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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폭력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 화를 참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타다 다마미 지음, 이소담 엮음 / 라이프맵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것을 꼭 폭력 또는
공격이란 단어로 표현했어야 했나...
최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단어
중에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가 있다. '혐오'. 단어의 발음 자체만으로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나쁘게 바꾸어버릴 것 같은 소름끼치는 이
단어가 어떻게 일상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걸까. 혐오라는 단어가 나에게 주는 느낌은 그렇게나 극단적이고, 아주 극소수의 상황에서나 쓰일 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의 '혐오'는 생각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하고, 그래서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까지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정신적 폭력은 가해자도 폭력에
당하는 피해자도 '이것이 정신적 폭력'이라고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길 정신적
폭력에서는 가해자조차도 자신이 상대에게 공격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가해자의 다섯유형인 부인형(자신의 결점을
부인), 이득형(불쾌함을 표현함으로서 챙김받고 싶은 마음), 치환형(엉뚱한 곳으로 불쾌감 표출), 선망형(부러운 마음을 비아냥으로 표출),
자기애형(타인을 깍아내림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을 살펴보면 더 그 사실이 극명해진다. 결국 정신적 폭력이라는 것은 '의도'를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내면의 어떤 욕구불만이 겉으로 표출된 것,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화를 입힌 것이란 소리이다.
물론 의도의 여하를 떠나서, 피해자가
이로 인해 화를 입었다면 이것은 일종의 '가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하면 이것을 '폭력', '공격'이라는 날카로운 단어를
선택하여 '의도치않게 가해자가 되어버린 자'들을 몰아세웠어야 했는지가 찝찝한 의문으로 남는다.
세상을 전쟁터로 만들려는
것일까.
현대사회는 '모두 각자의 가치관을
지녔다.'는 의미에서 다양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개인이 다양한 가치관을 이해하거나 타인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관'이라는
껍질 안에 숨은 채로 타인의 가치관에 접촉하거나 이해하려는 행위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 말을 바꾸자면 정신폭력 가해자의
특징인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사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가해자의
의도야 어찌되었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자신이 소진되는 상황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가해자에게 강하게 맞대응하며
몰아세운다면 그것은 결국 전쟁을 벌이자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하다못해 개구리도 끓는 물에 집어넣으면 튀어오르는 법이다. 이해없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양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책은 초반부에서 '독자를 피해자로 만드는 실수'를 피했어야 했다. 이미 책의 전반에서 그것을
알고 있는 듯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왜 저자는 글의 순서를 이렇게 정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의문스럽다.
상위층이 하위층의 아픔을 쉽게
이해할 수 없듯, 자신의 고통으로 똘똘 뭉친 하위층 역시 상위층의 입장을 쉽사리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다. 나의 아픔과 억울함이 '타인의 탓'인
이상, 더 이상의 이해란 스스로에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그들을 이해해주어야
하느냐'라고 이야기하지만, 진정 양 계층간의 대화가 없이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이해를 하고 인정을 해준다는 것은 결코 나와 그들이
같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냥 단지 그들을 더이상 매몰차게 밀어내고 미워하지는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소통이다.
만약 당신의 애인이 당신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은 채, 자신의 생각만 끊임없이 강한 어조로 강요한다면 당신은 그(녀)의 이야기를 애정어린 마음으로 들어줄
것인가?
나는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라는 생각
이런류의 책의 저자들은 '당신은
아픕니다'라는 말보다는 '당신 옆의 그 사람도 아픕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독자도 '나는 아프다'라는 생각보다는 '우리는
모두 아프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악의를 품고 타인을 공격한다면 몹쓸
짓이지만, 정신적폭력은 그럴 마음이 없는데 자기도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므로 '혹시 내가 가해자는 아니었나?', '생각지 못하게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거나 과도한 압박을 주고 있지 않았나?'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신중히 살펴보아야
한다.
정신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장해야 하는 것' 이외에는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부드럽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뭔가 찝찝한 시작이었지만, 그래도
이 책은 둥글게 커뮤니케이션 하기를, 서로를 이해하기를 권유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좁혀가고 있다. 실제로 생활중에 소통이 부족하여 서로간에
감정의 폭이 생긴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많은 문제들은 '한마디'의 말로 해결된다. 왜 우리는 서로를 넘겨짚으며 오해하고
미워하는 걸까. 오해를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쉽지 않지만, 우리의 하루하루를 한결 풍족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
정신폭력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먼저 나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 깨달음에서 정신폭력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