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3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3
김남미 지음 / 나무의철학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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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수업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맞춤법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는 맞춤법을 사용해오고 있어서 특별히 맞춤법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맞춤법을 신경을 쓰면 더 헷갈리고 잘 쓰던 단어들까지도 어색하게 느껴져버려서 그냥 머릿속에서 나오는데로 자연스럽게 글을 써왔다. 하지만 최근에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내가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장들 중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보통의 경우는 나보다 맞춤법을 잘 아는 친구들에게 물어서 해소를 해오는 편이었지만, 역시 교과서식의 암기된 지식은 여러차례 반복적으로 들어도 들을 때 뿐. 다시 그 문장을 쓸 때가 오면 헷갈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쯤, 사람들이 주로 헷갈리는 단어들이나, 단순히 많은 글을 읽고 쓰는 것만으로 눈과 손에 익숙해 질 수 있는 맞춤법의 수준을 넘어서 그 원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3권에서야 나는 이 시리즈의 책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것은 내가 원하던 내용이 실려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제목을 갖고 있었다.

 항상 발음이 먼저라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57p.)​

​ 이 시리즈의 마지막인 3권만 읽고서 이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조금 섣부른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맞춤법은 늘 저 문장에서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담고 있는 내용은 우리가 국어시간에 한번쯤은 들었고 외웠던 다양한 법칙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단순히 법칙을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질문을 통해 우리가 올바른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어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는 3권의 내용이 내가 기대하던 내용이 아니어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맞춤법 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원리에 입각한 설명도 좋고, 대학 교양 강의를 듣는 듯한 친근한 말투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한 설명도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사투리권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 소리에서 시작하는 문법의 접근 방식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문제를 이야기 한 것이지, 절대 책이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 책 한 권으로 끝내지 않고 다른 책들을 찾아보게 만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미처 다 싣지 못한 그런 숨은 이야기들이 의문으로 남아서, 다 읽고 난 후에도 묘하게 남는 찝찝한 느낌. 내가 1,2권을 생략하고 3권을 먼저 읽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우선 1,2권을 구해서 순서대로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저 복잡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한글 맞춤법이 얼마나 흥미로운 원리와 이야기를 숨기고 있었는지 알게 해준 책이었다.

 물론 성인들에게도 좋은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학교에서 필독도서로 지정하여 많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지 않는 다음에야, 학교를 졸업하고나면 우리가 언제 다시 맞춤법을 공부하겠는가. 하지만 맞춤법이라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것이기에, 어차피 하는 맞춤법 공부라면 단순 나열식의 암기가 아닌 구체적인 원리를 접하여,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맞춤법을 좀더 흥미롭게 배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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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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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시작하기 어려운 책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책. 어려운 책이라 부담스러워서도, 아니면 읽기 싫은데 억지로 읽어야 하는 상황이라서도 아니다. 그냥 오래오래 표지만 쓰다듬으며,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는 게 만드는 책. 읽는 도중에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아까운 그런 책 말이다. 

 

 요즘 나는 누군가의 삶을 듣는 일이 조금 즐겁다. 특히나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삶에 대한 용기와 확신까지 생기는 것 같다. '아, 저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는구나.' 하면서, 스스로 더욱 다짐을 하는 것이다. 요리방송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쉐프님들이 여러 방송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연예인들 못지 않은 말솜씨, 화려한 요리기술.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이연복 사부의 묵묵한 장인정신'이었다. 그저 매체 속에서 꾸며진 것이 아니라, 모든 순간 깊은 애정과 진심이 드러나는 것 같아 계속해서 눈길이 가는 것이다.

 

 ...조리법을 담은 책부터 내는 게 뭔가 개운치 않았다.

 그것보다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이야기, 음식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요리사로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누구누구의 특별한 조리법 같은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랫동안 바삭하게 느낄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강해지면, 그런 조리법은 스스로 궁리하게 된다. 방송에서 레시피를 공개할 때면, '그런 비법을 다 말해주면 어떻게 하냐'고 한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면 된다. (149p.)

