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와 생각 정리를 위한 다빈치 노트 세트 - 전2권 - 무선 본책 + 양장 노트 다빈치 노트
최지은 지음, 김명철 기획.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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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가지 요소를 고려한 끝에 나는 <다빈치 노트>의 기획 콘셉트를 정했다. <다빈치 노트>는 문구가 아니라 책이 되어야 한다. 이 노트의 필요성과 기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책(설명서)과 함께 묶어 론칭함으로써 문구류가 아닌 도서로 포지셔닝하는 쪽이 새로운 문구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보다 나으며, ...(하략)....(125p.)

​ 나는 과연 이것을 서평이라고 해야할까. 제품사용설명서를 책이라고 말하고, 그것을 읽고 서평을 쓰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긴 글을 읽기를 싫어하는 많은 분들을 위해 미리 요약을 해드리자면, 이것은 책이라고 할 수 없다. 위에 소개한 문장은 이 책의 내용 중 한 부분이며, 이 책은 '다빈치 노트'라는 문구류의 '사용설명서'에 불과하다.

 이 책은 200페이지 가량의 본책과 비슷한 두께의 노트 한 권으로 이루어져있다. 노트의 구성은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고, 본책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사용설명서'와 다름이 없다. 책(?)의 시작은 꽤 그럴 듯 하게 시작한다. 다빈치, 뉴턴, 아인슈타인이 노트를 사용했으며, 어떠한 노트법을 가지고 있었는지, 노트를 쓰는 것이 창조적인 활동에 얼마나 유익한지 등의 내용을 서술한다. 그래서 '잠깐'은 이 책의 내용을 착각하고 말았다.

​ 나는 '활자중독' 내지 '편집증'환자처럼 글자들에 목매고, 수 권의 노트를 동시에 사용한다. (현재, 일기장만도 3권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나만의 노트법이라고 할만한 명쾌한 노트법을 발견해내지 못했는데, 어쩌면 저자는 나와 같은 '스스로의 노트에서 뭔가 조금씩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 해결책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늘 노트를 하다보면 여백이나 한 눈에 보이는 구성이 고민되게 마련이다.)

 노트필기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것들, 한번쯤 시도해보았지만 만족스러운 노트를 얻지 못했을 그런 방법들을 하나의 노트법으로 통일시켜놓았다. 그런점에서 <다빈치 노트>의 노트법은 가치를 가지며, 충분히 활용될만 한 콘텐츠이다.

​ 창조자의 연장통 안에는 무슨 거창하고 대단한 비법 같은 건 담겨 있지 않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작 과정을 공개하고 기술과 원리를 밝히는 데 별 거리낌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그들의 연장통에는 오랜 시간 장기 기억에 축적해온 자신의 경험과 감정과 지혜를 통찰로 연결하는 자신만의 스위치가 들어 있을 따름인 것이다. 누가 몰래 그들의 스위치를 훔쳐다가 아무리 눌러댄다 해도 애초에 입력되어 있는 정보가 다르니 똑같은 창작물을 생산해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111p.)

 하지만 나는 이것에서 책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저자라는 명함을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계발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낸 저자들 중에 유독 자기계발서 저자가 많이 보인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자기계발서의 내용들을 너무나 뻔한 것들이며, 평소에 조금만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그럴듯한 언어로 옮겨적음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홀릴만한 글을 얼마든지 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비저자와 다른 점이라면, 그런 생각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옮길 수 있는 능력과, 기획력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인기있는 자기계발서들의 핵심은 결국 '강한 믿음'이다. 스스로를 그리고 자신의 이론을 얼마나 신격화시킬 수 있느냐.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느냐. 그것에 따라서 책이 팔리거나 팔리지 않는 것이 결정되는 것 같다.

​ 그런 맥락에서 구구절절 기나긴 제품설명서를 선택한 저자의 기획력은 돋보인다. 하지만 이것을 책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것은 역시 저자의 실수가 아니었을까. "책"이라는 것의 영역은, 그 나름대로의 사람들의 기대치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제품설명서'는 아무리 자세하고 두툼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도, 책으로서 읽혀지지 않는다. 만약 이것이 '문구'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면, 이 상품의 구성은 독특하고 친절해진다. 하지만 '책'이라는 테마안에서 이 상품을 본다면, 부실한 내용과 실망스러운 사은품에 지나지 않게 된다.

