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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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그녀의 야생적인 발끝을 단 한번도 짐작하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타고난 감각과 호기심, 끈질김,어떤 위험도 마다 않는 도전,거기에 최고 전문 지식을 갖춘 그녀를 예상한다는 것은 분명 벅찬 일이었다. 모든 이론은 직관을 감소시킨다 는 말도 그녀에겐 예외였으리라. 도심에서 얼음바다 배위에서 전 후반, 다른 책 두 권을 마친 심정이다. 

전반부는 감성적 풀이가 많아 즐겁게 빠져들어갔으나,후반부 배 위의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선상의 복잡하고 생소한 분야 묘사가 많았기 때문일까. 피부아래 더 깊어지고 날카로워지고 있는 뼈의 그림자 539라는 말로 스밀라도 무척 힘든 여행을 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느낄 뿐. 마지막 책장을 덮자 다시 한번 읽어야 한다는 과제가 튕겨 나온다.  

이제까지 내가 너무 쉬이 읽히는 책만 읽었던가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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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stik이다.  

스케이드 보드처럼 생겼는데 중앙을 기준으로 양쪽을 따로 움직일 수 있다. 발로 바닥을 구르지 않아도,보드 위에 올라 가서 노를 젓듯 지그재그로 움직이면 전진할 수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큰아이가 산타클로스에게 선물 받는 건데,실은 내가 더 자주 탔다. 첨에 균형 잡으며 올라 타기가 좀 어려울 뿐 누구나 금방 컨트롤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걸 타는 건 못봤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이걸 타는 걸 보면 누구나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난 지금 작은 원을 그리며 360도 회전이 가능한 만큼 타는데,너무 재밌다. 남편보고 타보라고 했더니 몇 번 시도해 본 후 다칠까봐 무서워 타지 않겠단다. 나도 타다가 두 번 온 몸이 붕 떴다가 떨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다친 손목이 아직 아프기는 하다. 그래도 난 한 번도 다칠까봐 하고 싶은 것을 접은 적은 없었는데....대학때 합기도 동아리에서 낙법을 배울 때도 정말 겁이 없었다. 새로 생긴 동아리라서 아직 실내 훈련장소가 없어 우린 주로 본관 잔디에서 매트없이 훈련을 했다. 흙바닥에서 뒹군 덕에 한동안 어깨쪽이 시커멓게 멍투성이가 되어 살았어도 훈련을 빠지진 않았다.. 사범들이 우리 동아리 회원들 참 대단타고 했었다.

Ripstik처럼 혼자 빠져들 수 있는 것이 좋다. 책읽기나 인라인등 여러 스포츠. 난 혼자가 편하다. 그래서 친구의 폭도 좁다. 그 친구들도 대부분, 마주 잡은 손목처럼 내가 손목을 놓아도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이들이다. 맘 맞는 사람 한 둘이 좋다.  내 기준으론 인원이 많을 수록 난이도는 기하급수로 올라 간다. 다수 속에 섞일 수록 난 희미해진다. 종종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고비를 만날 때마다 이런 내 성향을 바꾸고자 노력도 하지만 금새 내 이기심은 그 노력을 희석시킨다. 어떨때는 많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바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이들을 보면서 부럽단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동시에 그런 만남들이 나 혼자 시간을 불쑥 훼손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도 한다.    

