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은 내가 지난 이년동안 약 대여섯번의 잡음과 놓음을 반복한 책이다. 무척 흥미로우나 책을 읽지 못할 만큼 바쁘거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책을 놔야만 했던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모두 남아도는 시간속에 나의 자의로 잡고 놓은 것만 대여섯번이다.  

왜 나는 이 책에 시간과 애정을 쏟지 못했을까? 원인는 두가지 중에 하나 일 것이다. 하나는 레이먼드 카버는 빛좋은 개살구이거나 또다른 하나는 나의 책읽기 소양이 매우 부족하며 재미만을 추구하는 읽기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책을 읽기 힘들어 한 이유는 (전체적인 평을 볼때) 두번째 원인이 확실하겠지만 간혹 나와같은 감상평을 내린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첫번째 원인을 핑계대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나는 나에게 관대하다 ㅡㅡ^). 

올 여름 막바지.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며 '이번만은 끝까지 읽어보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지켰다. 총 12개의 단편을 다 읽고 난 후 내가 느낀 건 정말.. 모르겠다는 것 뿐이다. 모르겠다. 난 정말 모르겠다. 왜 사람들이 그의 책에 열광하는지, 그가 미국 단편소설의 대가로 추앙받는지 그의 책을 읽고나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아니 무엇을 꼭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모르겠다. 그저 책을 읽는 내내 '영화제 수상작은 재미가 없다'는 것과 같은 느낌만 들었을 뿐이다.

책의 뒤페이지를 보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언어를 너무 정확하게 구사한 까닭에 소설 속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면 전율할 수 밖에 없다-시카고 트리뷴'이라는 서평이 나와 있다. 그렇다. 그의 책은 정말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언어를 사용했다. 카버문장의 특징인 이점을 유의하여 번역했다는 옮긴이의 말 또한 수긍이 간다. 하지만 소설속에 담긴 의미를 알수는 없었다. 즉 나는 이 서평의 절반만을 깨달았다.  하나의 단편을 읽을때마다 뒤이어 어떤내용이 나올까? 혹시 이런 이야기가 펼쳐지지는 않을까? 하고 궁금해질만 하면 소설은 끝이 났다. 12편의 소설중 내마음에 미약하나마 물결을 일으킨 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뿐이였다. 나머지는 모두 다 허무했다. 한여름  대낮에 미처 다 마시지 못해 미지근해져 버린 아이스커피를 아까워서 단숨에 마셔버린 것 같았다.  

결론은 나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굳이 그가 미국인이고 내가 한국인이라 그렇다고는 하고 싶지 않다. 나는 한국적인 것에 평균이 되지도 대표가 되지도 않기때문이다. 나와 그가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그의 단편들은 내게있어 줄거리는 있지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소설이였다. 그의 소설을 사랑하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줄거리는 있으나 내용도 결말도 없는 소설같았다. 그가 보여준 12편의 일상적이만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들을 보고 내가 뭔가를 느끼기엔 난 더 위험하고, 흥분되며, 신비하고 가능성이 빼곡히 담겨있는 삶을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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