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으로 가는 길
데이브 에거스 지음, 앤젤 창 그림 / 상수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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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란 의자와 하얀 호랑이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뤄진 '그림'책이다. 유아그림책으로 분류가 되어있는데, 사실 '아이'라는 존재와 일억광년 떨어진 나로써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리고 부모의 시선으로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려웠다. 그냥 자연풍경과 하얀 호랑이를 사랑하는 작가가 그린 도록같은 느낌. 세계의 여러곳을 너무나 아름답고 사실적으로 옮겨그려놓았다.

결국 책을 '의도대로' 읽어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빌렸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 또는 어른의 시선에서 이 책을 보는 사람들. 그러곤 무릎을 딱 쳤다. 이 책이 왜 유아들을 위해 쓰여진 책인지. '상상력' 이 책의 그림들은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호랑이의 입장이 되어서, 직접 풍경 속으로 들어가서. 장소에 대한 '단어'만 표시되어 있을 뿐 이 책에는 그림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 그냥 호랑이가 여러 풍경속에서 의자를 들고 힘겹게 때론 즐겁게 어딘가로 향하고 있을 뿐.



그 속에서 그는 어떤 일을 겪었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마지막장을 덮기까지 아이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책의 맨 뒷면에 소개된 각 장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통해 아이들에게 집안에서 세계 여러곳을 설명해주고 보여줄 수 있다.

어른들에게 역시 잊지 못할 '방구석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고,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라면 자신의 아이들의 창의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는 길고 험한 길을 건너 '집'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호랑이가 소중히 간직해 온 것과 똑같은 노란 의자에 앉은 가족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풍경을 감상하며 책을 넘기다가 문득 '멍-'해지며 찡한 감정이 들었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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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사냥꾼 - 1년에 티끌 모아 천만 원
오일리스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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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짜리 한 푼이 아쉬울 때가 있다. 단 한 푼도 벌지못하지만, 돈을 벌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처지일 때. 나도 한 때는 (사냥꾼까지는 아니고) 푼돈 수집러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실 책의 목차를 봤을 때 퍽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낯익은 단어들이 꽤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거의 시작과 동시에 푼돈 수집을 그만뒀던 사람이었다. 우선 말 그래도 그냥 '푼돈'이었기 때문에. 휴대폰 용량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기 때문에. 그리고 노력대비 수익이 너무나 적었기 때문에. 특히나 내가 푼돈을 주우러 다녔을 때는 지금처럼 '앱테크'라는 단어가 대중적이지 않을 때였고, 정말 시간 대비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의 프로그램들이 많았디. 거기다 (그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조금 돈을 만져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자유로운 시간사용이나 꽤나 방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어보기로 결정한 것에는, 푼돈들이 아쉬워져서 라는 마음보다는 푼돈의 위력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앱테크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나는 '클라우드 웍스'나 '캐시미션'같은 긱워킹을 제법 오래 해왔고, (그것 역시 내가 시작할 때는 수입이 거의 안났지만 지금에서야) 생각보다 많은 수입을 얻어내고 있다. 그 외에도 13년 만에 드디어 치킨 4,5마리 수익을 내고 있는 '애드포스트'나 얼마전 시작해서 수익이라곤 1도 못내고 있는 '쿠팡 파트너스'등. 누군가들은 꽤 그럴듯하게 수익을 내고 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푼돈인 것들이 조금씩 모여 티끌이 아닌 흙더미가 되어가는 것은 꽤 뿌듯하다.



사실 직장인이 부업으로 '푼돈을 사냥'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도 괜찮은 일들 뿐일 것이다. 이 책의 목차에는 난이도와 금액을 5단계로 나누어서 표시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일반적인 직장인이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별 두 개' 정도 까지가 아닐까.



