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날은 밝았도다. 이놈의 학교에서 나를 제!외!하!고! 벌어지는 짓거리에 대해 단벌을 내려주갔어! 비장한 각오로 한시간, 한시간을 보내는 내 눈빛에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이는 하이애나의 눈빛과 비슷한 그 무언가가 서려있었다. 과연 오늘 야자쉬는시간에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너희가 나를 제외시켰으나)내 스스로 판에 뛰어들것인가! 말것인가!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초반부 야자시간 내내 샤프심만 두 줄을 분질러 먹었다. 이 사건을 벌인 놈은 나의 넒은 아량으로 용서하겠어.. 하지만 나를 제외시킨 그놈만은 용서할 수 없다! 너란 놈.. 찢어죽이고 말려죽이갔어! 

드디어 귀를 찢는 종소리.. 쉬는 시간종이 울리자마자 화장실가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인 병아리녀석에게 뒤따라갈텐 걱정말고 가시려던길 가라고 채근했다.  

"가려면 같이 가지 왜 먼저가라고 해~잉."  아 저 죽일놈의 애교섞인 말투.. 초연이는 잔뜩 겁먹은 표정을 하며 쭈볏대고 있었지만 나의 눈빛에 압도되어 "알았어..대신 빨리와."하며 복도로 나섰다.  '미안! 나의 미끼야.. 하지만 다 너를 위한 거란다.."나는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 뒷문에서 복도를 예의주시했다.. 초연이가 남학생 무리의 초입에 들어서자.. 아니나다를까 어떤 녀석이 또 초연이를 붙잡았고! (이놈들도 이 녀석이 순진하고 마음 약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세번쯤은 더 약올려도 꼼짝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다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놈이 무어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순식간에 병아리의 얼굴이 노랫다가 벌게지더니 "너 미워!"라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 

아... 진실로 묻고 싶다.. "너 미워!"이게 고작이냐? 전부란 말이야? 너 미워.. 너미워..너.. 미.. 허이구야.. 당최 유치원생도 아니도, '엄마 아빠 미워'도 아니고 참.. 17살이라는 게 부끄럽다. 지를 놀리는 남학생한테 기껏한다는 소리가 너미워라니.. 그러니 녀석들이 너를 놀리는데 재미를 붙인게 아니겠니?! 

아무튼.. 이제 내가 나설차례다! 나는 재빠르게 달려갔다. 나는 곧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초연이를 내 뒤로 감추고 그 녀석의 두 눈을 노려봤다. 그리고 내 두번째 손가락을 그 녀석의 가슴팍에 정확히 꽂아주었다. 

"허이구~갑빠는 있으셔? 난 또 하는 짓이 기집애 같아서 가슴나온 줄 알았지. 사내자식들이 달렸으면 달린값을 해야지 뭐하는 거임? 쪼다짓 하는게 재미있으셔?" (사실 달린게 뭔지는 각자의 생각에 맡기겠다.. 나도 왜 그 순간에 그런말까지 나왔는지는 몰랐지만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아~이제 나의 봄날은 없구나.'하는 암흑의 그림자가 덮치는 걸 느꼈다. ) 아무튼 남학생들은 걸걸한 아줌마가 아니면 쉽사리 나올 수 없는 이 한마디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한마디 더하려는 찰라 다른반친구인 애련이가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 달린녀석들의 이열종대를 향해 외쳤다 

"야 이 꼴사나운짓 좀 그만둘래!" 

자 이제 어쩔래? 여리고 여린..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짓는 연약한 두 여학생(나와 애련이를 말하는 거다)를 상대로 싸울래? 아니면 그동안 여학생들 놀린것까지만 만족하고 순순히 물러 날래?  

나는 미친듯이 뛰는 심장을 완충포장한체 007박스에 넣어두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녀석들에 썩소를 날려주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느긋하고 여유있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이윽고 초연이를 놀렸던 녀석에서 미안해라는 소리가 나왔다. 애련이는  

"니네 내일 쉬는 시간에도 꼭 이렇게 나와있어라! 응! 꼭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종지부를 찍고 내게 말했다. "남자예들이 싸가지도 없는 주제에 유치하기까지 하다."   "응^^" 우리는 아직도 울먹이는 초연이의 손을 잡고 어안이 벙벙해진 남학생들 사이를 뚫고 화장실을 갔다. 우리가 화장실 밖에 나왔을때 이미 복도는 깨끗이 치워진 상태였음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음날부터 여학생들에게 화장실가늘 길은 평화~ 그 자체였으나 나는 온갖 소문과 혹까지 덧붙여져 아주 죽을 맛이였다. 초연이가 아예 내 옆자리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내가 내 무덤을 팠구나.. 오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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