 이런식이다. 음식을 파는 사람이 아니고, 요리를 하는 사람. 더 맛있는 요리로 가게의 매출을 올려야지가 아니라, 더 정직하고 정확한 요리로 사람들이 '그 음식'의 본연의 모습을 알고 좋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나를 위함이 아닌, 하지만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는 그 마음. 그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유가 '중식 요리사들이 자부심을 갖기를, 중식 요리사에 대한 시선이 나아지기를' 하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요리를, 중식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단순히 자신의 일에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돈이라는 것에서 마음을 멀리두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 일은 요원해진다. 당장 먹을 것, 입을 것이 부족해지면 마음이 다급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멀리하려고 해도 손에 잡힌 한 푼이 아쉬워지면, 애정을 비집고 자꾸자꾸 그 생각이 나게 되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자꾸 편법을 찾게되고, 어느새 애정은 생사가 걸린 업무로만 변해버리는 것 같다.

 나는 그러한 생각을 밀어내고 싶은 마음에, 더욱 이러한 책들을 찾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기합리화를 위해서가 아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진실된 애정, 그 예의를 잊고 싶지 않아서. 나 자신을, 나의 사명을 똑바로 바라보고 오롯히 집중하고 싶어서. 그렇게 더 치열하게 살아가고 싶어서. 그의 손에 잡힌 중식도만큼이나 묵직한 그의 이야기가 좋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화려함과 완벽함을 궁리하며 끙끙대고 있던 나에게, 어떤 길로 가는 것이 올바른지, 나는 왜 그 일을 하려고 하는지, 급한 마음에 잊혀지고 있던 나의 가치와 다짐을 깨닫게 해준 그의 이야기가 참 고맙다.

 

 음식을 잘 만들겠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나? 나는 음식을 할 때 어떤 마음일까?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이연복이라는 사람이 요리를 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198p.)

 음식 장사의 특별한 비법 같은 건 나는 잘 모른다. 내가 만드는 요리에 대한 믿음. 그걸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실력, 우리 가게를 찾을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그것만 있다면 '장사가 될까? 안 되면 어떻하지?'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나부터 돌아본 다음에 할 고민이다.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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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 - 내성적인 당신이 변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이유
에비스 요시카즈 지음, 강한나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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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순수하면서 동시에 자극적인 제목이다. 함부로 입밖에 내서는 안될 것 같은, 내 얼굴이 다 붉어지는 듯한 그런 제목. 이렇듯, 내성적이라는 단어는 세상에 당당하지 못하다. 내성적이라는 단어가 가진 뜻만큼이나 소심하고, 자랑스럽지 못한. 이해받지 못하고 수용되지 못하면서, 억울하다고 이해해달라고 말도 함부로 하지못하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내향성'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그리고 나도 '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고 소심하게 외친다.

 

 사실 나도 한번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야지 싶은 마음에 평상시보다 말을 많이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역시 잘 안 됐다. 무리해서 이야기하려 할 수록 내 결점이 들통나버린다고 할까. 오히려 평상시의 나로 있는 편이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60p.)

 이것이 일반적인 내향성 사람의 모습이다. '내가 틀렸구나, 나도 외향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하지만 이것은 고기를 씹어먹고 있는 토끼를 보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고 이상하다. 내향성이란 틀린 것이 아니고 조금 다른 것이다. 고쳐야 할 것이 아니고,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역시 나는 인간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176p.)

 사람들은 내향성에 대해 오해한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내향성의 사람들까지도 자신의 성향을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향성, 내성적 성격이란 단지 소심하고 조용하고, 남들과 잘 못 어울리는 반사회적인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좋아하고, 깊이있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다만 내향성의 사람들은 들뜸의 역치값이 조금 낮은 것 뿐이다. 외향성의 사람들이 100만큼의 활기가 있어야 신이 난다고 하면, 내향성의 사람들은 1~10정도의 활기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낀다. 오히려 그보다 높은 자극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는 데, 이 부분이 내향성의 사람들로 하여금 반사회적이라고 오해를 받도록 한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향성의 멋진점에 대해서 배우게 되기보다는 '성향'이라는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란 으레, 모순스러운 가치관을 동시에 갖게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내가 쓴 글을 읽듯, 감탄스러운 공감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성적'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달고 쓴 글이라고 하기에는 갸웃갸웃 하게 되는 단순히 자신의 '가치관', '행복론'을 이야기하는 글들이 자주 발견되었다. 정말 좋은 글들 이지만, 제목아래 집합을 하기는 조금 의아하다고 할까.

