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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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단골 TV메뉴 뉴스.. S방송국 8시 뉴스보고 M방송국 9시 뉴스를 보는 센스.  대개 두 뉴스는 별반 다르지 않은 그날의 소식들을 제공한다. 중요도 관점에 따라 순서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데 어느날 연속적으로 방청하는 이 뉴스사이에 큰 차이점이 생겼다. 바로 이 "7년의 밤" ... M방송국에서 이 책을 소개한것이다.  

작가의 인터뷰와 함께 소개된 이 책은 나의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이것을 비록 전 뉴스에서 찾지 못한 새소식에 대한 놀라움뿐만은 아니였다. 독자의 숨을 멎게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 그 강렬한 한마디가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 '7년의 밤'을 미치도록 파헤치게 만들었다. 당장 책을 구입하고 읽고 있던 책의 마지막장을 덮은 날. 난 조심스레 이 책의 첫장을 펼쳤다.  

이 이야기는 현재로 부터 시작된다. 세상의 시선이 다시금 서원에게 돌아선 순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7년 전 그 사건의 사실과 사실이 전부는 아닌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덩굴처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만약 은주가 새집을 사려고 맘먹지 않았다면, 만약 영제가 그날의 패소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만약 현수가 이사가게 될 세령호의 그 별채를 보러 가지 않았다면, 그날 승환이 잠겨버린 도시 세령마을에 가지 않았다면...그렇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끔찍하고도 위태로운 이야기들..'만약 - 그러지 않았다면'이 간절해 지는 이미 엎질러진 사건들... 

서원의 아버지 현수는 프로야구 2군 선수였다. 그의 포지션은 포수. 자신의 글러브를 항해 날아오는 투수의 공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무겁고 답답한 보호구를 뒤집어 쓴 체, 타자의 특성을 읽고 판을 읽어 투수로 하여금 다음번에 던질 공을 주문하는 포수.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에이스의 길을 걷는 그였다. 하지만 대학-프로를 거치며 점차 경기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그의 내면에 자물쇠를 걸어 채워두었던 사건이 우물밖으로 떠오르면서 그는 자신의 왼팔의 주권을 잃었다. 그의 아내 은주에게 남은건  순하지만 답답하고, 성실하지만 능력없던 현수를 닥달하고 악처로 변해버린 자신과 부모의 삶을 되물림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악착같이 번 돈으로 사놓은 일산의 33평 아파트 그리고 그것이 장차 삶의 거름이 될 아들 서원 뿐이였다. 그 집이 온전히 은주와 서원의 것이 되기 위해서 현수는 관사가 나오는 세령호로 근무지을 옮긴다. 이사 전 은주의 닥달에 그 집을 한번 보러 내려갔던 그날.. 면허도 취소 된 그가 고주망태가 되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안개가 자욱한 세령호를 맴돌던 그 사건. 

자신의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영제는 자신의 가족 또한 자신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소유물로 다룬다. 견디다 못한 하영이 자식도 내팽기고 도주한 체 이혼소장을 보내왔을 때만해도 영제의 머릿속에는 하영과 세령, 그 두 년의 몹쓸 태도를 '교정'할 생각만이 가득했다. 소송에서 패소한 소식을 들은 그날. 현수가 자신이 살게 될 영제의 수목원 안 별채를 보러 오던 그날. 영제는 집구석에서 아빠인 자신을 실컷 조롱하고 잠들어 있던 세령을 억지로 깨워 교정을 시작한다. 견디다 못한 세령이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안개로 자욱한 세령호를 맴돌던 그 사건. 

사건과 사건이 충돌한 그 시점으로 부터 자신의 딸을..그 누구도 제자리에서 빼앗을 수 없을거라 여기던 딸을 잃은 남자의 악마같은 복수와 악마로부터 자신의 아들을 지켜내야만 하는 남자들이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간다. 

세상에 들어난 사실이 가르쳐 주지 않는 진실.. 그 진실속에 두 아버지가 있다.  

사실-딸을 잃은 남자.   진실-자신의 소유물을 빼앗겨 남의 것 또한 그 주인으로부터 빼앗으려는 남자. 그 남자에게 가족이란 자신의 것, 즉 '집착'의 대상이이다. 

사실-모두를 죽인 남자. 진실-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를 죽인 남자. 이 남자에게 아들이란 자신의 마지막 사인으로 자신에게 던져 진 공, 즉 '부정(父情)' 의 대상이다.  

자신의 마지막 사인에 서원이 답하는 순간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세상이 알고 있는 사실과 그들이 알고 있는 진실이 그 누구보다 서원 자신의 인생을 많은 부분 바꾸어 놓을 테지만 그가 디딛는 첫걸음이 옳고 굳건하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얼마만큼 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안은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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