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음 주 월요일면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가 된다. 작년 서거 1주기를 맞이하여 출간 된 노무현 대통령의 처음이자 마지막 자서전 ‘운명이다’를 구입하고 벌써 한해가 지났다. 그의 죽음 뒤에 내손에 남겨진 그의 책 두 권 ‘여보 나좀 도와줘’와 ‘운명이다’... 이 책들을 읽고 난 후 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작 두권의 책으로 그를 다 알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가 꿈꿔왔던 미래, 그가 바라고자 했던 세상, 그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들은 청년 노무현의 꿈이요, 소망이었고 안타까운 결말이였다.

 그의 서거 1주기에 읽었던 ‘여보 나좀 도와줘’는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정치인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에 대한 환희와 있었지만 있지 않다는 아쉬움이 공존했다면, 그의 서거 2주기가 다가올 때 읽기위해 벼르던 ‘운명이다’는 첫 페이지부터 가슴 먹먹한 슬픔이였다. 그가 떠난지 2년이 지났음에도 슬픔은 줄어들지 않고 그가 남긴 글 한 문장, 문장마다 한 단어마다 안타까움과 슬픔을 묻어나게 한다.

 사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나는 그에 대해서 잘 몰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사법시험 합격이라던지, 판사나 변호사 시절이라던지, 그가 정치에 입문하기까지의 여러 우여곡절과 그 속에서도 굳건하게 지켜나갔던 그의 신념은 알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만 해도 정치인은 모두 거짓말쟁이에 도둑놈이라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처럼 그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정치인 중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뽑을 대통령, 성인되어 처음으로 행사하게 되는 나의 권리에 나는 좀 더 당위성을 갖고 싶었다. 그놈이 그놈이니 아무나 뽑자는 식도 싫고, 소똥 개똥 중에 그나마 약으로라도 쓸 만한 것을 쓰자는 것도 싫었다. 대통령후보로 나온 인물들을 얄팍하게나마 알아보던 중 그의 기삿거리 몇 편을 보고  어쩌면 이사람이라면 다른 정치인과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던 것이 전부였다. 그리하여 그가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지 않길 바랬다.

 물론 재임시절 나의 기대는 간혹 실망으로 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으로서 행한 일부의 일들이 나를 실망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행한 대부분의 일과 그의 신념, 국민의 섬기며, 국민에게 고개 숙일 줄 아는 그의 성품, 세계 어느 곳에서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당당한 모습들에서 그러한 작은 실망은 시행착오일 뿐이요,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여겨졌다. 어찌보면 나에게 있어 인간 노무현은 대통령이기 전에 큰 어른이였던 것이다. 비록 내가 그처럼 큰일을 하는 대통령이 될 수 없더라도 현재 나의 이 자리에서 그가 지키고자 했던 신념을 이어나가야 하는 본받고 싶은 어른.

 그래서 슬펐다. 이런 이가 떠나버린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슬펐고, 떠난 후에 읽게 된 그의 자서전에 의해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이 그리워 슬펐다. 정작 그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의 목표를 이루는데 적합한 자리가 아니였다고 할지어도 말이다. 끝까지 국민들과의 소통을 놓지 않았던 대통령이 죽고 난 후에 비로소 그와 완전한 소통을 한 것만 같은 아이러니함 속에 책을 정독했다. 그의 마지막 말 ‘운명이다’라는 말에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그말이 남긴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래서 그가 더 애처롭다.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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