 

 그래도 차별적 의사표현을 강하게 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외향적인 사람과 내성적인 사람, 돈이 많은 사람과 가난한 사람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모두 똑같은 '인간'이다. 그것만큼은 항상 기억해둬야한다. (39p.)

 그래서 오히려 제목에 갖혀서 읽기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내향성이니 외향성이니 하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정한 하나의 틀이 아닐까. 혈액형별 성격이나 관상등이 100% 맞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내향성과 외향성을 구분짓는 일도 비슷한 것 같다. 내향성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내향성이 아니고, 외향성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외향성이 아니듯,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나와는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 아닐까. 그냥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조금 지루하고 심심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향성의 사람들도 모두 하루하루의 자그마한 행복과 즐거움을 따라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외향성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당신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의 존재와 미소 하나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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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면허 프로젝트 - 드로잉 기초부터 그림일기까지, 삶을 다독이는 자기 치유의 그림 그리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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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쨋든 그림그리기에 한정하여 서술되고 있지만, 굳이 그림이 아니더라도, 음악이나 글쓰기, 사진촬영, 하다못해 종이접기까지 '창작'이라고 말할만한 전 영역의 것들은 대개 우리에게 부담스러운 감정을 준다. 다들 그것들에 대하여 한번쯤은 환상을 품고, 때로는 도전을 위해 돈을 들이지만,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늘상 뒷걸음질치고 만다. 그것들은 우리와는 너무나 먼 세상의 이야기인듯 하고, 아무래도 그러한 '능력'들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듯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작'이란 으레 정해진 형식이나 답이 없는 것이고, 적어도 어릴적의 우리는 그러한 걱정없이 마음껏 표출하여 주변의 어른들을 당황스럽게 하지 않았던가.

 

 딸이 일곱 살쯤 됐을 때 내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대학에서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는 걸 가르친다고 했더니 아이는 날 이상하게 쳐다보며 되물었다. '그럼 그 사람들은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잊어버렸단 말이야?' -하워드 이케모토  (23p.)

 창작에 대한 부담감은, 어떤 것이든지 잘 해야 한다는 생각과 예술은 타고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단지 핑계를 대며 예술과 마주보기를 거부하고 있었던건 아닐까?

 

 해 보는게 아니라 그냥 해라. '해 본다'는 건 낑낑거리며 애를 써야 하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묵인하는 말이지만, '한다'는 건 뭔가 시작하도록 당신 자신에게 허락한다는 의미다.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뭔가 만들어 내는 것 자체란 뜻이다. 나이키에서 말하듯 "Just Do It" 그냥 하자. 결과가 어떨까 재지 말고 흐르게 두는거다.(136p.)

 할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은 정말 쉽다. 어쨋든 시중에는 누가봐도 감탄할 만한 작품들과 아이디어들이 가득하고, 그에 비해 나는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나의 첫번째 직선은, 첫 번째 단어는 왜 이렇게 안쓰럽게만 느껴지는지, 그렇게 우리는 '아직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좀 더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해서 시작하면 된다'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아니 도망치기위한 완벽한 핑계를 찾는다. 차라리 '하고싶지 않다'면 문제가 없지만, 하고싶은데 나는 아직 멀었다는 말은 올바른가?

 그것은 꼭 예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해당한다. 머뭇거리면서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일들. 언젠가는 이룰 것이라며 몇년째 말만하고 있는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해져버린 일들. 우리는 그렇게 잘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작할 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세상의 모든 경험들은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더 풍요롭게 해주는가. 일단 시작하고, 조금씩 더 나아지면 된다. 망설이고 있는 것보다 도전할 때,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된다. 어떠한 시작앞에서 머뭇거리며 망설이고만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 스스로가 하고 있는 고민이나 망설임이 얼마나 의미없는 시간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전공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진정한 예술은 비전공자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여러가지 테크닉이나 기본지식은 확실히 전공자가 낫겠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창작'을 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딱딱한 감이 없지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틀렸다, 저것은 옳지 않다. 그러다보면 그들의 작품은 공장에서 찍어낸듯 천편일률적이 된다. 말하자면 '팔리는 작품'이 나온다. 그에 반에 비전공자들은 자유롭고 제멋대로이다. 구도나 배치로 고민하지 않고, 색들 사이의 조화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제작자의 개성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뭘 머뭇거리고 있는가? 당신은 전문가가 아니다. 누구도 당신의 작품에 기대를 걸거나, 그것을 평가하고 실망하지 않는다. 그냥 한 번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해보라.

