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stik이다.  

스케이드 보드처럼 생겼는데 중앙을 기준으로 양쪽을 따로 움직일 수 있다. 발로 바닥을 구르지 않아도,보드 위에 올라 가서 노를 젓듯 지그재그로 움직이면 전진할 수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큰아이가 산타클로스에게 선물 받는 건데,실은 내가 더 자주 탔다. 첨에 균형 잡으며 올라 타기가 좀 어려울 뿐 누구나 금방 컨트롤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걸 타는 건 못봤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이걸 타는 걸 보면 누구나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난 지금 작은 원을 그리며 360도 회전이 가능한 만큼 타는데,너무 재밌다. 남편보고 타보라고 했더니 몇 번 시도해 본 후 다칠까봐 무서워 타지 않겠단다. 나도 타다가 두 번 온 몸이 붕 떴다가 떨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다친 손목이 아직 아프기는 하다. 그래도 난 한 번도 다칠까봐 하고 싶은 것을 접은 적은 없었는데....대학때 합기도 동아리에서 낙법을 배울 때도 정말 겁이 없었다. 새로 생긴 동아리라서 아직 실내 훈련장소가 없어 우린 주로 본관 잔디에서 매트없이 훈련을 했다. 흙바닥에서 뒹군 덕에 한동안 어깨쪽이 시커멓게 멍투성이가 되어 살았어도 훈련을 빠지진 않았다.. 사범들이 우리 동아리 회원들 참 대단타고 했었다.

Ripstik처럼 혼자 빠져들 수 있는 것이 좋다. 책읽기나 인라인등 여러 스포츠. 난 혼자가 편하다. 그래서 친구의 폭도 좁다. 그 친구들도 대부분, 마주 잡은 손목처럼 내가 손목을 놓아도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이들이다. 맘 맞는 사람 한 둘이 좋다.  내 기준으론 인원이 많을 수록 난이도는 기하급수로 올라 간다. 다수 속에 섞일 수록 난 희미해진다. 종종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고비를 만날 때마다 이런 내 성향을 바꾸고자 노력도 하지만 금새 내 이기심은 그 노력을 희석시킨다. 어떨때는 많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바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이들을 보면서 부럽단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동시에 그런 만남들이 나 혼자 시간을 불쑥 훼손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도 한다.    

집에서 맨날 뭐하나 했더니 이런 것 만드느라 집에 있나보네.라고 누군가 말을 한다.  설날에 산 배가 담겨 있는 튼튼한 박스. 버리기 아까워 이걸 어디다 쓸까 궁리하다가, 둘로 갈라 이단으로 접시 수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별 것 아닌 거, 허접하고 궁상스럽기조차 하다. 또 미국와서 많이 늘어난 책들을 정리 하기위한 책꽂이도 costco에서 야무져 보이는 박스를 들고 와 같은 방법으로 8개나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우리집에 몇번을 찾아 왔던 그 누구도 그 책꽂이가 박스를 쪼개 놓은 것인지 알아채지 못하더라. 다들 관심이 없었겠지만...책장은 한국에 돌아가서 사려고 구입을 미뤘기에 당분간 책수납할 책꽂이가 필요했다. 난 뭔가 물건이 필요할 때,적당한 것을 구입할 수 없으면 내 맘대로 만들거나,전혀 다른 용도의 물건을 끌어다 쓴다. 그냥 혼자 궁리하고 시도하는 일이 내게 생기를 주는 듯 하다. 아이 학습에서도 내맘대로 방식으로 밀어 버렸다. 우리 아이만 개인지도를 거의 받지 않고, 내가 지도하는 방법으로 일관했는데 미국생활 2년이 지난 지금 큰아이의 성적은 학교 최고다. 내가 한 일이라곤 일정 시간 함께 공부하고,공부후 아이가 자유시간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해 환경을 차단해준 것 밖에 없다. 10살 큰아이가 헤리포터(원서)를 읽을 땐 옆에서 아무리 불러도 모를 정도로 몰두한다.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처럼 남들이 다 하는 것이라도 난 받아들이지 않고 똥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지금까지 내 선택의 결과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고집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가 보다. 하지만 고집 진행중엔 수시로 주변의 질타를 받아야 한다. 결과가 드러기 전까지.   분명한 건,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말은 내게 100%설득력 없다.  

그냥 혼자라도 좋다는 말이다. 혼자 선택한 길이라서 망설이진 않는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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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1 1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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