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혼란스럽다.  

살인과 사형.. 그 무엇도 인정하지 않는 나에게 복수는 더욱더 이해하기어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내가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가 된다면, 혹은 피해자의 가족이 된다면... 

나는 이상론적인 이야기만을 하며 

그래도 사형은 안된다고, 그래도 복수는 안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권..많이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경제력과 권력이 점차 특정인에게 몰리면서 신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존재하는 21세기가 형성되었다.  인간평등이라는 구호아래 피지배층이 더욱 피터지게 외쳐대는 인권! 인권!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권리. 당연히 인권은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보장이라는 구호가 지배와 피지배가 아닌 피해자와 범죄자라는 상황속에서는 평범한 사람은 결코 생각도 할 수 없을만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피해자를 배제한 범죄자의 인권이 바로 그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방황하는 칼날은 범죄자의 인권이라는... 특히 갱생의 가능성이 큰(이라고 믿고 싶은) 인격이 미완성된 청소년범죄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는 소년법의 칼날이 과연 누구를 향해 있는가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인기있는 작가의 범죄소설일뿐이다.' 라고도 치부해버릴 수 있는  이 책한권이 소년법과, 범죄자, 그리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 대하여 우리는 과연 누구의 아픔을 위로 하고 누구를 위해 법을 집행해야하는지에 대해..그리고 법이라는 최소한의 도덕이 과연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청소년범죄자에게 새삶을 이어나갈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좋다. 단 이러한 취지가 적용되는 것은 불완성된 인성에서 비롯된 우발적인 범죄행위인 경우와 동시에 죄에 대한 뉘우침이 큰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피해자의 가족에겐 이마저도 용납되기 어려울 테지만..) 

그런데.. 모든 범죄는 성향이 다르다.. 우발적인 범행이 있는가 하면, 아주 지능적인 범행도 있다. 그리고 현재 법이라는 그물의 눈금을 재고 분석하여 순순히 빠져나간다는 계획적인 범행도 있다. 이러한 지능적이고도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나이는 해가 거듭할 수록 어려지고 있고 우리가 소년법이라는 이름하에 보호(?)하였던 이들은 이 소년법을 역이용하고 있는것이다. 전혀 아무런 반성없이.. 죄책감 없이..  그런 짐승만도 못한 녀석들에게 나이를 불문하여.. (어리든 노인이든을 떠나)나의 딸이 나의 누이가 나의 가족중 어느하나가 인간으로서 도저히 당할 수 없는 짓을 당한 체 죽어갔다면.. 그것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면.. 그리고 그 범인과 맞딱드린다면.. 난 과연 내 손에 쥔 칼을 휘드리지 않을만큼의 참을성이 있겠는가? 

물론 복수는 옳지 않다.. 하지만.. 법에게 나의 복수를 대신하라고 부탁하기에는 우리는 너무도 피의자의 인권안에 감춰진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있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죄를 지은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의 모습에서 참으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소년법으로 보호를 할 것이 아니라 연대책임을 물어 자식을 그렇게 방관한 부모에게도 뭔가 조치가 처해졌으면 하고 바랬다..그리고 너무나도 불쌍한 한 부녀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이 슬픈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다짐해본다..  

법에 대한 이해도 알음도 부족한 내가 할 수있는 가장 작지만 큰 실천은 내자식을 올바로 키우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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