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 왜 술을 마시는 걸까.
알코올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내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쓴다는 건 역시 말이 안되지만, 간만에 읽은 단편소설집이 몰입도가 너무 좋아
소개를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길지 않은 경험에 의하면,
슬퍼서, 괴로워서, 힘들어서 그리고 즐거워서 사람들은 술을 마신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술을
마시면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반이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은 흥청망청 취해버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물론 정말 깔끔하게 잘 마시고, 즐겁게 잘 취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독,
어느 모로도 씁쓸한 그것이 나는 싫다.
이 책은 7편의 단편들로
이뤄져있고, 그 모든 글이 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면서도 어떤 글도 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하지만 모든 그들의 삶은 '술에 취한 듯'
비틀비틀거리며 흘러간다. 갑작스레 찾아온 병,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 그리고 오해.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잘못이 아니며, 그렇다고 쉽게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마주한 상실 앞에 비틀거린다. 술 한 잔이 주는 순간의 망각과 함께.
인간의 삶은 늘
희노애락이 함께하고 있고, 그 운명의 방향이란 것은 생각보다 쉽게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일반적인 서민들의 삶이란
소소한 행복이 첨가된 큰 상실과 고통인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마치 취한 사람처럼 그렇게 비틀비틀 위태하게 살아가는 것,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안녕 주정뱅이'가 아닐까.
술에 취하면, 모든 생각을 잊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술'은 모든 상황의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진다. 어색한 첫만남의 자리를 유연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도 술,
지루한 상황을 즐겁게 바꾸어 줄 수 있는 것도 술, 즐거움을 배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슬픔을 견디고 잊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도 술. 하지만,
결국 흥청망청했던 밤은 지나가고 아침은 온다. 그리고 그 아침과 함께 어색함도, 지루함도, 슬픔도 다시 찾아오고야 만다. 술 한 잔의 시간을
말끔히 잊어버리고, 그래도 우리의 상실과 고통은 계속해서 우리와 동행한다.
그리고 그 밤이 오면 또 다시
고통을 잊기 위해 그들은 술을 마신다. 이것은 우리는 결코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일종의 암시인 것일까.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요? 그렇잖아요?'(230p.) 그게 우리의 탓은 아니지만, 운명의 실타래 위에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이다. '애주가'가 될지언정 '주정뱅이'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조금은 가볍게 들뜬 마음으로 걸어갈지언정, 비틀비틀
위태롭게 걸어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