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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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아마도 해금이의 그때처럼 18~22살즈음이 아닐가 한다. 벌써 그때가 10여년 전의 일이라는 새삼 놀랍고 깃털처럼 흐르던 시간들의 무게가 태산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나는 이 책을... 책속에서 삼일 책밖에서 칠일을 읽었다. 비록 수선화회원들의 그때에 비하면 나의 20살은 너무나도 풍요로웠겠지만 마음속의 빈곤과 갈망은 역시나 같았기 때문에 나는 이책을 읽는 중간중간 그때의 나의 모습을 한참이나 떠올려보곤 했다. 시대적 상황이 주는 특수함만 제외한다면 수선화 회원들이 겪는 상황과 감정들...첫발을 내딛게 되는 사회에 대한 희망과 불신, 첫사랑에 대한 쓰라림, 나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 자신의 길을 가기위해 뿔뿔히 흩어지는 친구들... 모두 그때의 나에게 상처내고 치유되었던 것들이다.    

헌혈하러 갔다 어디선가 날아온 유탄에 맞아 죽은 친구도....그 친구의 죽음을 절대로 받아들일수도 이해할 수도 없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친구도....아버지의 새여자때문에 집을 나와버린 어머니의 급작스런 죽음 후 미혼모가 되버린 친구도....잘다니던 대학을 때려치고 노동운동가가 되버린 친구도 ....이런 친구들과 함께 우정을 쌓아갔던 첫사랑의 씁쓸한 맛을 알게 된 해금이도 모두....안타까운 모든것들을 잊거나 혹은 이겨내면서 스무살을 보냈겠지...

이책에는 어떤 큰 사건이 없다. 또한 작가가 전달하고자하는 강력한 메시지 따위도 없다. 하지만 80년대 광주.. 생생한 사투리 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힘(정작 난 수도권출신인데도 말이다). 그 시절을 지나온 우리의 발자취같고, 그러므로 아련히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지는 세피아 영상같은 환영들이 펼쳐지는 것만 같다. 내가 가장 예뻤었지만 그것을 잘 몰랐던 그때.. 그래서.. 아쉬움이 남아서.. 더욱 되돌아 가고 싶은 그때... 결국에 나는 10번째 수선화회원이 되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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