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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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적>을 본다. 마침 4화인가 5화에서 길동이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구요."

길동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행해질까봐 자기 힘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힘을 쓰지 않다보니 아버지 아모개가 그러했듯 힘이 없어져 버렸다.

 

이 소설을 보다가 그 대사가 생각났다. 책 속표지에 이렇게 써 있어서.

"아무도 아닌, 을 사람들은 자꾸 아무것도 아닌, 으로 읽는다."

둘의 차이는 뭘까. 전자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고 후자는 사물을 가리킬 때 쓴다는 것의 의미? 그렇게 단순한 차이는 아닐 것 같다. 길동이가 그랬듯이 자기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말할 때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표현을 쓰니까. 그것은 모멸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아무도 아닌, 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어떤 존재'가 되기까지 '아무도 아닌' 상태에 있음을 가리키는 것 같다. 황정은이 "계속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어떠어떠한 존재라고, 우리의 삶(이야기)은/는 이미 끝났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함부로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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