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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여자 ㅣ (구) 문지 스펙트럼 8
오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3월
평점 :
품절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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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라고 하긴 뭐하고..
그냥 잡담 정도..
오랫동안 시를 읽지 않았지만.
옛날엔 이원이나 서정학, 김혜순, 유하 같은 시인의 시들이 좋았다.
이미지들이 신선하고 읽기 재밌고 재치있고...
진술이 많은 시들은 솔직히 읽어봐야 지루했고..
그런데 요즘들어 그런 시들을 읽으면 어렵고 불편하다.
시 매니아에서 일반 시 독자로 변모했기 때문인가?
오규원 교수님의 위에 올린 시같은..
그냥 사담같은 진술시들이
요즘엔 참 맘에 든다.
오규원 교수님은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으셨는지 몰라도
난 늘 그런 생각 때문에 죄책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조급하고, 그러면서 게으르고, 또 그래서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그러해서 후회하고, 또 그러는 것들이 모두 부질없고 그래서 허무하고..
사람은 누구나 잘못 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