 저자의 오랜기간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이 상품에 담겨있는 훌륭한 콘텐츠의 노트법이 조금 빗나간 포장지에 가려져 사라져버릴까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차라리 조금더 풍성한 정보를 담은 한 권의 책과 얇은 사은품 수준의 샘플노트를 '책'이라는 구성으로 소개하고 <다빈치 노트>자체는 '문구류'로 동시 판매를 시작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는 개인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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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3평 대박집 사장이다 - 열세 평, 스물네 자리, 월 일억 팔천만 원
다나카 도시유키 지음, 이선화 옮김 / 학고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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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왠지 굉장히 두려운 질문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마땅히 '꿈'이라고 이야기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대부분은 '꿈'이라는 단어 앞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갖고, 밖으로 꺼내는 것에 묘한 부끄러운 감정까지 느낍니다. 우리는 '꿈' 앞에서 몇 가지 핑계를 대곤 합니다. '현실적이지 않아서.', '이루기가 너무 어려운 일이라, 실패할까봐.' 등등. 그리곤 자신의 꿈이 좌절되었다며 세상의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하죠.

 거기에 얼마전부터 다양한 멘토들과 책들이 나서서 '열심히 살아도 되지 않는 이유'를 '얼마든지 아파해도 되는 이유'를 만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너무 힘들고 지칠때는 그런 책을 찾곤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렇게 말합니다.

​문제는 힘들면 바로 그만둬 버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벽을 뛰어넘어 보겠다는 사람이 적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젊은이들의 무책임함 뒤에는 현대의 '사치병'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내일 먹을 쌀이 없다는 불안감이 없고 어디를 가더라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목숨 걸고 이루어 내겠다는 헝그리 정신이 없습니다. (49,50p.)

​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같지 않나요? 우리보다 앞서 시대를 살아온, 그러니까 꿈을 꿀 여유조차 없던 시대를 살았던 어른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와 꽤 비슷합니다. 저도 요즘의 젊은이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들이 듣기에 즐겁지는 않습니다. 우리와 그들은 다른 시대를 살고 있고, 그 시대의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저희는 꿈을 꿀 수 있고, 그렇기에 그들과 다른 아픔을 겪고 있으니깐요. 각자 다른 고통일 뿐이죠. (물론 점점 꿈을 포기해야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죠.)

 그런데 저는 이 책의 저자가 하는 말에는 왠지 동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에 완전히 몰입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몰입을 하는 것, 완전히 올인한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몰입의 경지(?)는 너무나 까다롭습니다. 조금만 의식을 해도 깨지고, 조금만 다른 신경 쓸 일이 있어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강한 열망이 있어야한다는 뜻이죠.

 저자는 25살의 나이에 갑자기 장사를 결심하고 아무런 정보도 기술도 없는 상태로 오사카를 향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한달만에 해고를 당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39세쯤 되는 것 같습니다.) 대박집 사장이며, 주식회사의 대표가 되어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운운하는 금수저가 아닙니다. 그가 꿈을 이룬 이유는 오직 하나 였습니다. '올인 할 것.' 이 책의 저자는 '장사'라는 한 가지 꿈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손님이 오지 않으면, 올 때까지 식당문을 닫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100%의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빈틈없이 고민했죠. 주변의 근거없는 조언이나, 통념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공격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

 

 저는 요식업계 경영자들의 대부분이 일반적인 상식과 정보, 고정관념에 묶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특히 '가장 바쁜 달은 12월'이라고 하는 고정관념을 믿지 않는 편입니다. (중략) 만약 12월에 오신 손님이 매우 만족하여 '또 와야지!'라고 생각하고 1월에 다시 재방문을 해준다면 1월에 12월을 넘는 매출도 기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략) 실제로 뎃판진자는 1월,3월,8월 등이 12월보다 훨씬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할 때가 많습니다. (153,154p.)

 이 책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 또는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예상독자층일 것 같습니다. 손님에게 어떤 마인드로 어떤 서비스를 실천해야하는지, 직원 교육은 어떻게 해야하며 그들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하는지 등을 소개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조금 귀찮아서 다양한 핑계를 대며 피하고 있을 뿐이죠. 물론 많은 누군가는 '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지 못해서 시작하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르고요. (자신을 알고, 꿈을 알기에 우리의 학창시절은 너무 바빳으니까요.)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또 다시 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분명 주변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선뜻 말하지 못한 꿈, 두려움과 귀찮음에 그냥 묻어버린 꿈들이 하나씩은 다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그 일에 모든 것을 올인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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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 - 박원순의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
박원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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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종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다양하다곤 하지만, 실제로는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로 길러지는 종을 제외하고는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가 참 어렵다. 이와 마찬가지로 직업세계의 다양성도 실제로 체감되는 직업의 수는 크게 많지가 않은데, 단순히 직업을 이야기할 때 회사원, 자영업자, 경영인, 공무원 정도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경향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당장 내가 알고 있는 직업을 나열해보아도 마땅히 떠오르는 명칭이 없는 것을 보면 우리는 과연 직업의 종류나 제대로 알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해 가는 것인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그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된 것은, 최근 적성검사를 받고 처방(?)받은 직업들을 살펴보다가였다. 나한테 맞을 만한 직업이라고 100가지가 넘는 직업을 소개받았는데, 이게 뭐하는 직업인지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각 직업에 대해서 간단한 검색을 해보면서, 실제로 우리가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단어 안에 얼마나 다양한 직업명칭들이 들어있는지 알수 있었다.

