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대화에는 통역이 필요하다
이정숙 지음 / 넥서스BIZ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녀의 진화심리학적 성향 차이는 늘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것 같다. 함께 가정을 꾸려왔고, 이제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장되면서 사회속에서도 끊임없이 부딧혀가야하기 때문에, '남자는...','여자는...'의 고정관념적인 말들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분명 그러한 성격의 특성을 만드는데에 이러한 류의 책들도 한 몫했겠지만, 남녀의 진화적인 성격차이를 살펴보는 일은 꽤나 흥미롭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교양서적으로 나와있는 책들은 결국 '연애'나 '결혼'의 관점에 맞추어진 가벼운 내용들이고 학문적으로 들여다볼만한 사실들이 없다보니 어떤 책들이나 비슷한 말들로 쓰여져 금새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이 책도 그러한 점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딧히는 30가지의 상황에서 남녀의 시선차이를 비교해주다보니 다른 책들에 비하여 서로의 심리를 이해하거나 자신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는게 수월하고 알찬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데는 '여자'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 이순간까지 늘 남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고, 남성적인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보니, 여성이 느낄 법한 남성들의 답답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된것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성격자체가 남성화되서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여자들은 상당히 답답함을 느끼거나 결국은 어느순간 남남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종종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실제 책을 읽으면서도 여성들의 사례들에 공감하기보다는 '왜 이러지?'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뭔가 까탈스럽다고 할까, 신경을 써주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 할까. 조금 번거로운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그렇지만 약 30%의 내용에서는 분명히 여성들과 공감을 했고, 남자들과 부딧히면서 있었던 사사로운 트러블이나 상처를 받았던 경험들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또 내 주변의 여성적 성향을 띠었기에 나와 큰 트러블없이 장기간 잘 지내오는 남성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점에서, 이 책을 덮을 때쯤, 세상엔 완전한 '여자'도 완전한 '남자'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러한 이분법적인 책들은 우리가 이성과 어울리는데 하나의 지침서가 되어줄수는 있지만, 결국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으로보고 그 개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처럼 세상이 바뀌어 가면서 우리가 오래전부터 진화의 산물로 갖고 왔던 성격들도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으며, 여성의 남성화, 남성의 여성화가 진행되어가 두 성별의 성격이 점차 하나로 수렴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책들이 우리들에게 소용이 없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아직은 우리가 밟아온 기간이 더 길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갖고 태어난 남녀의 차이는 알게 모르게 분명 존재하고 있으며, '그런게 어딧냐'는 질문에 눈에 보이는 분명한 증거를 들이밀지는 못하지만 통계적으로 심리적으로는 분명 그 미묘한 차이를 다들 느끼고 있기때문이다.

 다만 나는 이러한 책들을 하나의 진리로 생각하고 따라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다수의 여성이 남성이 이러한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수학공식처럼 모든사람들이 이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녀의 기본적인 차이 위에 '개인'의 차이를 덧붙여서 개개의 사람은 고유한 한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남자의 하소연처럼 남들은 빈약한 기억력은 대체로 고의성이 없다. 남자는 원시시대부터 사냥, 낚시 등 살생으로 먹거리를 구했다. 살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육식동물들은 생존은 방편으로 뇌 안에서 살생 등 불리한 기억이 저절로 지워지는 일종의 지우개 기능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살생에 나설 수 없어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남자들 역시 수천 년을 살생으로 가족을 먹여 살려 육식 동물의 뇌 속 지우개 기능을 갖게 되었다. 

 물론 지우개도 경쟁이나 서열 상승 등의 주요 요소들은 지우지 않는다. 그래서 연애중인 남자는 아직 여자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경쟁 상태에 있을 때는 여자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결혼 등으로 경쟁이 종료되면 지우개가 작동해 약속, 기념일 등을 쉽게 잊는다.-13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