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시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책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재미있는 책의 세계에 빠져들면 밥 먹으라는 소리도 그저 싫었습니다. 동무들과 뛰어 노는 것도 좋았지만 책이 주는 기쁨은 그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 보면서 길을 가다가 벽에 부딪혀 별을 본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손에서 책을 놓고 싶지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책은 내가 접할 수 있는 가장 큰 세상이었고 그 세상에는 시원한 바람과 어여쁜 꽃, 아름드리 나무와 파릇한 새싹들, 또 온갖 신기한 것들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입니다. 조선의 선비 이 덕무가 쓴 짧은 자서전 '간서치전'에 반한 저자는 옛사람의 마음으로 이덕무와 그의 벗들 또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 놓았습니다.
[나는 사실로 문살을 반듯하게 짠 다음 상상으로 만든 은은한 창호지를 그 위에 덧붙여 문을 내 보았습니다. 이 문을 통해 햇살도 드나들고, 바람도 드나들고, 옛사람과 우리의 마음도 서로 드나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p.7 머리말 중에서-
위와 같이 밝힌 저자의 바램이 제게 통했음일까요? 저자가 만든 문을 통해 저는 맑은 햇살도 보았고, 시원한 바람도 느꼈고, 옛사람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햇살을 따라가며 책 읽는 이덕무의 모습에서 학문하는 이의 자세를, 벗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함께 나눌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으며 또 스승의 이야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내가 만난 목소리는 단아하고 청명하여 부드러우나 강한 힘이 있었습니다. 오래오래 두고 손 때 묻히며 즐거워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책을 만난 기쁨에 오랫만에 가슴속이 뿌듯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