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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소녀
왕원화 지음, 신주리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왕원하의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를 재미있게 읽은 터라
그의 대표작이라는 <단백질 소녀>의 번역 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단백질 소녀>라는 제목이
지금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는 <다세포 소녀>를 연상시켜서
그 제목만은 아니길, 기대했는데..)
'나'와 '장바오'라는, 두 남자의 끊임없는 수다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여성 편력기'이자 멋진 '연애학'이다.
왕원화의 소설들에 나오는 인물들은 특별히 '타이완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서울의 테헤란로나 여의도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인물이고
도쿄나 뉴욕의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말끔한 수트를 입은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 시장 상황을 재빠르게 체크하고
수많은 고객들을 관리하고 점심시간도 아까워서 패스트푸드로 때우는 사람,
주말 저녁에는 파티에 참석하거나 바에서 맥주, 칵테일을 들이켜는 사람.
적당히 엘리트적이고 적당히 모던하며 적당히 소비적이고 즉흥적인 사람.
이런 형태의 생활이 아주 보편적이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 현대인의 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적당한 외모에 적당한 수입, 매너를 갖춘 두 남자가
끊임없이 만나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그녀들은 '단백질 소녀'부터 '안나수이' '슈퍼우먼' '마이애미의 차가움'까지 다종다양하기까지 하다.
(이들 중 난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체크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시종일관 유쾌하지만 매우 시니컬하고 한편으로는 이상한 '슬픔'을 주기도 한다.
슬픔이란 것은 아직도(!) '사랑'이라는 것을 믿는 마음이 흔들려서일까?
번역서이긴 하지만 왕원화의 독특한 문체랄까, 그런 것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듯해서 신기했다.
책 말미에 나타난 정보에 따르면, 왕원화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에서 그 문체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과문한 탓에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완벽한 성격을 부여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엄청난 베스트셀러였고,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왕가위 감독이 영화로 만들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인기를 짐작하게 해주는데 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
여자들이 주인공인 <단백질 소녀 2>도 얼른 읽고 싶어진다.
그나저나 로맨스소설 같은 저 표지는 뭔가. 일러스트도 그렇고,
뭔가 출판사의 의도가 있겠지만 어울리지는 않는다.
서점에서 선뜻 집게 되지 않아 한참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