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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박은지 지음 / 강이북스 / 2015년 2월
평점 :
고양이들은 선천적으로 묘한 매력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까만 밤에 길거리에서 눈만 반짝이던
존재로 고양이들을 인식했던 기억만 아련히 남아있는데, 어느새 중간과정 다 건너띄고 지구상에 이보다 더 매력적인 존재가 있을까, 라며 예찬하는
나를 보고 있자니. 외형도 행동도 고양이상이라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와서 더욱 그런것일까, 주변에 크게 애살을 느끼지 못하는 나 스스로도
고양이들만은 확실히 좋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친해질 필요는 없지만 너무 멀지는 않게,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지는 말되 무작정 시도하다가 다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그런 삶이 길 위에 있다.
힘든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다. 넘어지고 흔들려도 좋지만 현실에서 도망치지는 말고, 현실의 평범한 굴곡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동화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또 너무 무겁지도 않은 것이 우리들의 삶이자 길고양이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에필로그 中
우리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자주 비교하곤 한다. 확실히 고양이와 강아지는 그 차이가 매우 크다.
강아지들은 주인을 무조건적으로 섬긴다는 느낌이 들고 모든 순간에 우리를 지켜본다는 무한한 사랑이 느껴지는 반면, 고양이들은 우리들 스스로가
그들의 집사를 자청하고 그들은 우리가 찾는 모든 순간에 자리를 피한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무심한듯 슬쩍슬쩍 우리의 주변을 맴돌며, 예기치 못한
순간에 슬며시 다가와 감동을 안겨주곤 한다. 표현의 방식은 다르지만 분명 그들도 우리와 애정을 나누는 존재인것이다.
나는 오히려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인생을 롤모델 삼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의 글들에서 묻어나는 대로, 그들은 요란스럽지 않게... 너무 과하지도 너무 덜하지도 않게,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세상과 동화되고 있다. 짐짓 무심한 채, 세상의 어떠한 관심과 상처에도 호들갑떨지 않으면서 묵묵히.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알고
지켜가는 모습. 앙다문 그들의 표정에서는 늘 그런 묵직한 존재감이 있다. 앙증맞은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마주하면 어떤 호들갑도 떨지 않고,
나도 묵묵히 미소만 머금게 되는 것은 그들의 그런 묵직함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적절한 사랑의 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당신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다움을 지켜보는 것, 당신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것, 넘치도록 모자라지도 않는 거리에서 사랑하는 법을 말이다. -9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