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처럼 책읽기가 힘든날이 있었나? TV를 틀면 쏟아져 나오는 기분잡치는 뉴스들과 비리가 판치는 세상에 더운 날씨까지 한 몫하면서 식사와 집안일을 마치고 고스란히 내시간이 되는 밤 10시에서 12시까지의 두시간조차 책읽기에 전념할 수가 없는 불편한 심정이 계속되고 있다.  

비밀선거의 약속을 깨고 밝히건데 내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고 처음으로 대통령을 뽑고 처음으로 그의 이름에 당선이라는 리본이 붙여지기까지 TV앞에서 마음을  졸이게 했던  대통령 노무현.. 순탄치 않았던 5년동안의 대통령 임기내내 나의 손으로 뽑은 그를 응원하면서 때로는 비난하면서 가끔은 안쓰러워하였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내려가 농사꾼으로 살고자 한 그의 서거소식을 토요일 아침 덜깬 정신으로 뉴스속보를 통해 처음 접하였을때는 그의 5년간의 대통령재임시절보다 술집에서 술잔을 나누며 술집 천정에 붙은 17인치 티비를 주시하고 그의 표수가 올라갈때마다 술집에 모인 학우들과 환호성을 질렀던 그 풍경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렇게 나의 첫 대통령이 세상을 등진 순간 나는 그가 안쓰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놀라운 소식에 친정집에 전화를 걸어 내가 본 뉴스가 맞는지 다른사람도 이 뉴스를 보았는지 확인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난.. 흔히말하는 노빠도 아니도 노사모도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흐르는 눈물과 슬픔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 만약 그때 내가 그를 뽑지 않았다면 만약 그때 나와같은 생각을 하는 학우들이 많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낙선으로 한동안 힘들어 했을지라도 이렇든 세상을 등지진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그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다라거나 어울리지 않았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홀로 바꾸어 나가기엔 지금 아직도 제 밥그릇 빼앗길까 두려워 남을 물어 뜯는 사람들이 너무도 높은 곳에 많이 있기때문이다.  (만약 지금보다 더 훗날 그와같은 대통령이 또 나온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될 수 있길 덧붙이며) 

마음의 진정이 되고 난 후 부랴부랴 그가 생전에 남겼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TV에서 전달해주는 청문회 스타, 3당합당에 반대한 유일한 인물, 노동자 인권운동가 등등의 몇가지로 대표되는 그의 삶이 아닌 그자신이 쓴 삶의 이야기를 읽고 조금이나마 그를 추모하고자 했던 마음탓이였으리라.. 

물론 이책은 그가 대통령이 당선되기 훨씬 전..어쩌면 그가 대통령이 되고자 마음먹기 전일지도 모를 시기에 그가 쓴 책이다. 하지만 그때도 그는 국회의원이자 한 당의 최고위원이였다. 그런 그가 YB시대에 그의 삶과 그의 생각을 솔직히 썼다는 것만으로도(YB의 기회주의자적인 모습을 비판한 글들을 읽으며) 그의 성정을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그는 어떤 미화도  넣지 않고 솔직한 자신의 삶 자체를 썼다. 가난하던 시절과 그로인해 도둑질을 해야만 했던 사연들 뭐든 잘해서 잘난척을 했던 유년시절들 그릇된 여성관을 가졌던 시절과 그로인해 행했던 못된 짓들과 뉘우침. 그가 변호사로서 정치인으로서 살아온 이야기들과 그로인해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 

근현대사가 아닌 에세이집을 읽었을 뿐인데도 난 그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들을 검색해보고 또 검색해보았다. 이 한사람으로 인해 역사와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우치게 되는 것이 놀랍다.  

아직도 지역주의속에 허덕이며 보수와 진보, 좌익과 우익, 친일과 빨갱이라는 이분법속에서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나가고 있는  내나라에서 나와같은 젊은이들이 바로 선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장... 2009.05.23으로 끝나는 그의 약력을 마저 채워나가면서 문득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내가 세상에 태어났을때 나만 울고 모든이가 미소를 지었으며, 내가 죽었을때는 나만 미소짓고 세상사람들이 슬프하는 삶을 사십시오' 

그의 삶이 이와같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노무현대통령 서거 49재를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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