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다. 읽으면서 온 몸이, 온 마음이, 내 온 정신이 몸살을 앓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열이 오르내리면서 일이 없던 토요일은 아예 하루 종일 아주 깊은 잠을 잤다. 내가 받았던 상처, 내 안에 상처 딱지들 이제는 다 아물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서서히 예전의 내 모습을, 내 감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난 내가 엄청난 분노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나 엄청나서 오히려 고요한 분노 상태, 그래서 조금씩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게 교묘하게 위장한 파괴의 행위, 지금 당장해야 할 일들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어쩌면 나의 책 읽기도 이러한 파괴과정 중의 하나일 수도 있었다. 모리를 읽을 때에 느꼈던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교훈이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조금 더 깊숙히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이 책이 마련해 주었다. 비록 그 과정이 아프고 힘들지만 내 안의 모든 것들을 감싸 안으려 한다. 그것이 아름답지 않을 지라도 결국 그것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 어제, 일요일에 아이가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이 혼자 호암 미술관에 다녀왔다. 적당히 흐리고 간간히 비도 뿌려 주어서 호젓한 희원의 아름다움을 맘껏 누릴 수 있었다. 그곳의 아름다움은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나 자신과 화해하기 위한 조그만 발걸음 하나를 내딛었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