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3년 전 여름, 아이와 홋카이도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유치원생인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한적한 공원이나 놀이터에 들러 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곳에서 다른 아이를 볼 때마다

우리아이가 다가가서 유일하게 아는 일본말인 “잇쇼니 아소보”를 외쳤고

아이들은 곧 친구가 되어 정말 신나게들 놀았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어 보이지 않았고

한국 사람이니, 일본사람이니 하는 것들도 그들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 책의 저자인 장 영희 교수는 작가의 말에서 "같이 놀래?"라고 하며

문학으로의 초대의 손을 내밀고 있었고

나는 3년 전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서슴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쌓여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노는 것은 짙은 무더위에 한줄기 소나기 같은 것이었다.

간간히 촉촉하게 눈가에 맺히는 반짝이는 것들을 느끼며

오랫동안 내 안 너무 깊숙이에 묻어 두어서 거의 잊혀져가는 감동들을 되살릴 수 있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인용하여 저자는 사랑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고유함을 지닐 수 있습니다(P.21)

사랑은 우선 홀로 성숙해지고 나서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p.21)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어느덧 저자는 독문과 교수였던 이 유영 선생님의 일화를 소개로 삶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너무나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나에게 포기하는 것조차 사치였지. 그런데 내가 가르치는 젊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것은 정말 보기 싫어(P98-99) - 이 유영


모든 삶의 과정은 영원하지 않다. 견딜 수 없는 슬픔, 고통, 기쁨, 영광과 오욕의 순간도 어차피 지나가게 마련이다. 모든 것이 회생하는 봄에 새삼 생명을 생각해 본다. 생명이 있는 한, 이 고달픈 질곡의 삶속에도 희망은 있다.(p.267) 


 인간성 회복과 진실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조지 엘리엇의 ‘사알러스 마아너’를 소개하며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투명한 유리에 금이나 은을 칠하면 거울이 된다. 유리를 통해서는 바깥세상도 보이고 다른 사람들도 보인다. 내가 웃고 손을 내밀면 상대방도 웃고 손을 내밀어 준다. 하지만 거울에는 자기만 보인다. 금, 은으로 사방에 벽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치 거울 속 사람들처럼 자기만 바라보고 자기만 돌보며 감옥인 줄도 모르는 채 감옥 속에서 살아간다.(P.136)

 

 장애를 지녔다는 이유로 저자가 겪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들려준다.


뒤돌아보면 내 인생에 이렇게 넘어지기를 수십 번, 남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좀 더 자주 넘어졌고, 그래서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 이미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난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나는 믿는다. 넘어질 때마다 나는 번번이 죽을힘을 다해 다시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많이 넘어져 봤기에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한다.(p.316)      


이 책은 최 승미 씨의 예쁜 그림들로 더욱 그 빛을 발하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 함께여서 그 길이 더욱 아름답고 밝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장 영희 씨와 함께한 여행은 마음속 울림들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덧붙임) 1. 저자가 소개한 책들 중에서

펄 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The Child Who Never Grew)’,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The Autobiography of Benjamin Franklin)들을 읽어보고 싶다.

2. 암과의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을 저자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시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적어도 저자는 마지막까지 병에게 굴복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