 직업은 끊임없이 새로 생겨나고 사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이미 존재하는 단어들로 정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제 세상은 자신을 나타낼 명함을 스스로 만드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직업조차도 생소한 이름들이 많은데, 여기서 저자는 또 1000가지의 직업을 소개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

​ 먹고사는 원천으로서의 소극적인 직업이 아니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주체적인 직업이 진정한 직업이라고 믿는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재 존재하는 직업들도 우리의 조상들이 자기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실천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 아니던가?

 직업이 먹고사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라면 선택은 명확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된다.  (12p.)​

​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직업들은 어쩌면 직업이라는 이름보다는 '아이디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 하다. 어떤 것은 20대의 청춘들이 지금 당장 시도하기에는 너무 큰 프로젝트이고, 어떤 것은 수익구조를 상상해내기 조차 어렵다. 직업으로 삼기보다는 단순히 취미나 열정으로 이뤄내야 할 것들도 많고, 어른들의 도움이 아주아주 많이 필요한 아이디어들도 있다. 하지만 위의 핵심에서 생각한다면 이 책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책이 알려주고 싶은 것은 '어떻게 먹고 살래'가 아니라 '너는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살고 싶니'의 문제일테니까.

 맞는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것들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금전적인 문제는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이다. (심지어, 분량 채우려고 막 던졌네...하는 아이디어들도 있었으니까....;) 이 책을 허황된 이야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나는 동의한다. 하지만​​여기에 소개된 각각의 아이디어들을 하나의 직업으로 분리해서 보기보단, 세상에는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정도로만 이해한다면, '뜬구름 잡는 책'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쨋든 여기 있는 아이디어들이 실현이 된다면, 개개인의 금전적인 문제는 몰라도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다는 정도는 사실이니까.)

 나는 이 책을 2016년에야 읽고 있지만, 이 책의 초판 발행은 2011년이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지난 5년동안 이 책에 있는 많이 아이디어들이 실현되었고, 그 중 몇가지는 제법 성공적인 궤도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의 1000가지 아이디어들은 지금은 그저 다듬어지지 못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현되어온 아이디어들을 살펴보면, 분명히 모든 아이디어들에서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수익구조들을 만들어냈고,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어쩌면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청춘들보다는 이미 어느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있는 어른들이 많이 읽어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청춘들이 인력과 열정, 그리고 두뇌가 되어주고, 그 뒤에서 어른들이 실현을 위한 금전적, 안정적 뒷받침이 되어준다면 좀 더 다양한 직업, 살기 좋은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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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발견 -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평생 먹고사는 시스템 만들기
조연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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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이상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때에도 당신은 지금 그 일을 계속 할 것인가? (98p.)

​ '꿈'이란 무엇일까. 나는 '꿈'이라는 단어 앞에서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하나는 '할 수 있는 일'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열정없는 사람들로 비추어지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딱히 현실에 굴복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개인의 성취보다는 주변 사람들이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 다시 이야기해서 이들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전자의 사람들에게 이들은 종종 현실감없다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삶이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아의 성취에서 행복과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찾는 사람들. 항상 많은 고민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만, 하루하루를 보람으로 채워가는 사람들이다.

(아, 그 외에도 첫번째 부류인 척 하며 사실은 그냥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들과, 두번째 부류인 채 하며 사실은 '돈'과 '명예'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열외로 하자.)​

 그럼 나는? 잘 모르겠다. 아니 최근들어 급격하게 잘 모르게 되어버렸다. 나는 지금 후자의 입장에서 전자의 입장으로 스르르 넘어가고 있는 그 중간 어디에 있는 것도 같다. (굳이 따지자면 허무주의와 참 닮았다.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게 문제긴 한데...)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꿈을 지키고 살아가는 일은 너무나 외롭고 고달픈 일이다. 정말 현실이 이렇게 고달픈 건지, 우리들 스스로가 서로를 고달프게 만들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인용문으로 이미 예상을 했겠지만, 이 책은 후자의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요즘 '공딩'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이들은 대학이 아닌 공무원을 목표로 졸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더러는 노량진 공무원 고시학원을 다니고, 또 일부 학교에서는 공무원 준비생을 위한 특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공무원에 목숨거는 이유는 대부분 '안정적이여서'.