집에서 맨날 뭐하나 했더니 이런 것 만드느라 집에 있나보네.라고 누군가 말을 한다.  설날에 산 배가 담겨 있는 튼튼한 박스. 버리기 아까워 이걸 어디다 쓸까 궁리하다가, 둘로 갈라 이단으로 접시 수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별 것 아닌 거, 허접하고 궁상스럽기조차 하다. 또 미국와서 많이 늘어난 책들을 정리 하기위한 책꽂이도 costco에서 야무져 보이는 박스를 들고 와 같은 방법으로 8개나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우리집에 몇번을 찾아 왔던 그 누구도 그 책꽂이가 박스를 쪼개 놓은 것인지 알아채지 못하더라. 다들 관심이 없었겠지만...책장은 한국에 돌아가서 사려고 구입을 미뤘기에 당분간 책수납할 책꽂이가 필요했다. 난 뭔가 물건이 필요할 때,적당한 것을 구입할 수 없으면 내 맘대로 만들거나,전혀 다른 용도의 물건을 끌어다 쓴다. 그냥 혼자 궁리하고 시도하는 일이 내게 생기를 주는 듯 하다. 아이 학습에서도 내맘대로 방식으로 밀어 버렸다. 우리 아이만 개인지도를 거의 받지 않고, 내가 지도하는 방법으로 일관했는데 미국생활 2년이 지난 지금 큰아이의 성적은 학교 최고다. 내가 한 일이라곤 일정 시간 함께 공부하고,공부후 아이가 자유시간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해 환경을 차단해준 것 밖에 없다. 10살 큰아이가 헤리포터(원서)를 읽을 땐 옆에서 아무리 불러도 모를 정도로 몰두한다.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처럼 남들이 다 하는 것이라도 난 받아들이지 않고 똥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지금까지 내 선택의 결과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고집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가 보다. 하지만 고집 진행중엔 수시로 주변의 질타를 받아야 한다. 결과가 드러기 전까지.   분명한 건,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말은 내게 100%설득력 없다.  

그냥 혼자라도 좋다는 말이다. 혼자 선택한 길이라서 망설이진 않는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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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1 1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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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사고를 공유한다고 여겼던 사람들. 그래서 내 생각을 열었던 이들. 나의 편협과 허점을 눈감아 주리라 믿었던 이들. 

그들이라면 내가 뭘 어려워하는지 알기에 나의 취약점을 커버해 주리라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구지 건드리지 않아도 죄책감으로 충분히 아프건만,살짝 뻔뻔해질 만하면 건드린다. 뺀질거리지도 못하고,소심하게 그 상황을 진지,  심각으로 받아내니 가해자도 피해자도 분위기 어색타. 약점을 너무나 잘 안면서 다구치고,강요하는 것. 일종의 횡포 아닐까 생각도 했다. 가해자는 나의 약점을 약점 취급 안하니 자신이 가해자인지 모르고. 그들 입장에선 아무 문제 아닌 것이 내게 문제가 되니,내게 문제 있는 것은 틀림없다. 알지만 그래도 아프다.

어제 얼떨결에 큰 산을 하나 넘었다. 말 그대로 정신없이 후다닥 그 상황이 지나가 버렸다. 하면 되긴 되더라만,뭔가 많이 미흡하다. 뭐든 계산하고 준비하고 차례를 정하는 과정 없이 살면 좋을 텐데. 모자라도 그냥,대충 그렇게 살면 편하련만. 생활 습관이라는 게, 사고라는 게 쉽게 펼치고 걷을 수 있는 게 아니니. 

