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인은 결코 용서될 수 없다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나이란 것을 먹게 되고, 연륜이라는 것이 쌓이게 되고, 이 세상의 뜨거운 맛을 조금씩 보게 될수록 이 세상에 과연 결코 용서될 수 없는 살인이 과연 하나도 없을까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있다. 물론 살인이라는 그 죄! 자체에 대한 용서는 절대 할 수 없겠지..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할까? 몇달 전 실종이라는 영화를 통해 여주인공이 자신의 동생을 죽인 자를 처참히 죽였을 때도 그렇고, 지금 이 화차 속 교쿄를 통해서도 나의 이러한 혼란은 계속되었다. 과연 교쿄의 선택에 대해 나는 분노해야만 하는가...

어마어마한 빚.. 무지로 인해 더 불어나게 된 빚은 그녀에게 최후의 선택을 강요했다. 타인을 살해하고 타인의 삶을 살 것인가, 그녀 자신을 살해하고 삶을 포기할 것인가. 어떠한 죽음도 용서받을 수 없다라는 것과 삶에 대한 욕구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이 아닌 타인을 살해하는 방법을 택하게 강요했을 것이다.
그녀가 원한 것은 그저 평범한 삶이였을지 모른다.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되고 평범한 소비생활을 하면서 살기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폭력조직과 연루된 사채업자들과 뿔뿔히 흩어져 버린 가족들 그리고 그녀의 뛰어난 미모는 그녀를 빠뜨린 질척한 늪에서 그녀를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2년간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플라스틱 카드는 현금카드 내지 체크카드였다. 물론 내 스스로가 과소비를 결코하지 않는 타입임을 확신하면서도 만에 하나 1%의 가능성을 두고 보았을 때 갑자기 내수중에 사용유효한 돈(월급)이 늘어남으로 인하여 나의 소비가 증가되고 그것에 내가 물들어 버릴까봐였다. 2년 후에 처음으로 만들게 된 신용카드도 일시불외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융통성이 없다고도 하고 무이자 할부나 현금서비스 등과 같은 현대의 금융생활에 유용한(?)서비스 등을 활용 못하는 바보라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무리한 할부나 현금서비스등의 외상(?)을 하여 혹여나 생길지도 모를 체무불능의 상태속에서 교코의 가족들처럼 악순환의 연속과정을 밟고 싶지 않다. 즉 버는 만큼만 쓴다는 것이 내 경제개념이다. 물론 나의 이러한 소비습관이 현명한 소비습관은 아닐 것이다. 진정 현명한 소비는 이러한 무이자 혜택이라던가 현금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일테지만, 작가가 말했듯 우리는 한번도 현명한 카드소비에 관한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카드를 권하는 각종 금융계 직원들로부터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 하나만 만들어달라는 사정과 더불어 그럴듯하게 포장된 각종 보너스 혜택에 대해서만 설명할 뿐 카드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조차 들을 수 없다. 그들은 쉬운 것은 설명하고 어려운 것은 카드와 함께 날아오는 작은 책자에 깨알같은 글씨속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할 뿐이다.

채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옥속에서 살아 온 그녀가 쇼코의 삶을 훔쳐 살았을 때 그녀는 행복했을까? 쇼코 역시 채무자 신분으로 살아온 인물임을 알았을 때 그녀의 충격은 아마 그어떤 삶의 의지조차도 꺾을 만큼 컸을 것이다. 사실 나는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그녀가 죽음을 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국 혼마가 찾게되는 것은 그녀의 시체일지도 모른다고.. 아마도 내가 교코였다면 두 번째 살인대신 나 자신의 삶을 포기했을 것 같은 마음에..하지만 그녀는 삶에 대한 욕구가 나보다 더 강한 여자였다. 그건 아마도 그녀가 쇼코였을 때 맛보았을 행복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라는 것과 그에 반해 지옥과도 같았던 (그녀가 사채업자에게 납치되었을 때) 때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이었으리라... 참 불쌍한 여자다.. 쇼코도, 교코도..
덧붙여 소설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이 소설의 배경 및 출간이 약20년 전임에도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청년채무자들의 문제들을 옮겨놓은 것 같았다는 점이다. 이렇듯 그녀의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력과 호소력에 힘입어 나에게 있어 그녀의 소설은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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