책을 읽어가며 어쩐지 휴대폰이 묵직해졌다. 게임도 잘 하지 않아 남아도는 용량이 드디어 제 할일을 찾은 것이다(?). 책에서 추천하는 '양질의' 앱들과 개인적으로 조사해서 추가적으로 사용할만한 앱들을 잔뜩 설치했다. 사실 무척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문득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시간적 여유도 고도의 사전지식도 없는 직장인이 조금씩 시간을 내서 앱테크를 했을 때 한 달에 어느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을까. 1월 한달 내가 시도할 수 있을 법한 모든 방법을 시도해볼까 한다. 그리고 1월 말 하나의 리포트로 작성해볼까 생각중이다.

'금융계 패널(사실 패널계에는 우연히 입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이나 '생활패널'등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다양한 푼돈 사냥처를 많이 알 수 있었다. 그 물 언저리에 있는 사람은 무한한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밖에 있는 사람은 작은 실마리조차 얻을 수 없을 때가 많다는 책의 한 문구처럼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 수익을 올리고 자신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루트들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 꼭 푼돈 사냥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 물'에 있지 못해서 놓치고 살아가는 걸까. 문득 모든 일에 진심을 다하고, 정성들여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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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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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껍질보다 껍질을 벗겨낸 표지의 문구가 더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표사진으로 겉표지를 벗겨낸 표지를 선택했다. "어쩜 그런 기발한 상상을 하냐고들 물어보는데요..."에 대한 대답. "그냥, 무심코 떠오른 생각들이랍니다."

이 책은 표지의 말처럼, 무심코 떠오른 단상들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놓은 책이다. 책소개에 굉장히 기발한 뭔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되어있어서, 기대를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좀 실망감이 없지않다. 굳이 말하자면, 단상이 주가되고, 그림은 곁들여 넣기, 없어도 그다지 상관없는 것, 글과 크게 관련있어보이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뭔가를 기대했다가 푸슈슈 바람이 빠져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러한 기록들을 남기게 된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사람마다 익숙한 기록법이 있듯 작가에게는 '스케치'가 익숙했고,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그 기록법이 나와는 조금 안맞는 것 뿐이고..

일상에서 기발한 무엇을 발견해내는 창의성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일상의 단상들을 기록함으로써 짧은 에세이를 쓰고 누군가와 웃음을 나누는 작가의 습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생각이 병적으로 많은 사람으로써,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흘리고 살아가는가. 사실 이 생각에서 나의 강박적 우울증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재치'로 기록하겠다는 생각은 못해봤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그저 울적한 장문의 생각꼬리잡기에 대한 기록만 무수할뿐.

 

특히 마지막 장, 졸릴때까지 생각한 생각들은 제목만큼이나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장이다. 가벼운 단상을 넘어선, 진지하면서도 발칙한 생각뒤집기.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작가의 발칙함을 만나면서 장점으로 뒤집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지만, 유쾌한 만남이었다고 마무리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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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기타 - 내 인생의 BGM은 내가 만들고 싶어서 난생처음 시리즈 3
송정훈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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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선지의 콩나물 읽기가 늘 고통스러웠지만) 하나쯤 악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기타?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입문자를 위한 기타 강의인 줄로 알았다. '기타를 사야하나?' 그런던 차에 책 소개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기타를 사기전에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그제야 이 책이 어떤 기타리스트의 에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편하게 책을 펼쳐들었다.

 기타를 구매하고자하는 마음이 우선 앞서지 않아서 다행이다. 리코더도 제대로 부르기 힘들어하는 내 둔한 손으로 기타를 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과도하게​ 즉흥적일뻔 했던 (그러니까 사실 나는 한번도 기타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나를 이 책은 꽉 잡아 세워주었다. 후회를 넘어 자책을 할 뻔 했다.


 사실 나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성격이고, 그건 취미도 마찬가지이다. 한동안 미쳐서 끝장을 보곤 미련없이 싹 돌아서버리는게 일반적인 나이다. 그래서 나는 취향이 없는게 취향이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취미일 만큼 취미가 많다. 그 중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것은 독서와 글쓰기. 최근에 입문한 것은 공연관람과 공연제작(조연출).

