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37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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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라는 것을 위해 몇 달 동안 정신없이 논문이라는 것을 쓰고 드디어 심사가 끝났다. 졸업은 정말 끝인 것인가, 아니면 다시 시작을 위한 break time 인가. 어쨌든, 간만에 전공이 아닌 취미를 위한 독서를 해야겠다

이 소설의 배경은 29세기다. 삶의 중심은 기계의 톱니바퀴중인 하나인 <>가모여 <우리들>이 된다. 개성 있는 <>는 없고, <우리>만이 존재한다. 제국에도 모반을 꿈꾸는 인간들이 있다. 여기서 인간들은 인간이 아닌 하나의 번호로 인식되어 소설의 화자인 번호 D-503은 우주선 <인테그랄>의 설계자이며 책임자다. 그는 모반자 중 한명인 I-330과 사랑에 빠져, 그녀의 모반에 가담한다. 그러나 모반은 결국 좌절되고, <제국>의 모든 번호들은 뇌수술을 받고 제국에 충실한 번호로 다시 개조되고, 모반자들은 처형당한다.

여기에서 특이한 점은 감시를 받는 번호들은 즉 인간들은 통제시스템으로부터 통제를 받는 것을 기쁘게 여기고 자신들을 감시하는 그들을 자신들을 수호해주는 천사로 여긴다.

<우리들>에 나오는 번호의 독백을 보면, “그 자체로서의 사소한 이 사건은 내게 각별히 훌륭한 영향력을 미쳤다. 그것은 나를 원기 왕성하게 해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의 꿰뚫는 눈길이 사랑에 가득 차서, 아주 사소한 실수에서나, 아주 사소한 부정확한 발걸음에서 나를 보호해주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다소 감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내 머리 속에는 또다시 저 똑같은 연상이 떠오른다. 고대인들이 꿈꾸고 있던 수호천사 말이다. 그들이 단지 꿈꾸고 있었을 뿐인 것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우리 시대에 실현되었는가.” 감시와 통제는 푸코나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에서 이미 언급되었다. 감시(CCTV)나 빅브라더 같은 소재의 영화(트루먼 쇼)도 많이 상영되었다. 아일랜드의 번호들은 자신이 복제인간으로 인간을 위해 죽음으로 가는 길을 파라다이스, 유토피아라고 여기며 선택받기를 기다린다. <우리들>에서 모든 번호들, 즉 인간들이 기계의 부속품처럼 경애하는 번호여러분으로 불리고 번호로만 기능하는 인간 존엄과 자유가 말살된 단일제국에서 개인의 개성이 완전히 무시되는 것은 단지 이데올로기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다. 자유, 평등, 행복의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결국에는 디스토피아가 되는 현실 속에 어디로 가야되는지를 모르는 아포리아의 상태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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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11-0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고 논문 쓰느라 고생하셨어요. 안젤라님. ^^

Angela 2019-11-01 22:00   좋아요 0 | URL
이런 칭찬 인사 처음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cyrus님~^^

초록별 2019-11-0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벚꽃동산 다음번에 읽은책~~^^ ‘나‘가 아니고 ‘우리들‘ 제목을 넘 잘 지었어요...

Angela 2019-11-03 22:28   좋아요 0 | URL
예브게니 자먀찐에게 감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