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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에 다시 나온 김영하의 신작을 읽었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꽃]은 청승, 신파 일색일 수도 있었던 1900년 초 조선의 한 사건을 김영하 식으로 쿨하게 풀어가고 있다.
집,학교,회사,작업실등을 오가며 전철에서 찔끔거리며 읽느라 거의 몇주를 가방에 넣고 다녔지만.. 자리 잡고 앉아 읽으면 앉은자리에서 쑥 읽혀버릴 정도로 여전히 속독감 있는 문체.
역시 예상대로 마지막 장을 덮을때의 뒷맛은 씁쓸했다.
하지만 정말 멋진 소설이었고.. 아직까지, 한국에서 이런 좋은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기쁜 한 편 (요즘 한국 작가들 소설이 워낙 맘에 안들어서..이거 영화고 뭐고 집어치우고 다시 소설을 써서 한국문단을 살려야 하는거 아냐? 하고 오버를 떨던 중이었고...-_-) 나도 빨리 뭔가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언제나 든다)
어쨌든 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이 소설은 파란의 1900년대를 살았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다. 각종 신분,직업의 조선인들이 대륙식민회사에 속아 4년동안 멕시코의 채무 노예로 팔려가게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모티브.
인간의 인생도, 이상향이라는 국가도, 제도도, 모든 것이 불완전하며, 허무하게 사라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의 꿈도 좌절되고, 사람들은 계속 변화되고, 그들이 머물렀던 농장이나, 한반도에 남아 있던 대한제국이나 고종황제나 그들 자신 모두 결국 세월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혁명은 계속되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청승맞은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문득 나는 어떤 역사를 거쳐 어느 누군가의 자손으로 태어났을까 궁금해졌다.
아무리 쿨하고 모던하게, 서구화된 이미지 속에서 깔끔한 삶을 살고 싶어 한들 내 속에도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그 저변에 흐르고 있는 무언가, 내가 학습되어 얻은 나의 취향이 아닌 학습되기 이전부터 갖고 있던 피 속의 무언가가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