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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ㅣ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디, 얼지 않게끔
강민영 | 자음과 모음 | 2020.11.16
(2020.12.02 ~ 2020.12.08)
책은 여럿이서 읽을 때, 새로운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아마 이 책이 그런 책으로 굉장히 좋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공감을 얻어낼 것이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내가 이 책의 "변온성"을 '우울'에 빗대서 읽어왔던 것 처럼.  인간. 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 "변온동물". 이 책은 이 단어에서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주인공이 갑자기 변온동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냥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그리고 유일하게 그 사실을 아는 회사 동료 (평소에는 말 한마디 제대로 섞어본 적이 없는) 희진과 함께 '부디, 얼지 않게끔' 인경을 회복하는 것이 그들의 주요 프로젝트가 된다. 변온성. 주변의 온도에 맞춰서 몸의 온도가 변하는 것. 그리하여 변온 동물들은 여름의 따뜻함을 즐기고, 겨울에는 겨울잠을 잔다. 나에게 변온동물로 변한 '인경'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었고, 변온동물은 아니지만 유독 더위에 약해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던 희진은 '우울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가. 얼마나 쉽게 말을 보태고,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는가. 그렇기에 단순히 더위에 약한 희진은 그것이 약간의 흉으로 끝날 일이었지만, 겨울이 오면 겨울잠을 자야할 이상한 질병(?)에 걸린 인경에겐 그것은 결코 밝혀져서는 안될 금기었다. 문득,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났다. 하루 아침에 괴물로 변해, 결국 가족들에게까지 버림받게 된 그레고르. 그레고르에겐 자신이 괴물로 변한 것이 누구에게도,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는 흉이었다. 하지만 인경에겐 누구보다 담담하게 현실을 직시해줄 희진이 있었고, 그 스스로도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일 용기가 있었다.
그래도 겨울은 추운 게 좋겠어요. 겨울에만 살아 있는 동물들도 있을 텐데. 나는... 겨울에 이렇게 자도 되니까요. 우울증은 불치병이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바로 '자신의 우울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은 달라진다. '안녕, 이번엔 살살 부탁할게'하고 우울에게 부탁하고, 그와 함께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인경은 결국 자신의 변온성을 받아들였다. 희진의 도움을 받아 겨울잠을 자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음 봄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들은 함께 제주바다를 거닐 수 있을까. 부디, 얼지 않게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때는 그렇게 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컬처블룸 리뷰단 본 포스팅은 '자음과 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도서만 무료로 제공받았을 뿐, 이후의 활동에 대해 아무런 지시도 받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