 기껏 해야 겨우 몇 년 전에 불과한데, '공무원'이나 '대기업입사'를 꿈으로 가진 친구들이 거의 없었던 나의 학창시절과 비교하면 씁쓸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우리들의 대부분도 수험생 시절을 거치면서 하나둘 '한계'에 굴복하였고, 지금은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잊은 채, 그저 흘러가듯 살아가고 있지만 말이다.

 현실을 야금야금 실감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세대는 반드시 꿈이 필요하지만, 과연 꿈을 꾸라고 나의 후배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맞는지 잘모르겠다. 세상은 딱히 선구자들의 예상처럼 흘러가지만은 않는 것 같고, 하루하루가 너무나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일이 없는' 나의 현실에 대한 좌절, 맞는 듯 하면서도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서 극단적인 정보를 선택한 건 아닐까 하는 약간의 의심, 다시 뛰어보자는 생각과 관두자는 생각사이에서의 혼돈. 지금의 나는 열정이 없는걸까 용기가 없는걸까. 누군가들의 조언처럼 지금의 나는 그냥 머릿속을 완전히 비우고 한동안 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

​데시 교수는 실험 대상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눠 소마라는 재미있는 블록 퍼즐을 풀게 했다. 한쪽 그룹에는 형상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1달러씩 주기로 했고, 다른 족에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아무 보상 없이 퍼즐 자체를 즐긴 그룹 학생들이 훨씬 많은 흥미를 보였고 몰입도도 높았다. 퍼즐에 몰두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 측면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중략) 돈이라는 외부 보상보다 조건 없이 퍼즐 자체의 즐거움에서 유발된 동기가 더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다. (237p.)

​ 결국 모든 문제는 '돈'으로 귀결된다. 서론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어떤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이건 '꿈'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현실때문에 꿈을 포기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꿈만을 동기로 가진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찾아왔던 무지갯빛의 꿈은 대부분 '돈'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고민속에 끼어들면서 흐려지기 시작한다. 같은 일을 해도 그 동기가 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꿈만 먹고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의 삶이 점점 더 비참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돈이 동기가 되어버리면 더이상 꿈은 '내가 알던 그 꿈'이 아니어져버리기때문에...

(내가 지금 이것 때문에 딜레마를 겪고 있는데, 이걸로 설교하듯 글을 쓰고 있는 상황이 좀 우습긴한데..)

 '알파고'의 등장으로 지금 세상이 꽤 씨끄럽다. 최근에 나온 신간들도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의 직업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블루칼라를 지나 화이트칼라까지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다음 노동자, 골드칼라(지식노동자)​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급한 사람은 2장까지만읽어도 충분하다. 어차피 뒷 내용은 어느 자기계발서에나 읽을 수 있는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하라는 이야기가 주류이기때문에..)

 모르겠다. 예전의 나는 이 책을 막막 추천해주고 싶어하는데, 지금의 나는 남들의 꿈까지 신경써주기에는 너무 지쳐있다. (그래서 지금 서평이 횡설수설하는 중임. 이래서 자기 경험, 감상위주 서평이 위험합니다, 여러분.)​ 너무 솔깃하고, 나도 꿈이란걸 놓고 싶지 않기때문에 읽었던 책이고, 책이 알록달록 해질 정도로 밑줄치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지만,  저 뒤에 퍼져있는 내 꿈을 채찍질해가며 달릴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이미 넝마가 되어있다), 당장 나 자신이 혼란스러웠던 시간이었다. (혼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일주일쯤 잊고 지내다가, 다시 처음부터 하나하나 써가며 읽어볼 생각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꿈을 꾸고 있고, 그것을 이루고 싶은 열망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면, 또는 자신이 '자아의 성취'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읽어라. 죽어있는 내 심장에 약간이나마 다시 전류를 흘려주었다는 것만은 사실이니까. (그냥 내가 일어나기 싫은 듯.) 분명 시덥잖은 자기계발서들과는 다르고, 저자의 상당한 노력과 고민이 들어가있는 알찬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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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포드 지음, 곽영미 옮김 / 학고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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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첫문장부터 500페이지에 달하는 긴 내용을 작가에게 죄다 스포당해버리고, 뭔가 좀 심드렁해진 기분으로 책장을 넘겨왔다. 열다섯의 어린나이에 부모가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잡혀가고, 하나뿐인 쌍둥이 누나는 집을 나가버리고, ​캐나다로 떠밀려진 주인공의 이야기. 내가 여기서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저 첫문장만큼 황당한 스포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겠군!?)

