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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이토 세이코 지음, 김효진 옮김 / 플레이타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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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넘 이쁘고 내용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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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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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적>을 본다. 마침 4화인가 5화에서 길동이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구요."

길동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행해질까봐 자기 힘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힘을 쓰지 않다보니 아버지 아모개가 그러했듯 힘이 없어져 버렸다.

 

이 소설을 보다가 그 대사가 생각났다. 책 속표지에 이렇게 써 있어서.

"아무도 아닌, 을 사람들은 자꾸 아무것도 아닌, 으로 읽는다."

둘의 차이는 뭘까. 전자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고 후자는 사물을 가리킬 때 쓴다는 것의 의미? 그렇게 단순한 차이는 아닐 것 같다. 길동이가 그랬듯이 자기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말할 때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표현을 쓰니까. 그것은 모멸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아무도 아닌, 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어떤 존재'가 되기까지 '아무도 아닌' 상태에 있음을 가리키는 것 같다. 황정은이 "계속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어떠어떠한 존재라고, 우리의 삶(이야기)은/는 이미 끝났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함부로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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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도란스 기획 총서 1
정희진 엮음, 정희진.권김현영.루인 외 지음 / 교양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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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에 결혼은 하나의 '제도'일 뿐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을 후회한다. 같이 삶을 영위하는 문제인 만큼 더 꼼꼼하게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무엇을 합의해야 할 지조차 모른 채, 시댁과 관련된 문제나 경제권과 관련된 문제, 가사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가 느꼈던 불합리와 '고구마'를 10박스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을 겪으며 '나는 다를 것이고 그 사람 역시 다를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너무나도 흔한 착각에 빠져 있음을 비로소 자각했다.

 

페미니즘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내게 인식된 것은 2013년에 결혼한 내가 당시 느꼈던 부조리를 설명해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인식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여러 모로 '계몽'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득은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페미니즘 이론을 공부하면서 나는 여성이 그러했듯, 소수자로서 온갖 인식론적 배제와 차별의 그늘에 놓여 있는 소수자들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이 '양성평등'을 지향하지 않으며 오히려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인식론 자체를 공격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오래 묵었던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나는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고정된 '정체성'이 있지 않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지고 나의 몸과 '나'를 있는 그대로 긍정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와, 또 앞으로 변화하게 될 '나'에 대해서까지.

 

남편에게 페미니즘이 나를 이렇게 변화시켰다고 말하며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이 아니라고, 내가 페미니즘과 관련된 모임에 나가면서 알게 된 '퀴어'들은 단순히 남녀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은 인정하고 성차로 인한 배제와 차별에 저항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나는 부족하기만 한 내 말은 더 이해가능하고 명징한 형태로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을 남편에게 읽어 보라고 하였다. 남편이 이 책을 읽고 페미니즘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 전에 내가 읽어보라고 한 레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읽고는 별 감흥이 없었던 모양인데, 이 책은 한국의 현실에 기반해서 최근의 논의들을 아우르고 있느니 만치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책을 읽고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남편이 '토론'이라고 주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를 해 볼 수 있기를.

 

서로가 이성애자(일 것이)라는 지나치게 당연시 되어온 '전제' 혹은 '규범'을 받아들여서 결혼에까지 이른 우리에게, 페미니즘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 지 모르겠다. 같이 많이 이야기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헤쳐나가야 겠지. 그래서 나 스스로도 결혼이 '제도'일 뿐이라는 생각에서, 긍정적인 방식으로 벗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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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 기담
양진채 지음 / 강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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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벚꽃이 휘날린다고, 첫눈이 온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고 문자를 해주던 그가 이제 곁에 없다."

 

이 문장에 심장이 내려 앉았다. 소설이 끝나고 <작가의 말>의 첫문장이다.

이런 문장 같은 것을 쓰기 위해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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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 - 여성주의 정치경제 비판
J K 깁슨-그레엄 지음, 엄은희.이현재 옮김 / 알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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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에 대해 의심하고 자본주의의 신체를 퀴어화함으로써 우리는 여러 색다른 스크립트들을 위한 공간을 열어젖힐 수 있으며, 색다른 결과들의 실현에 참여할 다수의 색다른 행위자들을 불러모을 수도 있다."

 

이 한 문장을 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책. '강간 스크립트'에 대해 다루고 있는 6장은 논란이 될 법하지만 한번 생각해볼 만한 문젯거리를 던져준다. 나와 지향하는 방향이 '거의'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들을 통해 고민을 벼릴 수 있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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