 

 완벽한 일기장과 펜, 최적의 시간과 장소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그런 건 시작을 미루기 위한 핑계거리일 뿐이다.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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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태스킹 -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하나도 이룰 수 없다
데보라 잭 지음, 이혜리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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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무언가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해요."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문장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문장이다. 우리는 모든 순간에 완벽함과 효율성을 요구받는다. 문제는 여기서 이야기하는 효율성이 '멀티태스킹'이라는 점이다. 분명 세상은 점점 편안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변해가는데, 이상하게 우리의 삶은 조금도 편안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에 처리해야할 업무는 늘어나고, 우리는 자연스레 한번에 한가지에 완전히 몰입하여 주변의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을 불안해하고 죄스러워한다. 길을 걸으며 책을 보고, 점심을 먹으며 문서를 읽고, 전화를 받으며 동시에 이메일에 답장을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다거나, 점점더 상황이 꼬여간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가?

 

 뇌는 집중해야 하는 일과 정보의 흐름을 분리하는 과정을 동시에 해낼 수 없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말하는 멀티태스킹이란 엄밀히 따지면 태스크 스위칭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일들 사이를 재빨리 돌아다니는 것으로, 하는 일만 바뀌는 아무런 소득도 없는 행위를 지칭한다. (39p.)

 멀티태스킹의 유용성과 문제점에 관한 논쟁은 벌써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그리고 어쨋든 현실의 사회에서는 '멀티태스킹은 가능하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고 성공할 수 있다'라는 것이 익히 알려진 통념이다. 뇌과학적인 증명이야 어찌되었건, 분명히 누군가는 멀티태스킹이라고 믿어지는 어떤 행위를 통해 성공을 이루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앞에 쌓여있는 업무들을 보고있자면 멀티태스킹은 어떻게 해서라도 얻고 싶은 능력중의 하나가 되버린다.

 

 데이비드 메이어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깔끔하게 정리해 말해준다. "대부분 상황에서 뇌는 복잡한 두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하려는 일이 매우 단순하고, 머리를 쓰는 수준이 비슷하다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42p.)

 나는 이 책을 읽기전부터 싱글태스킹을 해오고 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싱글태스킹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TV를 보면서 밥 먹는 것도 힘들정도로 멀티태스킹이 전혀 안되는 사람이니 말이다. 사람을 만나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이 되버리면 정신을 놔버리기 십상이고, 내가 지금 중심으로 두고 있는 업무를 제외하고는 다른 것들은 멍하니 잊어버렸다가 나중에 앗차하고 놀라는 일이 태반이다. 이것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을정도로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하지 못하니, 여러가지 일에 동시에 집중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상 실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다양한 일들을 해내기를 요구하고, 그렇게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지금 나는 복잡한 내 머릿속의 생각들에 중심이 이동해버려, '혼란해하기'를 제외하곤 어떤 일도 몰입해서 해내는 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세상을 부유하고 다니다가, 차라리 내가 한 번에 한가지 일에 밖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냥 이 모습 이대로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문제는,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싱글태스킹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게 왜 안되냐. 그래서 어쩌려고 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눈에 띈 이 책에 나는 '그 방법'을 알려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싱글태스킹의 유용성, 멀티태스킹의 문제점만을 대변할 뿐,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는 책은 아니었다. 물론 멀티태스킹의 신봉자들에게는 한번쯤 권해줄 만한 책이었지만, 결국은 그냥 그런 자기계발서일 뿐이었다. 게다가 외국의 문화를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 우리나라의 업무환경에 맞을까하는 점도 조금 걱정스러웠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싱글태스킹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무교육기간을 그리워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공부라는 한가지 일에만 몰입해도 충분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딘가에 완벽히 몰입하여 그것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었던 기쁨, 그리고 그것을 해냈을 때의 보람과 희열. 멀티태스킹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개운함과 상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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