 생각이 없다. 밤새 칭얼거리고 앓느라 기력이 없는 듯 하다. 되돌아보며 아쉬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이 여지없이 시험 당하는 기분이다.

중앙고속도로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예상과는 달리 도로는 전혀 막히지 않았다. 매미 때문에 다들 귀경을 서두른 모양이다. 오히려 평소보다 속도를 더 내도 지장이 없을 정도다. 따로 출발했을 기남 씨에게 전화를 했다. 영동이 막히지 않으니까 이리로 오라고... 이미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한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일죽 나들목으로 들어섰다. 채 11시가 되기 전이다. 12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정식 씨에게 전화를 했다. 도로가 막히지 않아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노라고.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차를 세웠다. 한적한 시골 버스 터미널의 정취가 정겹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정식 씨가 나타났다. 동행한 사람이 큰 매형이란다. 주섬주섬 짐을 옮기고 떠나려는데 큰 매형이 정식 씨에게 한마디 한다 “밥 잘 챙겨 먹어” 짧은 말이지만 동기간의 사랑이 묻어난다. 일죽을 떠났다.

능길에 도착하니 이미 기남 씨와 용재 씨가 이미 도착해 있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이사 할 집으로 갔다. 폐교 뒤쪽의 집 한 채를 얻어 일부가 그곳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람들이 다 도착한 후에 청소 도구를 챙기고 그 집으로 갔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집이라 청소 할 것이 많다. 청소를 하는 도중 김석균 씨가 찾아 왔다. 해가 질 때까지 청소를 마치고 저녁을 챙겨 먹었다. 오늘부터는 기석 씨와 내가 식사 당번이다. 식사를 마치고 다들 사무실에 앉아 메일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동안 석균 씨가 막걸리를 한 말 받아 왔다. 청소 한 집으로 자리를 옮겨 터다지기를 하기로 했다. 밤이 이슥하도록 흥겨운 자리가 이어졌다. 석균 씨의 구수한 터다짐과 축원가가 모두를 즐겁게 했다. 내일부터 이곳에서 자리라던 계획을 포기하고 몇 사람은 막걸리에 젖어 새집에서의 첫 밤을 의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