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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 - 환경에 진심인 제빵사의 도전기
이데 루미 지음, 아키쿠사 아이 그림, 강물결 옮김 / 다봄 / 2024년 6월
평점 :

가정에서도 먹지 않아 버려지는 식재료들이 많은데 음식을 팔고 있는 가게들에 버려지는 식재료들을 크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누구보다 빵을 좋아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쿠키나 빵 만드는 일을 종종 하다 보니 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이라는 책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빵집인데 빵을 버리지 않을 수 있지? 재료가 다 소진되어 매번 다 팔아서 그런가? 아니면 남은 빵은 나눔을 하고 있나? 별별 생각을 다 해본 것 같아요.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지만 읽고 나면 가슴속에 묵직하게 남는 주제가 인상적인 책이랍니다. 
다무라의 빵은 장작을 태우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나무의 '생명'으로 빵을 굽는 것이다. 그래서 다무라가 만든 빵에는 밀뿐만 아니라
나무의 '생명'도 담겨 있다. 빵을 만드는 것을 '생명'의 바통을 잇는 것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주인공 다무라는 빵을 싫어하지만 빵집 아들이에요.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온 빵집이기도 하고, 다들 장남 다무라가 가게를 물려받을 거라고 했지만 다무라는 제빵사는 되지 않을 거라 마음먹어요. 곤충을 사랑하는 다무라는 자연을 사랑하는 대학생이 되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을 찾았지만 마땅치 않았답니다. 저렇게 하고 싶은 꿈이 확실한 부분도 참 부러웠어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아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아버지는 먹거리 문제가 가장 큰 환경 문제라고 말씀하시며 빵집에서 함께 일하길 원했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다무라는 빵집에서 수련을 시작하지만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포함된 쇼트닝으로 더는 빵을 만들 수 없어서 빵집을 뛰쳐나가게 됩니다. 정말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다무라는 몽골에서 도착한 양을 해체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발견하게 된답니다. 가축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도록 털이나 고기, 피 한 방울도 버려지지 않도록 손질하고 남김없이 먹는 것을 보면서 먹는다는 것이 바로 생명을 얻는 것이기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슴으로 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다무라는 진짜 빵을 만드는 제빵사가 되기로 합니다.

다무라가 제빵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고서 가장 마음에 걸린 게 바로 판매되고 남은 빵을
모두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하는 일이라고 해요. 매일 고객에게 신선한 빵을
제공하려니 방법이 없었던 거죠. 그렇게 판매하고 버리고 반복하다 그 일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다무라.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꿈이었다
보니 그 부분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겠죠. 정말 대단한 것이 맛있는 빵을 만들 때 편하고
쉽게 만들기를 다들 추구하는데 다무라는 옛날식 빵 만들기로 돌아가더라고요.
이스트 대신 천연 효모를 사용하고 오븐 대신 장작 화덕에 빵을 구운 다무라.
저는 다무라의 빵을 정말 먹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소문도 잠시 곧 버리는 빵은 늘어갑니다.

그 이후에도 제빵의 본고장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 일하면서 오랜 전통과 제빵의 기술,
즐겁게 일하는 방식까지 배웠고 그 과정에서도 빵집 문을 여러 번 닫아야 했다는
웃픈 현실이 있지만 정말 그 집념과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집에서 만드는 빵 하나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간단하게 만들까가
고민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을 거라
마음고생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게 얻은 경험과 공부는 행복 레시피 탄생의
씨앗이 된답니다.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만 다무라의 목표와 가치를 생각하면 한 장 한 장이
정말 묵직하게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을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반성해 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책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