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는 말이 사실일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지인들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이에겐 물흐르듯 느슨하게 고요한가 하면 또 어떤이에겐 혹독한 태풍이나 폭우처럼 할퀴고 지나가니까. 찰나처럼 빠른 시간이 있고 억만겁처럼 느껴지는 지루하고 무료한 시간이 있으니까. 행복은 짧고 고통은 길게 느껴지는 법이다. 불행은 끝도 없이 계속되는 듯한데 찬란한 기쁨은 왜 이리 덧없이 빠를까.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이를 만났다. 즐겁고도 슬픈 이야기를 나눴다. 더 살아보아야 하지만 삶은 여전히 녹록치 않고, 우리들의 앞날은 여전히 안개 자욱한 불확실성이었다. 위로 받고 위로 건네고 밥 먹고 커피 마시며 나눠 가진 오늘, 우리들의 시간은 어떻게 기억될까, 좋은 날일까. 의미는 너와 내가 정하기 나름일 것이다. 나는 이미 좋게 가져가기로 정했다. 너의 시간은 네 뜻대로 정하리.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어우러져 살든, 올곧은 영혼과 마음 잃지 말기를 바랬다. 우리에게 내일은 여전히 어둡고 긴 터널이지만, 우리는 천천히 걷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결코, 넘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느리게, 한 발 한 발 걸어가되, 가끔은 멈추어서 쉬어도 가되, 주저앉지는 말도록 하자.

 

친구야.

나의 행복과 너의 행복을 위해 기도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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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머리 감으려고 샤워기로 머리를 적시고 있느데, 전화가 와서 부랴부랴 받았다.

강아지 눈 밑에 상처가 났다는 이야기. 약을 어떻게 발라야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사진을 보내라 하고 머리 감고 나와서 확인하니 아주 작은 상처였다. 그 정도는 껌이라고, 우리 별이는 미용을 한다고 밀다가 더 큰 상처를 낸 적도 많다고 위로했다. 후시딘 바르고 지켜보고, 강아지는 간식과 놀이로 상처에서 관심을 돌려주면 된다고 했다. 정말이지 아주아주 작은 상처였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놀랍고 당황하고 호들갑을 떨기 마련이다. 처음 토한 날도, 처음 설사를 한 날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쌓여 두 번이 되면 차분하게 대처법을 찾게 된다.

 

초여름의 맑고 맑은 날. 마당에 앉아 풀뽑기 딱 좋은 날.

먹으라는 밥은 안먹고, 마당 구석에서 토를 하고, 찡찡 거리는 녀석을 모른 척하는 중이다.

언제나 너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단 말이다. 사랑과 집착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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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3.

 

미용실에 다녀왔다. 봄기운이 물씬 나는 날. 아침의 싸늘한 기운은 사라지고, 봄빛만이 나른한 오후였다. 오랜만의 수다에서 활기를 얻었다. 노란 믹스 커피 한 잔에 갓 구운 호떡을 나눠 먹었다. 중년 여자들의 이야기는 늘 생활 언저리를 맴돈다. 깊이는 없지만 적당히 친밀하고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사생활을 오픈하고, 서로의 사는 사정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배려할 줄 아는 관계다. 그녀는 좋은 사람이다.

 

흙을 밀어올리고 수선화가 뾰족한 잎을 내밀고 있다. 초록의 힘은 설렌다. 기다려진다. 꽃이나 열매가 아니어도 그 존재 자체로 기쁘다. 무화과나무 가지를 쳐야겠다. 머잖아 앵두꽃이 필 것이다. 수국은 겨우내 싹을 머금고 있다가 이맘때면 갈색의 얇은 껍질을 벗겨낸다. 연두빛 속살이 드러나고 그 안에는 커다란 잎과 꽃을 품고 있음을 안다. 감탄이 절로 나는 봄의 신비다.

 

이제 겨울잠에서 깨어나 움직일 때다. 긴 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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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날의 외출 아니 산책은 나름 운치가 있다. 얼어붙은 땅만큼이나 마주치는 사람들의 마르고 고달픈 얼굴에 가벼운 안부인사를 건넨다. 명절을 앞두고 왠지 바빠 보이는 걸음들이다. 방앗간을 지나는데 엿기름과 전장김이 수북하게 쌓여 손짓을 한다. 구석구석 응달진 곳에 쌓인 눈의 흔적에 강아지가 멈춰서 코를 박는다. 어떤 개가 머물다가 안부를 남기고 갔음이다. 답장이라도 쓰려는듯 떠나질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성질 급한 주인은 얼른가자고 목줄을 당긴다. 우체국은 만원이다. 돈을 찾고 보내고 택배를 보내는 어르신들로 복작인다. 인터넷이란 편리한 문물과 도구가 있음에도 선뜻 엄두가 나질 않으시려나. 부탁할 젊은 자식들도 바쁘거나 곁에 없으려나. 이래나 저래나 삶은 나이든 자들에게는 더 고달프다.

 

주고받음의 단순한 기쁨을 누려보질 못했다. 둔감한 성격도 한몫했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어린 조카들이 자라서 기쁨을 가르쳐 주고 있다. 감격과 고마움의 시간이 물밀듯 밀려왔다 가려고 한다. 작은 아기였던 새들이 어른이 되어 나이들어가는 이모를 돌보고 있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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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날짜를 보니 지난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와... 새삼 스스로의 무신경에 놀랐다. 

 

이제는 귀하신 몸이 된 겨울날의 눈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핑계아닌 핑계, 이렇게 쓰는 것이 맞나싶은 글자들, 언제부턴가 글자의 생김생김이 낯설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치 처음보는 글자들처럼 생경해서 이건 뭐지? 하곤 사전을 찾을 정도다.

 

아침 7시. 평소보다 이른시간에 눈이 떠졌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강아지 콩이는 밖이 궁금하다고 법석을 떠니, 아니 일어날 수가 없지않은가. 이 강아지는 눈이 오는 소리 , 눈 치우는 소리, 그 눈을 밟고 달려가는 고양이 소리, 바람에 무언가가 떨어지고 날리는 잡다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나의 깊은 잠을 방해한다. 방과 거실을 들락날락 정신없고 부산스런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고 결국에는 나를 일으켜 깨우고 말았다. 천지사방에서 눈이 내리는.

눈치우는 밀대를 찾아 들고 마당으로, 대문 밖으로 나가 쌓인 눈을 치우고, 계단 위도 쓸어내리고, 콩에게도 두툼한 옷을 입혀 생애 두번째의 눈과 만나게 해주었다.

 

물론, 역시나, 좋아한다. 혀를 내밀어 할짝거려도 보고, 얼굴이 눈범벅이 되도록 눈밭을 헤치고 이리뛰고 저리뛰는 날다람쥐 같은 녀석에 할말을 잃었다. 축하한다. 너의 두번 째 겨울 그리고 눈을.  부디, 다음 겨울도 무탈하게 오기를 바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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