​ 그래서 책이 좀 지루했다는 것이 이 서론의 요지다. 무려 2주에 걸쳐 책을 읽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하고 싶은 말이 수시로 변했다. 꾸벅꾸벅 졸면서 짜증과 함께 책장을 넘긴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심하게 심취하여 울컥울컥하면서 책장을 덮어버린 날도 있었다. 도대체 이 작가는 뭐하러 이렇게 내용을 질질 끌고있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특히 1부에서) '그래, 뭐. 혼자 버려진 불쌍한 어린아이가 참 당돌하고 똑똑하게 잘 살아가고 있구나. 나보다 낫네' 정도의 생각을 하면서, 소설같은 소설을 읽어갔다. 그러다 탕!하는 총성과 함께 내 머릿속을 맴돌던 무수한 생각들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리고, 오직 한가지 생각만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 무수한 생각들도 나름의 교훈들이었는데...)

 그래서 지금의 나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풀고 싶었는지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멍해져버렸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 것일까?'

 처음 나는 이 책을 가족이 무너져가는 세상속에서 개인의 상실과 슬픔을 담은 책으로 소개받았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 소개는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개인의 상실과 슬픔을 넘어 그 개인이 삶을 바라보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삶의 성찰을 담고 있었다.

​ "불안정해도 괜찮아." 그가 말했다. "나도 불안정하거든. 난 남들 말도 쉽게 따라, 아니 한때 따랐지. 이곳에서 우리는 불안정해. 여기 있는 자체가 당연하지 않으니까. 그 점에서 너와 난 똑같다."  (405p.)

​ 15살의 소년은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에게 닥친 모든 운명은 잔인하게도, 그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았고, 담담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다만 그는 꿈을 잃지 않았다.

​ 자신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삶은 우리의 의견조차 묻지 않고 많은 것을 결정한 채로 우리에게 주어진다. 거기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좌절하고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받아들이고 그것을 넘어설 것인가.'하는 것 뿐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그 결정이 결국은 우리의 인생 전체의 모습을 결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인생은 결국 누군가가 결정해 준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같은 환경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주인공 델의 인생과 그의 누나 버너의 인생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 "넌 멋진 삶을 살아온 것 같니? 내 기분은 말해 줬잖아? 그러니 넌 그렇다고 해도 괜찮아. 난 기뻐." 그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의 기색은 없고 평안함만이 보였다. 내 기어게 영원히 남아 있을 얼굴이었다.

 "난 받아들여." 내가 대답했다. "다 받아들여. 나한테 꼭 맞는 여자와 결혼했어."

 "우리 모두는 받아들여. 그건 대답이 아니야." 그녀의 마른 입술에 주름이 졌고 그녀는 지나간 버스를 언짢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우리에겐 어떤 선택이 있을까?"

 "그렇다면, 맞아." 내가 말했다. "난 멋진 삶을 살았어." 내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533p.)​

​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를 둘러싼 모든 말들에는 극단적인 두가지 결론이 있고, 그 경계는 쉬이 구별되기 어렵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여야 그다음의 결정을 할 수 있지만, 그것에 완전히 물들어서는 안된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심해져 완전히 물들어버리다면 결국은 또다른 파국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담담하게 하지만 때로는 반항적인 시선으로, 삶의 태도를 결정한다는 것은 역시 조금 혼란스럽다.

 이 책에서는 국경을 넘는 것으로 삶의 새로운 결정을 묘사하고 있다. 저자가 캐나다라는 공간에 어떤 숨겨진 의미를 담아두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삶의 환기였고 더 나아감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 것일까.' 지금의 나는 이 질문을 들으면 지극히 허무주의적인 결론에 부딧히고 만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인 '델'만큼 삶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일 용기가 없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러한 용기를 갖지 않는 일조차도 조금은 지치는 느낌이다. 스스로를 정의하고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일은 꽤나 멋져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질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마지막에서야 이 책의 저자가 저런 파격적인 첫문장을 선택한 이유를 깨달은 나는 꽤나 슬픈 기분이 든다. (책이 슬픈게 아니라 지금 나를 둘러싼 사건들이 슬픈걸지도...) 이 책은 허구이면서 현실이었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가족의 붕괴 속 개인의 슬픔을 담은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는 왜 살아가는 것일까.', '우리의 삶에는 어떤 선택이 있을까.'의 삶의 성찰을 담은 꽤나 씁쓸한 맛이 나는 소설이다. 누가 도둑질을 했고, 누가 살인을 했는가 하는 문제는 첫문장에서 발설해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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