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맞춤법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는 맞춤법을 사용해오고 있어서 특별히 맞춤법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맞춤법을 신경을
쓰면 더 헷갈리고 잘 쓰던 단어들까지도 어색하게 느껴져버려서 그냥 머릿속에서 나오는데로 자연스럽게 글을 써왔다. 하지만 최근에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내가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장들 중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보통의 경우는 나보다 맞춤법을 잘 아는 친구들에게 물어서 해소를
해오는 편이었지만, 역시 교과서식의 암기된 지식은 여러차례 반복적으로 들어도 들을 때 뿐. 다시 그 문장을 쓸 때가 오면 헷갈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쯤, 사람들이 주로 헷갈리는 단어들이나, 단순히 많은 글을 읽고 쓰는 것만으로 눈과 손에 익숙해 질 수 있는 맞춤법의 수준을
넘어서 그 원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3권에서야 나는 이 시리즈의 책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것은 내가 원하던 내용이 실려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제목을 갖고 있었다.
항상 발음이 먼저라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57p.)
이 시리즈의 마지막인 3권만 읽고서 이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조금
섣부른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맞춤법은 늘 저 문장에서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담고 있는 내용은 우리가 국어시간에 한번쯤은
들었고 외웠던 다양한 법칙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단순히 법칙을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질문을 통해
우리가 올바른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어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는 3권의 내용이 내가 기대하던 내용이 아니어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맞춤법 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원리에 입각한 설명도 좋고, 대학 교양 강의를 듣는 듯한 친근한 말투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한 설명도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사투리권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 소리에서 시작하는 문법의 접근 방식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문제를 이야기 한 것이지, 절대 책이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 책 한 권으로 끝내지 않고 다른 책들을 찾아보게 만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미처 다
싣지 못한 그런 숨은 이야기들이 의문으로 남아서, 다 읽고 난 후에도 묘하게 남는 찝찝한 느낌. 내가 1,2권을 생략하고 3권을 먼저 읽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우선 1,2권을 구해서 순서대로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저 복잡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한글 맞춤법이 얼마나 흥미로운
원리와 이야기를 숨기고 있었는지 알게 해준 책이었다.
물론 성인들에게도 좋은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학교에서
필독도서로 지정하여 많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지 않는 다음에야, 학교를 졸업하고나면 우리가 언제
다시 맞춤법을 공부하겠는가. 하지만 맞춤법이라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것이기에, 어차피 하는 맞춤법 공부라면 단순 나열식의 암기가 아닌 구체적인
원리를 접하여,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맞춤법을 좀더 흥미롭게 배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