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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페테르 우스펜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4년 10월
평점 :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선택의 끝에 가보지 못한 길을 후회한다. 그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의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그러한 후회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스스로의 나태나 의지박약들을 탓하는 자책을 가져오는 후회들일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다면..'하고 생각하곤 한다. 지금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결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텐데, 그런식으로 인생을 살진 않을텐데...하고.
이 책의 주인공인 오소킨은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돈도 없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마저 잃어버린
엉망진창의 자신의 삶을 한 마법사의 도움으로 다시 살게 된다. 그는 과연 얼마나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을까?
난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어. 그리고 가장 나쁜 것은 내가 전에도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야.
-159p
그는 이 꿈과 같은 상황속에서 끊임없이 감정적으로 번뇌하였으며, 그 순간순간의 감정에 이겨내지
못하고 좌절했다. '나를 바꾸어야해. 그래. 상황은 점차 좋아질꺼야.' 어쩌면 우리가 늘 마음속에 품고 사는 말. 오소킨은 매번 다짐을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과거는 반복되었다. 마치 이미 쓰여진 스토리를 따라가듯 모든 불행은 고스란히 반복되었고 결국 오소킨은 마법사를 만났던 사실마저
잊은채, 다시 마법사를 찾아가 자신을 '과거로 돌려보내달라'고 요구한다.
환경은
달라질 수 있어도 그대 자신이 똑같은 결정에 도달하리라는 데는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거야. 거기에는 어떤 차이도, 어떤 변화도 있을 수
없어. - 289,290p
그러다 문득, 오소킨은 자신이 12년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그대는
인생을 갖고 있어. 그러니까 인생을 희생하면 되는 것이지. ..(중략).. 인생을 내던지지 말고 그것을 내게 맡기면, 내가 그대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겠네. 그대의 인생을 전부 요구하지는 않겠네. 15년 정도면 충분할거야.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그대는 자기희생과 수행의
길을 걸어야 하네. 내 말의 의미는, 내가 그대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회피하지 않고 핑계되지 않고 해야만 한다는 뜻이야. -
304,305p
우리는 종종 '돌아간다면..'의 질문 끝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을 바꾸어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꼬집은 많은 자극글들이 인터넷상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과거의 나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현재의 내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퇴학당한 학교에서 다시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고, 떠나버린 연인이 다시 돌아오지도 않을테니까. 하지만
과거에 갖힌 사고로는 미래의 나 역시도 변화할 수가 없다.
현재에서 지켜보는 과거의 나는 한심하기 짝이없고 어리숙한 선택만 하는 사람이지만, 분명 과거의
나는 그 순간 자신이 가장 옳다고 생각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때의 감정은 분명 다른 어떤 요인들로도 바뀌지 않는 확신을 담은 감정이었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 자신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귀신에 홀린듯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실에 있는
'나'가 변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마법사가 '내면의 진정한 자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의
선택에 반하는 이야기는 해줄 수는 없으나, 스스로가 변하도록 도와주지 못해 항상 마음아파하는.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다음단계의 조언을
해주고, 변화의 방법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늘 우리의 나태함과 의지박약에 눌려 무시되고 있던 참자아. 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내 스스로가
결심하기 전까지는 나를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의지나 다짐들.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후회하고 좌절하는 것보다, 현재의 나를 바꾸고 싶었던 과거의 나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바꾸어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