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취지가 참 좋은 글이다.  역사를 바로 알리고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역사속에 살아오고 우리스스로 그것을 얼마나 부정했는지 또는 우리의 무지를 얼마나 정당화했는지에 대해 반성케 하는 그의 작가정신은 현대사회문제를 반영하고 우리에게 깊은 반성을 이끄는 타 작가들의 소명과 비견해도 손색이 없다. 비록 나는 이책을 처음으로 그를 접했지만 알고 보니 이사람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한 소설을 꽤 여러권 써온 사람이다. 그가 쓴 대부분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 책 또한 베스트셀러이다. 

그러나 나는 아쉽다. 이 아쉬움을 짧게 이야기 하자면.  이건 소설가가 쓴 역사이야기라기보다 역사학자가 쓴 소설같다. 소설의 주제나 소재 모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건들이 진행될수록 페이지를 넘길수록 약간은 부족한 상황설명과 대화 몇번 만으로 훌쩍 넘어가는 다음 전개, 지나친 우연의 연속과, 이해를 할 수 없는 사건들.. 왜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억지스럽게 짜여진 글들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가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책은 나에게 있어 '소설가' 김진명으로서의 존재감을 주지 못했다.

 미진이 사서삼경에 목을 매단체 앉은체로 죽어있는  이 대목에서 부터 난 이해가 안갔다. 이 엄청난 '한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일어난 첫번째 사건으로는 너무나도 논리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사건이다. 미진이 정말 자살한 것이 아니라면 타살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세상에 어떤 범죄자도 자신의 범죄를 밝히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 이유는 더더욱 감추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미진이 타살이라면 왜 목을 맨 줄을 사서삼경에 걸어두고 더욱이 자리에 앉은체로 두었을까? 이것은 이 사건이 타살임을 그리고 이 특이함으로 그녀의 죽음이 사서삼경과 연관이 깊다는 것을 바로 연결시켜준다. 즉 범인이 스스로 잡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아닌가? 또한 그녀의 몸을 마비시킨 독도 어떠한 의심도 없이 복어독임을 확신하는 것도 이해가 안간다. 복어독을 잘 쓰는 사람과 시에허의 관계를 알고 나서 유추한 것도 아니고.. 단지 몸을 마비시키는 유일한 독이라 그 독을 썼을 것이다! 라고 확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정서라는 인물에 대한 것도.. (아무 천재라지만 이정서에게 사건을 일임해버린 무책임한 수사과장도 그렇고)부족한 인물상황 설명으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천재 물리학자인 이정서는 핵융합 발전을 주도한 인물이라기 보다 미진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준비된 인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궂이 그를 물리학자로 설정했을까? 천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써? 관심이 있어 배운 중국어와 한자들, 아무리 주제를 가지고 책을 본다지만 역사학자도 평생에 걸쳐 연구하는 수십권의 책들을 단 하루이틀만에 읽는 능력, 우연히 만난 조교와의 행운, 부족한 상황 설명속에서의 시에허에 대한 의구심, 우연히 만난 왕가들, 마치 그들을 위해 준비한 듯한 고려인삼까지!(풉)!,  우연히 만난 전 주한 대사..그리고 뻔한 반전에 반전. 의외의 환경속에서 이런 우연이 계속되다 보니.. 아무리 소설이 허구의 일색이지만 이건 전혀 나를 소설속 공간으로 빨아드리지 못하는 것 아닌가!

큰 주제를 밝히기 위해 소소한 것들을 모두 포기해버린 듯한 소설.. 그래서.. 긴박한 상황들이 전혀 긴박하지 않았던 소설이 되버렸다. 뭐.. 상황이 악화되어도 괜찮아. 중국 길거리르를 걷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이 너의 사건해결을 해줄 열쇠니까~~~~ 그리고 결국 천년의 금서인 왕부의 씨성본결에는 무엇이 있는것인가! 추측만으로 '한'의 유래를 밝히기위해 현재 존재여부도 확실치 않는 그 책을 오르내리는 것은 분명코 전해오지만 위서라고 치부하는 단군세기보다도 못한 것이 되지 않을까? 

덧붙여서... 

책속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논하고 싶지 않다. 시경과 잠부론에 분영코 그런 문장이 있기에 이 책을 쓴 것일테고 나또한 그가 파헤져 놓은 증거들을 근거로 과거 우리민족이 가졌던 뛰어난 천문학지식과 문명을 지녔음을 진실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작 우리나라의 역사학자들이 그시기의 우리의 역사를 좀더 연구하지 않고 왜 타국에 의해 결정된 역사만을 논하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고대 문명 국가를 바로세우는 것을 '민족주의다!반미 반일 주의다! 라며 외치는 자들 또한 한심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면 친미 친일을 위해 사실의 역사를 덥어둬야 한다는 말인가? 진실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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