 어렵게 옛 사람들과 연락을 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그러니까 어릴 적을 함께 공유했던 이들인데 10년 정도 서로 안부도 모르는 사이로 살았더랬다. 다행 친척과의 연결고리가 있었기에 내가 손만 뻗으면 연락은 가능했다. 한 번 연락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어제 불현듯 전화를 했다.  메일 주소를 알게 된 것 뿐인데,그들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하고 설렌다. 이십대에도 만난 적이 있지만,십대의 풋풋함으로 내 기억 전부는 꽉 찼다. 이젠 다들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 거, 아련하고 아타까운 것이리라 짐작했는데 아직 두근대고 기대되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아님 덜 자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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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토요일이 발렌타인데이다. 금요일인 오늘 학교에선 발렌타인데이 파티가 있다. 작년엔, 미국에선 어떻게 발렌타인데이를 보내는지 몰랐기 때문에,주변에 물어봤으면 됐을 것을 무슨 배짱이었는지 그냥 한국에서처럼 좋아하는 특정 소수 친구들을 위한 초코렛만을 준비해 주었다. 선생님 것은 조금 그럴듯해 보이는 것으로 아이가 만든 카드와 함께 드렸고,나도 나름 뭔가 해야할 것 같아 색종이로 작은 삼각 상자를 만들어, 초코렛 몇 개 넣어,상자 보다 더 작은 카드를 만들어 넣어 보냈었다. 사진에 보이는 저 상자를 만드는데 12장의 색종이가 필요하다. 6장으로도 가능하지만 색종이가 힘이 없는 관계로 몸통은 상자 3개를 겹쳐서 모양도 내고 무게도 지탱하게 만들었다. 별것 아닌 상자인데 선생님의 반응이 까무라칠 정도였단다. 상자를 받자마자 옆반 선생님께 달려가 보여 주더란다. 며칠 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땡큐 카드 속에는 상자와 카드에대한 찬사로 그득채워져 있어 참으로 송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미국사람들은 손으로 오물조물 만든 물건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미국 학교 발렌타인데이 행사는 카페테리아에서 각 학년별로 시간을 배정하여 파티를 하고, 원할 경우 학부모도 함께 참여하여 즐긴다. 일주일 전부터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파티에서 사용할 용품이나 음식들을 분담하도록 유도한다. 주로 카프리썬,치즈,크레커,컵케익,초코렛,쿠키 등 음식과 냅킨,일회용 접시등 파티에 필요한 목록들을 집으로 보낸 후 각자 가능한 목록에 체크해서 제출해 달라는 안내문을 아이편에 보낸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각자 자신의 봉투를 하나씩 만든다. 반 아이들 모두에게 작은 초코렛이나 젤리 막대 사탕등을 카드에 붙여서 봉투에 넣어준다. 이런식으로 하는 줄 모르고 초코렛을 박스로 몇개 준비해서  친한 친구들에게만 주려고 했으니...다행히 나중에 사태를 파악하고 조그만 초코렛를 준비해서 부랴부랴 보냈지만... 아이가 집에 들고 온 발렌타인데이봉투를 보고 아하! 이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했었다.  

할로윈 파티,땡스기빙 파티,크리스마스 파티,발렌타인 파티.등 파티나 행사가 끊기지 않는다. 따라서 집에 초코렛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푸념이 넘친다. 파티 때 먹는 음식들을 보면 죄다 불량식품 같다. 알록달록한 쿠키와 사탕,노랑 파랑 원색찬란한 크림을 숨막히게 뒤집어 쓰고 있는 컵케익. 탄산음료. 그런걸 애들이고 어른이고 마구 집어 먹는다. 빨갛고 파랗게 변해있는 아이들의 혓바닥을 보면 굉장히 심란하다.  

한국에선 과자나 사탕등을 안먹이는 엄마들도 많은데,여긴 점심 도시락에 칩이나 초코렛 젤리등을 넣어 보내는 엄마들이 수두룩하다. 처음에 미국 마켓에 갔을때,우리나라 과자의 1/4 정도 크기의 봉지 과자들이 왜 많을까 의아했었는데, 다 런치 용도로 팔리는 거였다. 콜라,통조림,인스턴드 등 아이들 먹거리에 전혀 경각심이 없다. 멀지 않은 미래가 너무나 염려된다. 편리함에는 리스크가 따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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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자신이 아무 고통없이,별 수고 없이,그도 아니라면 그럭저럭 해내는 일.  

누군가는 같은 문제 앞에서 쩔쩔 맬 수도 있다는 걸 염두하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한다. 

어쩜 당연하다.  

비웃음꺼리가 되고 농담조의 비아냥 대상이 되고.  

자꾸 뛰어 내리라고,할 수 있다고 어깨를 밀어대니 환장할 노릇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생각해도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난 왜 겁내는 건가.  

기대에대한 부담인 건지,평가라 여기기 때문인 건지.   

게다 나로 인해 타인이 곤란해지니 가슴엔 돌덩이를 안고 있는 듯. 

단지 경험 부족으로 발발 떨게 된다는 것도 알지만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몇 번 겪어봤지만,그래서 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그저 숨고 싶다.  

단절되고 싶다.  

그냥 일상에 머무르고 싶은 바보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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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Green 2009-02-1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치게 추상적인 넋두리지만 풀어 놓은 후,하루. 미약한 객관화 도달.낑낑대던 문제가 쪼그라들었다.코끼리에서 강아지 정도로. 까짓거!! 힘든 문제에 다다랐을 때,일단 조목조목 적어 본다던 한비아님의 글이 떠올랐다. 일단 적어 보고 신세를 볶든지 말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