 

 

 

 불과 2,3년 전만해도 나에겐 취미라는 것의 의미는 꽤나 거창했고, 꿈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는 더더욱 거창했다. 그래서 그 의미들이 나를 짖눌렀고, 나는 그것들의 압박에 부담스러워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잘 해내야 할 것 같은 기분. 하지만 몇 년 사이 취미를 다루는 내 모습이 훨씬 가벼워졌다는 것을 문득 느꼈다. 삶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일정한 취미를 갖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 꿈을 꾸고 있었다.


 단순하 뮤지컬 관람에서 시작했던 ​살기위한 발악​은 '연기'에 대한 궁금증이 되었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며 '연출'공부를 즐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소품, 의상, 음향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이젠 내 손으로 '뮤지컬' 한 편을 꼭 내년에 동호회에서 올려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생각치도 못했다. 떠밀리듯 살아온 내 1년 반의 시간이 사실은 내 삶의 자양분이었고, 나를 그토록 압박하던 '취미'라는 단어의 실체라는 것을.

 

 

 작가가 서문에 쓴 말처럼, 그것이 꼭 기타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보통의 삶 속에서 즐거움의 세계를 정성껏 만들어 온 흔적.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고, 비록 기타를 새로운 취미로 받아들이면 큰일 난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꿈 꾼다. 내가 만든 그 뮤지컬 작품에 한 곡의 넘버정도는 내가 직접 작곡까지 해보고 싶다고. 수많은 악기 중 오랫동안 내가 간직해왔던 씨앗, 칼림바를 구매할 예정이다.

 내년 이맘때엔 이미 쓰여져 있던 타인의 작품의 조연출/음향오퍼가 아닌 내가 직접 쓴 작품의 극작으로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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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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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강민영 | 자음과 모음 | 2020.11.16

(2020.12.02 ~ 2020.12.08)


 


 책은 여럿이서 읽을 때, 새로운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아마 이 책이 그런 책으로 굉장히 좋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공감을 얻어낼 것이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내가 이 책의 "변온성"을 '우울'에 빗대서 읽어왔던 것 처럼.

 

 

 

​ 인간. 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 "변온동물". 이 책은 이 단어에서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주인공이 갑자기 변온동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냥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그리고 유일하게 그 사실을 아는 회사 동료 (평소에는 말 한마디 제대로 섞어본 적이 없는) 희진과 함께 '부디, 얼지 않게끔' 인경을 회복하는 것이 그들의 주요 프로젝트가 된다.

 변온성. 주변의 온도에 맞춰서 몸의 온도가 변하는 것. 그리하여 변온 동물들은 여름의 따뜻함을 즐기고, 겨울에는 겨울잠을 잔다. 나에게 변온동물로 변한 '인경'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었고, 변온동물은 아니지만 유독 더위에 약해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던 희진은 '우울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가. 얼마나 쉽게 말을 보태고,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는가. 그렇기에 단순히 더위에 약한 희진은 그것이 약간의 흉으로 끝날 일이었지만, 겨울이 오면 겨울잠을 자야할 이상한 질병(?)에 걸린 인경에겐 그것은 결코 밝혀져서는 안될 금기었다.

 문득,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났다. 하루 아침에 괴물로 변해, 결국 가족들에게까지 버림받게 된 그레고르. 그레고르에겐 자신이 괴물로 변한 것이 누구에게도,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는 흉이었다. 하지만 인경에겐 누구보다 담담하게 현실을 직시해줄 희진이 있었고, 그 스스로도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일 용기가 있었다.


​그래도 겨울은 추운 게 좋겠어요. 겨울에만 살아 있는 동물들도 있을 텐데.

나는... 겨울에 이렇게 자도 되니까요.

 우울증은 불치병이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바로 '자신의 우울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은 달라진다. '안녕, 이번엔 살살 부탁할게'하고 우울에게 부탁하고, 그와 함께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인경은 결국 자신의 변온성을 받아들였다. 희진의 도움을 받아 겨울잠을 자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음 봄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들은 함께 제주바다를 거닐 수 있을까. 부디, 얼지 않게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때는 그렇게 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부디, 얼지 않게끔

작가
강민영
출판
자음과모음
발매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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