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사고를 공유한다고 여겼던 사람들. 그래서 내 생각을 열었던 이들. 나의 편협과 허점을 눈감아 주리라 믿었던 이들.
그들이라면 내가 뭘 어려워하는지 알기에 나의 취약점을 커버해 주리라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구지 건드리지 않아도 죄책감으로 충분히 아프건만,살짝 뻔뻔해질 만하면 건드린다. 뺀질거리지도 못하고,소심하게 그 상황을 진지, 심각으로 받아내니 가해자도 피해자도 분위기 어색타. 약점을 너무나 잘 안면서 다구치고,강요하는 것. 일종의 횡포 아닐까 생각도 했다. 가해자는 나의 약점을 약점 취급 안하니 자신이 가해자인지 모르고. 그들 입장에선 아무 문제 아닌 것이 내게 문제가 되니,내게 문제 있는 것은 틀림없다. 알지만 그래도 아프다.
어제 얼떨결에 큰 산을 하나 넘었다. 말 그대로 정신없이 후다닥 그 상황이 지나가 버렸다. 하면 되긴 되더라만,뭔가 많이 미흡하다. 뭐든 계산하고 준비하고 차례를 정하는 과정 없이 살면 좋을 텐데. 모자라도 그냥,대충 그렇게 살면 편하련만. 생활 습관이라는 게, 사고라는 게 쉽게 펼치고 걷을 수 있는 게 아니니.
어렵게 옛 사람들과 연락을 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그러니까 어릴 적을 함께 공유했던 이들인데 10년 정도 서로 안부도 모르는 사이로 살았더랬다. 다행 친척과의 연결고리가 있었기에 내가 손만 뻗으면 연락은 가능했다. 한 번 연락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어제 불현듯 전화를 했다. 메일 주소를 알게 된 것 뿐인데,그들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하고 설렌다. 이십대에도 만난 적이 있지만,십대의 풋풋함으로 내 기억 전부는 꽉 찼다. 이젠 다들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 거, 아련하고 아타까운 것이리라 짐작했는데 아직 두근대고 기대되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아님 덜 자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